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세 훈 푸드 디자이너
<엘르>의 푸드 칼럼을 위해 혼자 요리하고 사진 찍고 글까지 쓰는 남자 박세훈은 그간 <엘르>와의 특별한 인연을 떠올리며 상다리가 부러지게 생일상을 차렸다. 렘브란트의 회화를 연상케 하는 멋진 테이블 세팅이지만 메인 요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이에게 만들어줄 수 있도록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메뉴로 골랐다. 요리는 정성과 애정이면 충분하니까! 닭껍질 사이에 허브 버터를 채워 넣고 오븐에서 구운 로스트 치킨, 쇠고기와 채소를 듬뿍 넣고 푹 끓인 비프스튜를 메인으로 브리 치즈와 식전 호밀빵, 그린 샐러드와 청포도 그리고 차가운 맥주를 준비했다. 
 
 
 
 
 
구 진 광 셰프 
프로스트 펍 앤 그릴
다양한 프랑스 요리를 선보여 온 구진광 셰프는 프랑스에서 온 매거진 <엘르>를 위해 클래식한 프렌치 테이블을 차렸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유래된 지중해식 해물탕 부야베스. 원래는 어부들이 배 위에서 팔지 못한 생선들을 모두 넣어 만든 수프였는데 요즘은 페넬, 샤프론, 페르노 등을 사용해 고급 요리로 손꼽히며, 제주도에서 공수한 가시발새우와 해산물을 듬뿍 넣어 건강하게 끓였다. 돼지 정강이와 바질 향의 탈리아텔레는 한국식으로 장수와 번영을 의미하는 국수 대신 파스타 면을 활용했다. 프랑스에서 생일이나 기념일에 생크림 케이크보다 더 많이 준비하는 크로캉부슈. “<엘르>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명성만큼, 더 높이 올라가길 기원하며 지금까지 제가 만들어본 것 중에 가장 크고 높게 만들었습니다. 맞는 접시가 없을 정도로요!”
 
 
 
 
 
 
 
류 태 환 셰프   
류니끄
일식과 양식이 절묘하게 섞인 퀴진에 한식 식재료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류태환 셰프는 생일을 안 챙기기로 유명하다. “10년 이상 자기 생일도 챙겨본 적 없는 사람이 만들었으니 <엘르>는 정말 특별한 겁니다! 생일상은 일단 푸짐하고 즐거워야 해요. 류니끄에서 제일 인기 많은 메뉴, 제일 양이 많은 메뉴, 제일 예쁘고 화려한 메뉴를 골랐습니다.” 돼지 볼살을 세 시간 익혀 녹을 듯이 부드럽게 만들고 가오리살을 말아 육지와 바다의 조화를 이룬 요리엔 연어알로 장식하고 훈제한 청어를 갈아 넣은 감자 퓌레를 더해 복합적인 맛을 냈다. 최고 등급 와규와 순대에서 영감을 받은 우삼겹말이 그리고 단호박 퓨레와 새콤달콤한 흑초 소스를 곁들인 요리도 준비했다. 돌 위에 간장에 조린 골뱅이를 올리고 김치로 만든 퓌레, 생 월계수잎 위에 크림 치즈와 된장 파우더, 자색 고구마로 만든 와플 위에 북어 크림, 인절미 토스트 등을 아기자기하게 담은 어무즈 부슈는 <엘르>만큼 화려하다.
 
 
 
 
 
 
이 송 희 셰프
마이쏭
“생일 하면 엄마가 해마다 차려주던 잡채와 불고기가 생각나요. 저만의 소울 푸드 같은 건데, 마이쏭에서 먹을 수 있는 아메리칸 가정식 풍의 소울 푸드를 소박하게 차렸어요.” 이송희 셰프는 11월에 생일을 맞은 <엘르>를 위해, 지금이 제철인 식재료들을 활용해 추운 날 먹으면 좋을 음식들을 만들었다. 요즘이 가장 맛있는 토마토를 소스로 한 미트볼, 심심한 흰밥 대신 곁들이는 커리 라이스, 한국식으로 치면 보양식이라고 할 정도로 조개와 베이컨을 듬뿍 넣은 클램 차우더 그리고 사과, 계피, 정향, 너트메그를 넣어 향기가 풍부하고 목을 보호해 주는 애플 시드르, 마이쏭의 시그너처 중 하나인 레드 벨벳 케이크엔 귀여운 축하 메시지까지. 겨울에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할 만한, 소박하고도 푸근한 한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