난 엔터테이너라기보다 직업 연기자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그는 끝없이 자신의 콤플렉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감독들과 <아이언 푸시>와 <전라의 시>, 두 작품을 마쳤고 곧 일본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될 <뎁스 DEPTH> 촬영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조금 반박하고 싶었지만 묵묵히 그의 선택을 지켜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배우 김민준에게 연기는 어차피 아주 오래토록 함께할 직업이니까.::김민준, 뎁스, 영화, 엘르, 솔리드 옴므, 화보, 엘르, elle.co.kr:: | ::김민준,뎁스,영화,엘르,솔리드 옴므

그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없다는 것부터가 지금 쓰고 있는 인터뷰의 한계일 거다. 따박따박, 정성껏 발음하고 천천히 한 단어씩 힘주어 내뱉는 목소리를. 익숙하지만 그래서 약간 생경하고, 한 시간 반 남짓한 유쾌한 수다만으로 ‘아, 어쩌면 이 남자를 알 것도 같다’는 착각 속에 자꾸 빠지게 되는 정갈한 말투를 고스란히 전달하지 못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안타깝다. 처음 만난 건 7년 전. 짧은 인터뷰였다. 그는 오토바이를 몰고 혼자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검은 라이더 재킷에 백 팩을 메고 손에는 헬멧을 든 채였다. 당시 내공이 한참 부족했던 나는 인터뷰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내심 쭈뼛쭈뼛 온몸의 털을 곤두세웠다가 그의 털털한 모습에 어쩐지 조금 맥이 풀렸다. 그는 그런 경계나 군더더기가 필요 없는 사람이였다. 이쪽에서 최선을 다해 스매시를 날리면 다시 그만큼의 정성으로 그 공이 되돌아왔다. 그날 이후 내 안의 분류에 있어 그는 줄곧, 꽤 괜찮은 남자 쪽이었다. 두 번째 만나는 김민준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직업 연기자’ 냄새가 물씬 났다. 한국, 태국, 일본 3개국 대표 감독들이 부산을 배경으로 선보이는 3부작 카멜리아 프로젝트 중 하나인 와 가와구치 히로구미 감독의 촬영을 마치고 난 이후였다. 밀크 티를 홀짝이며 “아, 맛있다.”라고 소박한 감상을 내뱉는 얼굴 선은 조금 굵어졌지만 천천히 단어를 골라 신중하게 대답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flashObject2('winTop','/elle/svc/elle_admin/etc/Sub_Video_Player.swf', '100%', '320', 'flvpath=rtmp://movie.atzine.com/vod/REPOSITORY/2010/03/05/MOV/SRC/01AST022010030520909013754.FLV',','transparent'); 1 보디 라인을 따라 피트되는 수트와 티셔츠는 모두 솔리드 옴므.2 블랙 가죽 재킷은 발렌시아가.의 배경은 당연히 다 부산이겠다. 그렇지. 8일만에 모든 촬영을 마쳤는데 정말 재밌게 찍었다. 전에 영화 을 보고 아, 저런 감독이 태국에 있었구나, 완전히 위싯 사사나티엥 감독님의 팬이 됐는데 공교롭게도 나한테 캐스팅이 들어온 거다. 깜짝 놀랐다. 꿈이 현실이 됐으니까. 감독님과 스태프들은 태국어로, 나는 한국어로 하고 공통적으로는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 신기하리만큼 커뮤니케이션이 잘됐다. 워낙 영어 솜씨가 출중? 에취. 거짓말을 하려고 하면 재채기가 나와서. 하하. 그런 거 아니고. 감독님과 잘 통했다. 캐릭터 분석이 정확하다면서 좋아하시더니 작품 뒷부분에 내가 낸 아이디어를 그대로 쓰셨다. 굉장히 기분 좋았지. 워낙 몇 회 안 되는 촬영이어서 최대한 집중했다. 아이언 푸시>나 는 워낙 존재감 있는 감독의 작품이지만 선택한 이유가 그게 전부는 아니었을 것 같다. 영양분을, 균형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바쁘게 작품을 하면서 결핍된 부분이 있었거든. 국제적인 작업을 하면서 그런 균형감각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어쩌면 시류를 잘 탄 것 같다. 경험치가 늘어난 것만으로 너무 좋다. 배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 내가 어떤 연기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약간의 개런티. ‘김민준이니까 저렇게 나오는 구나’ 보여줄 수 있는 거.김민준에 대한 기본 상식이랄까,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 그러니까, 진지하고 운동 잘하고, 취향이랄까 취미의 폭이 넓은 남자. 하하. 그리고 성깔 있고? 아, 그건 아니었는데. 까칠하단 이야기, 많이 듣는다. 일할 땐 빈틈이 없었으면 하고 예민한 편이거든. 서운하게 대할 때도 있는 거 같다. 나머지 상식은 맞나? 하하. 대부분은. 연기 말고 가장 큰 관심 있는 것? 디제이. 음악이야말로 날 지탱해주는 존재다. 사실 담배 피운 것도 드라마 하던 무렵이 처음이었니까. 1년밖에 안됐거든. 나한테는 음악이 일탈이다. 그런 음악을 내가 만질 수 있고, 사람들이 들어준다는 매력에 급기야 무대까지 올라간 거지. 뜬금없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DJ를 하냐고 하는데 내겐 너무 자연스런 부분이다.DJ라는 이름으로 처음 무대에 올라갔을 땐 정말 짜릿짜릿했겠다. 솔직히 연기자의 재능보다 그쪽이 ‘쪼금’ 더 재능이 있는 거 같다. 디제잉은 나의 오감으로 만들어내는 거잖아. 클럽은 정말 빛과 소리로 끝을 봐야 되는 공간이거든. 아주 미세한 일그러짐, 음의 파장, 이런 것들에 집중을 안하면 분위기가 금세 흐트러지는 거다.영화로 치면 마치 감독 같다. 신이지, 신. 클럽 안에서만은. 연기도 그만큼 재미있나? 카타르시스는 디제이할 때와 전혀 다른데. 음, 케미컬적인 즐거움은 없거든. 연기는 재미보단 숙명이라 생각한다. ‘숙명’? 다신 하기 싫다고 생각했지만 정신 차려 보면 또 하고 있고, 또 하고 있는 거. 어느 날인가 작품을 몇 개나 했냐는 물음에 문득 세어보고 ‘열 개 넘는데요.’라고 대답하면서 나도 깜짝 놀랐다. 난 항상 신인이다. 데뷔한 지 얼마 안됐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 기사를 봤는데 암 투병 중인 오현경 선생님이 최근까지도 투혼을 불살라 연기를 하셨더라구. 이렇게 멋있는 직업을 천직으로 삼을 수 있다니. 내겐 감지덕지다.-중략- 난 엔터테이너라기보다 직업 연기자다. 그래서 다 보여주긴 싫은 거다. 나는 그냥 중간이었으면 좋겠다. 광고도 굉장히 신중히 선택하는 건 연기자는 어떤 성향이나 색깔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평소 나를 많이 못 알아봤으면 좋겠다.*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3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