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을 조각하는 조각가 김석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이름 두 글자보다도 ‘태권V 조각가’로 더 잘 알려진 김석. 태권V와 놀고 태권V를 모으다 태권V를 직접 만들기에 이르렀다. 알고 보면 그와 태권V는 1976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그래서일까. 그의 느꼈던 것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주는 것도 태권V 같다. :: 엘르,엘라서울,엣진,elle.co.kr :: | :: 엘르,엘라서울,엣진,elle.co.kr ::

1 ‘예수님도 십자가에서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작업실 문 밖에 앉아 호젓하게 눈을 맞고 있었을 3 오늘도 삶의 무게를 자전거 뒤에 싣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한다. 4 한 해 한 해 같이 나이를 먹어온 친구. 태권V5 공중전화부스에서 느낀 절절한 실연의 아픔을 표현한 6 톱으로 잘라낸 잣나무의 결을 가장 예쁘게 살려주는 건 크레파스다. 7 은근슬쩍 손목시계를 보는 ‘악의 로봇 때려부수’는 태권V, ‘기운찬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마징가Z. 우리 머리 속의 ‘로보트’는 이런 거다. 모락모락 자라나는 악의 새싹을 싹둑 잘라버리는 천금 같은 팔, 두 팔 앞으로 쭉 뻗어 (한 팔은 가슴팍으로 끌어당겨 직각을 유지해도 된다) 가볍게 하늘 날아주시는 늠름함. 김석도 그런 로봇을 보며 자랐다. “어릴 때 할머니가 프라모델 대리점을 하셨어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존재라는 데 엄청난 매력을 느꼈죠.” 태권V부터 아톰까지, 할머니 덕분에 자연스레 모인 프라모델과 스스로 사모은 걸 모두 합하면 엄청난 숫자다. 그러다 아예 직접 로봇을 조각하기 시작한 게 5~6년 전. 그런데 막상 김석의 조각 앞에 서면 약간 혼란스러워진다. 굳이 문제점을 찾는다면, 너무도 인간 같은 게 문제랄까. 그가 실제 인물과 똑같은 조각을 만드는 듀안 핸슨 식의 작업을 한다는 말이 아니다. 분명 그가 조각하는 건 로봇이고, 대부분 태권V다. 그런데 그의 태권V는 도무지 로봇 같지 않다. 자세부터 그렇다. 그가 만든 태권V들 중에 ‘지구는 내가 지킨다’, ‘나한테 다 맡겨’ 식의 멋진 포즈를 취한 건 많지 않다. 도 닦는 자세, 자전거 끌고 가는 자세. 심지어 부러진 팔을 안고 처연하게 앉아 있는 태권V도 있다. 표정 없이도 징하게 전해져오는 슬픔이라니. 로봇이 아무리 인간보다 강해도 힘들 때가 있고 아플 수도 있는 거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소한 감정이나 구체적인 기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순간에는 아무리 생생해도 금방 잊어버리는 것들. 그런 걸 나도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었는데,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어놓으니까 팔다리가 짧네, 얼굴이 예쁘네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인간과 가장 비슷하면서도 너무 다른, 제가 좋아하는 로봇의 형태를 빌리기 시작했죠.” 자신의 지난 일기장을 보며 당시의 기분을 떠올려 작업할 때가 많은 만큼, 그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작품들은 되살아난 그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수혈받는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나는 따뜻함을 배가시키는 건 나무라는 재료다. “공장에서 쇠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로봇들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죠. 나무라는 건 시대성을 띄지도 않고 따뜻한 느낌도 있어 좋았죠. 나무의 질감이 의외로 로봇과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그는 요즘도 양평 작업실에서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로봇이라는 하드웨어에 담아내고 있다.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벅차 자꾸만 잊어버리게 되는 작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건드려주기 위해서.*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