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윤현민'이라는 발견

한 여자가 있고 그 여자를 원하는 두 남자가 있다.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 하지만 세 배우가 호흡을 맞춰 이뤄낼 과정은 뻔하지 않을 것이다. 신작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의 김소연과 정경호,윤현민이 익숙한 동화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BYELLE2015.04.17

 

윤현민이 입은 스웨이드 소재의 트렌치코트는 Burberry Prorsum. 정경호가 입은 벨벳 소재의 재킷과 데님 재킷, 팬츠는 모두 Burberry Prorsum.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윤현민이 입은 가죽 트리밍의 아우터와 셔츠, 니트 베스트는 모두 Prada.

 

 

홈런을 꿈꾸며, 윤현민
공부는 하기 싫어해도 체력장은 1등이었던 소년은 삼촌의 권유로 중학교 때부터 야구를 했고, 스무 살에 프로야구 팀에 입단했다. 윤현민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지 않고 전혀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배우라는 길을. 오직 ‘깡’만으로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고, 연기에 대한 갈망의 시간을 거쳐 2013년 <무정도시>로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지난해 <마녀의 연애>와 <연애의 발견>에서 안정된 연기력으로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순정에 반하다>의 ‘이준희’가 서른한 살 늦깎이 신인의 또 다른 안타가 될까.

 

2014년은 윤현민이란 배우를 본격적으로 알린 해였다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까지 받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연애의 발견>으로 K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내심 기대하면서 스태프들한테 상 받으면 양주 마시자고 했는데, 결국 그냥 소주를 마셨다. 하하. 그래도 무척 좋았다. 그런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정도시>부터 <연애의 발견>까지 가장 도전적이었던 역할은 <마녀의 연애>의 ‘용수철’. 그렇게 발랄하고 웃음을 주는 캐릭터는 처음 해보는 거였다. 당시는 고민도 많고 힘들었는데 그 덕분에 <연애의 발견>의 ‘도준호’ 역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순정에 반하다>는 연이어 세 번째 출연하는 ‘로코물’이다 극 전체는 밝지만 내가 맡은 ‘이준희’는 조금 진중하고 무거운 인물이다. 다시 한 번 내 연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탄탄대로를 걸은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실은 결핍이 많은 딱한 인물이다. 악랄한 면도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로맨스가 담긴 이야기를 좋아한다. 내 인생 최고의 영화가 바로 <노팅힐>이다.

 

윤현민의 눈에 비친 김소연은 소연 누나는 정말 천사 같다. 경호 형이랑도 얘기 나눴는데, 이런 여배우는 처음 본다. 촬영하다 보면 의상을 갈아입거나 메이크업을 수정하느라 딜레이되는 시간이 있는데, 누나는 후다닥 뛰어 들어가서 후다닥 뛰어나온다. 그런 배려에 감동받았다.

 

정경호와는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다 경호 형은 친형 같은 존재다. 배우로서는 너무나 큰 선배이고. 비슷한 나이대의 대한민국 배우 중에서 형이 제일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많이 따라 하려고 하고 있다. 형이 아침마다 조깅해서 몇 번 따라 나가기도 했다. 뛰는 게 싫어서 야구를 관둔 사람인데(웃음).

 

전직 야구 선수 출신이다. 본인은 ‘갑자기’라고 설명하지만, 예전부터 연예계에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던 것 아닌가 연예계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다. 야구할 때 “운동 안 하게 생겼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선배들이 “너는 연예인 해라”고 우스갯소리로 툭툭 던지는 말도 듣기 불편했다. 그러다 자연스레 야구가 싫어졌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시점에 우연히 보게 된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전환점이 된 거다. 만일 그때 사업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다른 길을 갔을지도 모른다.

 

승부의 세계에서 느꼈던 짜릿함을 연기의 세계에서도 느끼고 있나 일하는 게 즐겁다.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어 행복하다. 보통 드라마 한 편을 찍으면 내 맘에 드는 장면이 두세 신 되더라. 나머지는 다 부족하게 느껴진다. 단 한 신도 맘에 드는 게 없는 작품도 있었다. 그래도 작품이 거듭될수록 만족스러운 장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순정에 반하다>가 끝나면 어떤 신들이 기억에 남을지 기대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24시간 운영하는 헬스장을 찾는다. 그리고 요즘 ‘내 집, 내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에 빠졌다. 아까 대기하면서도 휴대폰으로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있었다. 여느 서른한 살 남자들처럼 결혼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의미에서.

 

여성의 어떤 점에 반하는가 옷 맵시? 공효진 선배나 김민희 선배처럼 청바지에 야상을 입어도 러블리한 분들이 있지 않나. 연기하면서 패션에 관심 갖고 옷 사는 걸 좋아하게 됐다. 운동 선수였을 때는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아무 데서나 옷을 못 샀거든.

 

반대로 본인이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매력이라면 얘기를 잘 들어준다는 점.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어떤 배우가 되길 꿈꾸나 계속 연기를 해나가며 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순정에 반하다>의 지영수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이 내 필모그래피를 보고 신기해 하셨다. 아직 작품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주연배우가 아닌데도, 어두운 역할부터 웃긴 역할까지 다양한 연기를 해왔던 것에 대해서. 의도한 바도 있었고 우연적인 것도 있는데, 감독님께서 알아봐 주셔서 기분 좋았다. <무정도시>나 <감격시대>에 출연했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연애의 발견>을 보고는 “그 애가 얘야?” 하고 놀랐다는 얘기들도 듣기 좋았다.

 

올해 서른하나, 다소 늦은 시작이 아쉬운 마음은 없는지 ‘아예 야구를 안 하고 연기를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나도 있는 거겠지. 20대 때는 연기를 잘하고픈 갈망이 커서 빨리 서른 살이 되고 싶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스물다섯 살 배우가 재벌 2세를 연기하는 건 어색한 옷을 입는 거니까. 얼굴에 세월이 묻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주름을 만들려고 거울을 볼 때마다 인상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서른이 넘으니 별거 없더라. 아직 인생의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빨리 마흔이 되고 싶다. 멋있게 나이 들면 좋겠다.

 

멋진 40대 롤 모델이 있을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의 김승우, 지진희, 장동건 선배님 등등…. 그분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좀 더 뿌리를 단단히 내리게 되는 것 같다. 애초에 나처럼 이뤄 놓은 게 없는 배우가 그런 톱 스타들의 모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부터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분들을 모르고 살았다면 지금의 이런 생각, 이런 목표는 없었을 거다. 

 

 

 

Keyword

Credit

  • editors 김아름, 민용준
  • stylist 윤은영,남혜미
  • hair&make-up 에스휴(정경호),보이드 바이 박철(윤현민)
  • photo 최용빈
  •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