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먹어도 될까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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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먹어도 될까요?

햄버거, 감자튀김, 치킨…. 기름이 좔좔 흐르는, 시키면 바로 나오는 ‘패스트푸드’는 왜 다이어트의 적일까? 코치 D가 웬일로(!) 희망적인 답을 전한다. 중요한 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느냐’라고. 패스트푸드일지언정 맘껏 먹어도 좋다고.

ELLE BY ELLE 2014.10.31

 

누가 햄버거를 모함했나
어느 날 햄버거가 말했다. “억울하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비만의 주범이라느니,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라며 아주 몹쓸 음식 취급을 하는데 정말 억울하다!” 어느새 무의식 속에 ‘살찌고 건강에 해로운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햄버거. 하지만 햄버거를 양껏 먹으며 다이어트를 해 심지어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지난 7월, 미국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아이오와 주에서 과학 교사로 일하고 있는 존 시스나(John Cisna)라는 사람이 6개월간 맥도날드 메뉴만 먹고 살아왔다는 것. 결과는 어땠을까? 처음 도전을 시작했을 때 그의 체중은 280파운드(약 127kg)에 달하는 고도비만이었지만 도전이 끝났을 때는 219파운드(약 100kg)로 크게 줄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시스나는 <나의 맥도날드 다이어트 My McDonald’s Diet>라는 책을 썼고 곧 유명세를 탔다.

사실 이와 유사한 실험은 이미 5년 전에 있었다. 2009년 톰 노턴(Tom Naughton)이라는 미국의다큐멘터리 감독은 주로 맥도날드를 이용하면서 한 달간 패스트푸드 메뉴로만 식사를 해결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처음 그의 체중은 206파운드(약 93kg)였으나 한 달이 지나자 12파운드(약5.4kg)가 줄어들었다. 살이 많이 빠지지 않았다고? 그는 단순히 체중만 잰 게 아니라 실험 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함께 측정했다. 결과는? 전체 콜레스테롤의 총량은 줄어들었고 그 가운데서도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 수치는 오히려 올라갔다. 즉 단순히 살이 빠진 게 아니라 건강까지 좋아졌다는 얘기. 노턴은 30일간의 기록을 영상으로 남겼고 <팻 헤드 Fat Head>라는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개봉했다.

 

슈퍼사이즈 미?
쉽게 믿기지 않을 거다. 우리에겐 ‘패스트푸드는 나쁘다’는 인식이 단단하게 박혀 있으니까. 그 결정적인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다큐멘터리영화 <슈퍼사이즈 미>였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직접 한 달간 맥도날드에서 파는 음식만 먹은 결과 30일 만에 살이 10kg 넘게 찌면서 간 수치가 올라가고 각종 부작용으로 건강을 잃는 모습을 보여줬다. 감독인 모건 스펄로크(Morgan Spurlock)는 슈퍼사이즈(라지 사이즈보다 더 큰 세트. 미국에 존재했지만 이 영화 때문에 결국 자취를 감췄다) 빅맥 세트 메뉴를 먹으면서 하루에 거의 5000kcal를 섭취했다. 이 다큐멘터리가 남긴 충격 요법은 상당해서 햄버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악의 축’ 수준으로 전락시켰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맥도날드의 메뉴만 먹으면서 체중을 감량한 경우도 있다. 대체 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한 걸까? 혹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고칼로리의 음식을 실컷 먹는 척(!)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선 죽어라 운동을 했던 건 아닐까? 아니다! 시스나와 노턴, 두 사람 모두 이 다이어트 실험 기간 동안 하루에 1시간 정도 걷는 평범한 운동을 일상에 추가했을 뿐이다.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을 그들의 본격적인 식단표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패스트푸드만 먹는다는 기본 설정은 같지만 두 사람의 식단표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먼저 시스나의 경우 맥도날드에서 제공하는 메뉴별 영양성분표를 참조해 ‘하루에 딱 2000kcal만 먹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여기에 맞춰 그가 짠 식단은 이랬다. 매일 아침 달걀 2개와 오트밀, 맥머핀을 먹는다. 점심에는 샐러드만 먹는다. 그리고 대망의 저녁에는 치즈 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는다. 매일매일 이것만 먹은 것이 아니라 가끔 변화를 주기 위해 다른 메뉴도 먹었지만 그래도 맥도날드에서 파는 음식만 먹는다는 약속은 지켰다. 그리고 하루에 먹은 음식 열량의 총합이 2000kcal를 넘지 않는다는 엄격한 기준 역시 철저하게 지켰다! 톰 노턴이 선택한 전략은 단순한 저칼로리가 아니다. 노턴은 칼로리 총량보다는 영양성분비에 초점을 맞췄다. 시스나처럼 칼로리를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 대신 ‘탄수화물 섭취량은 하루에 100g 이하’로 엄격하게 지켰다. 치즈 버거를 먹을 때는 빵을 제외하고 먹었지만 반대로 베이컨이나 달걀이 들어가는 메뉴는 거리낌 없이 섭취했다. 그리하여 살이 빠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좋아지는 성공을 거뒀던 것.

