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마리노를 뉴욕에서 만나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당장이라도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고속도로를 질주할 것 같은 이 남자의 손끝을 거친 공간은 지극히 럭셔리하고 세련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터프한 외모와 달리 섬세하고 아티스틱한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트 컬렉터인 피터 마리노를 뉴욕에서 만났다. :: 샤넬, 펜디, 루이 비통, 프라다, 디올, 아르마니,로에베,럭셔리,섬세한,아티스틱,피터 마리노,엘르,엣진,elle.co.kr :: | :: 샤넬,펜디,루이 비통,프라다,디올

58세의 뉴요커 피터 마리노(Peter Marino)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시골의 오래된 펍에서 생맥주를 들이키며 마초적인 냄새를 물씬 풍길 법한 블랙 바이커 룩의 이 남자가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브랜드의 매장들을 건축한 디자이너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샤넬, 펜디, 루이 비통, 프라다, 디올, 아르마니에 이어 최근 오픈한 스페인 발렌시아의 로에베 매장까지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 매장의 인테리어와 건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장본인. 거친 외모와 달리 결혼 25주년 기념일엔 뮤지엄을 방불케 하는 자신의 아파트에 절친한 고객들(다이애나 피카소, 마리사 버렌슨, 화가인 미카엘 로베너 등)을 초대해 클래식 음악회를 여는 등 소문난 예술 애호가이자 모던아트 컬렉터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앤디 워홀에게 인정받으며 일을 시작했고, 칼 라거펠트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절친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재능에 대해 샤를 보들레르의 아름다운 문구를 들어 이야기한다. “천재성, 그것은 마음대로 되찾아진 어린아이이다.”말썽쟁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건축가, 피터 마리노와의 대화. 1 파리 몽테뉴 거리의 디올 매장. 고전주의 풍의 거대한 화이트 돔과 모던아트 풍의 모델의 비주얼이 어우러저 현대판 베르사유 궁전이다.2 로스앤젤레스 로버슨 스트리트의 샤넬 매장은 입체파와 일본의 오리가미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건축했다.3 해군 선박과 아르데코 스타일, 일본 전통 램프(초롱)의 이미지들을 응용한 파리 샹젤리제 거리 루이비통 매장.4 파리에 있는 개인 주택. 피터는 실내의 커브를 따라 가구를 디자인해 공간에 생동감을 더했다.패션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1984년 바니스 백화점을 위해 일하면서부터. 솔직히 그때까지 매장 디자인은 한 번도 해본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바니스 관계자들은“지금까지 우리는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일해 왔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라며 나를 설득했다. 당시 바니스는 고유 이미지 없이 다양한 브랜드들을 모아놓고 판매하는 멀티숍일 뿐이었다. 매장 디자인도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여러 브랜드들로 하여금 새롭게 디자인하는 바니스의 틀 안으로 들어오도록 설득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브랜드를 철수하겠다는 협박을 이겨내며 5년만에 7개의 바니스를 건축했다. 그리고 이 덕분에 조무래기 미국인이었던 내가 펜디와 라거펠트를 만날 수 있었고 이탈리아의 아넬리 가문, 프랑스의 이브 생 로랑과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과 계약을 하게 됐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조차 나에게 자신의 매장을 의뢰해왔다. 바니스가 왜 ‘초보’인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을까?왜냐하면 앤디 워홀이 나를 스폰했기 때문이다(웃음). 그는 1천5백달러짜리 수표(오늘날 1백50만달러에 상당하는 액수)를 내게 건넸고 그래서 나는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팩토리를 위해 일했고 많은 유럽인들을 만났다.앤디 워홀이 당신에게 돈을 줬다고? 왜?그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앤디 워홀일 테지. 나는 당시 매우 젊었고, 앤디는 인재들을 식별해내는 재능이 있었다. 앤디의 지능지수는 전혀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는 숨겨진 재능을 알아보는 식견은 뛰어났다.하하하. 건축가로서 ‘럭셔리한 공간’만을 위해서만 일하는 건 아닌가?나는 최상위층 고객들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호텔들을 위해, 최고 수준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만일 정부가 1970년대에 했던 것처럼, 건축가들이 사회 주거환경과 저렴한 주택에 관한 계획을 구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나는 첫 번째로 자원할 거다. 하지만 현실에서 건축과 인테리어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특히 원하는 바를 시각화하려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내 이름을 자본 가치로 산출할 수 있는 고객이 몇 명 소수일 뿐이다. 5 스페인 건축과 로에베 역사의 일부인 브론즈를 아용, 스토어 자체를 기프트 박스로 표현한 스페인 발렌시아의 로에베 플래그십 스토어.6 피터 마리노의 뉴욕 아파트. 벽난로 위 리처드 세라의 그림이 시선을 모은다.7 미니멀한 건축물과 샤넬 로고의 반복이 모던 아트 작품을 연상시키는 일본 긴자 샤넬 매장.8 물결치듯 디자인된 벽면이 인상적인 로마의 펜디 매장.많은 명품 브랜드들을 위해 일하다보면 디자인이 비슷해지지는 않나? 나는 항상 모든 고객들을 단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존재로 생각한다. 각각의 브랜드가 가진 서로 다른 개성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건축가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스타일과 룩을 고집하는 건축가들과 스타일과 룩을 끊임없이 바꾸는 건축가들. 자하 하디드가 보여주는 디자인은 런던에서나 한국에서나 똑같다. 하지만 나는 같은 것을 반복해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장들을 건축하는 일은 건축계에서 하찮은 일로 여긴다. 그들이 내 등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도 들린다. 그들의 생각으론 자신들은 건물들을 건축하고, 나는 옷 가게를 장식하는 것이라고 보는 거지. 하지만 난 기술자이기보다는 예술가 관점에서 디자인에 접근하고 있고 하나의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LED등 현대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지만 최대한 아름답고, 아티스틱한 감성을 담으려고 노력한다최근엔 어떤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인가?모로코 아가디르의 북부, 그리고 세계 최고의 건축가 헤르조그 & 드 뮤론와 함께 일하게 된 아부다비에서 도시개발계획에 대해 연구하도록 요청받았다.헤르조그 & 드 뮤론의 노하우에 내가 가진 ‘럭셔리’에 대한 경험을 더해 프랭크 게리, 장 누벨, 자하 하디드, 노먼 포스터와 맞선 건축물을 디자인할 예정이다. 그리고 멕시코의 한 억만장자를 위해 페르낭 레제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집을 디자인하고 있다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특별한 관계인 걸로 알고 있는데. 피아니스트인 미세스 아르노, 엘렌과 가까운 사이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데다가 유머러스하다! 아르노 회장과 나는 테니스를 잘 치고 음악과 예술, 그리고 사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를 포함한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는 건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게다가 아르노 회장은 내가 되고 싶었던‘야수 같은 남자’다. 비행하면서 먹이의 움직임을 포착하듯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을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예측하는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독수리 같다. 하지만 당신의 바이커 패션은 아르노 회장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왜 가죽 바이커 룩을 고집하나?예전엔 나도 패셔너블했다(웃음). 하지만 세계 각국에 40개의 프로젝트가 있는 요즘은 패션보다 실용에 중점을 뒀다. 바이커 룩의 특징은 검정 부츠 한 켤레와 티셔츠 7장만 있으면 일주일 내내 스타일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니까. 필요한 자리에선 나도 넥타이를 매는데 꽤 귀엽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웃음).*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