 

무엇을 vs. 어떻게 vs. 얼마나
메뉴에서 주는 대로 5000kcal를 다 먹은 스펄로크, 2000kcal만 먹기 위해 메뉴를 엄선한 시스나,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 일부는 남기면서 먹은 노턴. 똑같이 패스트푸드 메뉴를 먹었지만 이들의 각기 다른 선택과 결과를 통해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바로 다이어트엔 크게 세 가지 원리가 존재한다는 거다. 얼마나(How much) 먹느냐, 어떻게(How to) 먹느냐, 무엇을 (What) 먹느냐.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이어트 기법, 프로그램은 이 셋 중 하나로 귀결된다. 일단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방식인 ‘얼마나’가 있다. 살을 빼려고 마음먹었다면 누구나 가장 쉽게 떠올릴 내용이다(반대로 살을 찌울 때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찌고, 조금 먹으면 빠진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칼로리 계산을 위해 계산기부터 두드린다. 앞서 맥도날드 다이어트 가운데 시스나가 선택한 전략도 ‘얼마나 먹느냐’가 핵심 원리였다. 양을 2000kcal로 제한한 것.

두 번째로 ‘어떻게 먹느냐’는 먹는 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같은양,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어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살이 찔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간헐적 단식, 100번 씹어먹기, 2시간에 한 번씩 먹기, 갈아서 먹기, 저녁 6시 이후엔 아무것도 먹지 않기, 익히지 않고 먹는 생식법 등이 바로 어떻게 먹느냐를 중요하게 여기는 다이어트다. 100번 씹는 과정에서 음식의 물성이 극적으로 변한다든지, 식사 주기를 조절하면서 체내에 전에 없던 호르몬이 분비돼 효과를 본다든지 하는 이론적 근거가 뒷받침된다. 하지만 이들 ‘어떻게’ 방식의 다이어트 프로그램들은 식사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보조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100번 씹기’를 예로 들어보자. 급하게 먹을수록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과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식사 속도를 늦추면 자연스럽게 포만감을 느끼고 전보다 덜 먹게 된다. 100번씩 씹다 보면 식사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평소보다 덜 먹게 되는 셈. 한때 크게 유행한 간헐적 단식도 같은 맥락이다. 하루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음식물 섭취량은 줄어들지만 이를 한 끼에 몰아서 먹기 때문에 식이조절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음 하루를 더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단원을 장식해 줄 ‘무엇을 먹느냐’ 다이어트들이 나온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누구는 ‘식물성 식품을 먹겠다’고 답한다. 그럼 채식 다이어트가 된다. 반대로 ‘동물성 식품을 먹겠다’는 사람은 황제 다이어트(앳킨스 다이어트)가 된다. 유기농 소비 트렌드도 일종의 무엇을 먹느냐 하는 원리를 적용시킨 다이어트로 볼 수 있다. 이 원리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다이어트에 숨어 있다. 앞서 패스트푸드 다이어트 3인방 가운데서 ‘패스트푸드를 먹되, 탄수화물은 100g 이하로만 먹겠다’는 원칙을 세운 노턴이 그렇고, 건강한 식품(샐러드)을 식단에 추가한 시스나도 이 원리를 활용한 셈이다.

 

원리를 이해하고 조합하라
얼마나, 어떻게, 무엇을 이 세 가지 원리를 기억하고 잘 조합하면 다이어트는 반쯤 성공한 셈이다. 이걸 알고 응용할 수 있다면 패스트푸드를 맘껏 먹으면서도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단, 한 가지 원칙만 적용시키지 마라. 조합하라! 단순하게 디자인된 다이어트일수록 실패할 확률이 크다. 얼마나 먹느냐만 중요하게 여기고 칼로리를 무작정 줄이면 누구나 한 번쯤 실패하고 마는 금식, 절식, 소식 다이어트가 된다. ‘이거 하나만 무조건 해’ 혹은 ‘이거 하나만 먹지 마'라는 식의 지나치게 단순화된 다이어트들이 실패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자, 패스트푸드 다이어터들을 보자! 세트 메뉴에 딸려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감자튀김이나 소프트 드링크를 다 먹지는 않는다(얼마나) +식이섬유가 많은 샐러드를 식단에 포함 시킨다(무엇을)+탄수화물 섭취량을 하루에 100g 이하로 줄여 체지방 분해를 돕겠다(어떻게).

패스트푸드로 다이어트를 한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다들 그냥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전략을 살펴보니 '얼마나 vs. 어떻게 vs. 무엇을’ 3대 원칙 가운데 두가지 원리를 조합해서 사용했음이 드러난다. 이걸 이해했다면 여러분도 패스트푸드점이나 뷔페에 가서도 다이어트를 멈추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당장 도전해 보자.

 

who is he?
<이기적인 다이어트 상담소> <강한 것이 아름답다> <다이어트 진화론>의 저자. SNS 상에서 ‘코치 D’라는 필명으로 유명, 직설적인 화법의 그의 다이어트 상담은 elle.co.kr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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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writer 남세희
    editor 김미구
    photo corbis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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