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션 위크의 부활을 꿈꾸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연이은 폭설로 긴장의 나날을 보낸 지난 1월, 눈을 번쩍이게 할 기상 이변은 패션계에서도 일어났다. 모두가 손꼽아 기다린 스타 디자이너가 컴백하는가 하면 침체된 하우스를 붐업시키기 위해 파격적으로 젊은 수장과 손을 맞잡기도 하고 런던 패션 위크를 위해 거대한 이사를 계획한 디자이너들도 여럿 있는 것.::엘레강스한, 엣지있는, 유니크한, 모던한, 패션쇼, 모임, 행사, 파티, 데이트, 봄, 여름, 일상, 버버리 프로섬, 로샤스, 웅가로, 패션, 스커트, 원피스, 엘르, 엘르걸, 엣진, elle.co.kr:: | ::엘레강스한,엣지있는,유니크한,모던한,패션쇼

new vision우리는 때때로 어떤 목표를 위해 자신의 마음 속을, 혹은 재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의외의 가능성을 기어이 재발견해야만 할 때가 있다. 매시즌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는 패션계를 위해 고심의 나날을 보내는 디자이너들도 매한가지. 먼저 ‘변신’이라고 칭할 만큼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런웨이에 등장해 패피들을 깜짝 놀라킨 주인공은 후세인 살라얀이다. 소박한 동네 아저씨같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드레시한 검정 수트를 쫙 빼입는 것도 모자라 포마드를 발라 넘긴 헤어 스타일에 콧수염까지 덧붙인 채 런웨이에 등장했기 때문(그런 드레스업이 필요했던 이유는? 패션쇼 사회를 보며 낭독까지 하는 이벤트 때문에!). 그의 달라진 외모만큼이나 컬렉션 역시 변화의 물살을 탔다. 미래주의와 기상천외함, 쇼에 탐닉했던 여태까지와 달리 그의 초기 디자인 모티브였던 미니멀리즘으로 회귀한 것. 물론 살라얀의 주특기인 테크니컬한 패션은 이번에도 세련되고 모던한 방식으로 표현되 눈길을 끌었다. 선글라스가 장착된 UFO 모양의 모자나 마치 LCD 화면같이 빛에 따라 소용돌이치는 네이비 원단이 그것. 그렇다면 매끈하게 다듬어진 모던한 감성만이 전부인 줄 알았던 마르코 자니니가 선보인 소박하고도 빈티지한 감성은 어떠한가. 지난 시즌 로샤의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선보인 컬렉션에서 그는 1940년대 감수성을 걸리시하면서도 웨어러블하게 해석했으며, 영화 속의 제인 마치처럼 롤리타 신드롬을 자극하는 소녀들을 무대에 올려 이번 시즌 트렌드와도 딱 들어맞았다. 그런가하면 뉴욕의 리차드 채는 ‘리차드 채 러브’라는 이름의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는 좀더 저렴한 가격대의 세컨드 라벨로 ‘러브’라는 이름이 어울릴 만큼 달콤했고 지금 시대의 소녀들을 열광시킬 만큼 쿨했다. 이어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새로운 재능에 힘쓴 디자이너들은? 아크리스의 알버트 크리믈러는 처음으로 백 라인을 선보였는데 쇼퍼백 타입의 토트백이나 품에 안을 만큼 커다랗고 실용적인 클러치 그리고 손가락에 끼우는 사다리꼴 모양의 손바닥만한 포인트 클러치를 제안해 아크리스를 입는 워킹 우먼들의 마음을 설레게했다. 또 발렌티노의 은퇴 이후, 자신들만의 발렌티노를 건설 중인 마리오 그라지아 치우리와 피에르 파올로 피콜리 듀오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필립 트레이시와 손을 잡았다. 예술적인 모자를 선보이기로 유명한 그녀에게 슈즈 디자인을 의뢰한 것. 컬렉션 전반에 걸쳐 쓰인 섬세하고 투명한 레이스는 구두의 뒷면에서 꽃처럼 피어났으며, ‘페탈레(발렌티노의 잇백)’에서 비롯된 만개한 플라워 모티브 역시 슈즈의 발등을 관능적으로 덮어 드레시한 컬렉션에 훌륭한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1 디자이너 후세인 살리얀.2 로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코 자니니(오른쪽). appear or disappear스타 디자이너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그들은 갖가지 루머에 휩쓸리기도 하고(누가 어디를 간다더라,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라더라 같은 류의), 컬렉션을 발표할 때마다 미디어의 과잉 관심과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비평의 대상이 된다. 피비 필로가 셀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다고 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이클 코어스, 메니체티 이후 오마직의 셀린은 영광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늘 한 발 비껴 있었던 것이 사실. 그래서일까? 지난 시즌 피비가 이끄는 셀린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남몰래 마음 속으로 ‘와우’를 되뇌인 패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선보인 10 S/S 컬렉션 이후 미디어의 반응은? ‘올레!’ 유서 깊은 하우스나 핫한 독립 디자이너들이 너나할 것 없이 어깨에 집중한 작금의 패션 트렌드와 상관없이 피비는 가장 그녀다우면서도 현실적인 컬렉션을 완성하는 한편 앞으로 셀린이 나아갈 방향을 적확하게 제시했다. 그녀가 빚은 결과물은 간단해 보였지만 바늘 한 땀 한 땀까지 들여다봐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우아했으며, 클로에 시절 선보였던 낭만을 되풀이하는 구태의연함은 실 한오라기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분한 컬러 팔레트와 간결한 실루엣,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섬세한 디테일은 왜 피비 필로가 패션 월드는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마음까지 훔칠 수 있었는지 확인시켜주는 완벽한 결과물이었다. 반면 마르지엘라가 사라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행방은?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KO패 직전. 지난 시즌부터 마르지엘라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았았던 데 이어 이번 시즌은 그 루머를 여실히 확인시켜준 쇼였다. 컬렉션이 끝나자마자 패션 월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자수가 프린트된 드레이핑 드레스는 마치 현수막을 둘둘 말은 것처럼 보였고 몸을 칭칭 감은 로프나 체인은 엉망으로 엉킨 실타래 같았으며, 여기에 매치한 각종 싸이하이 부츠는 알루미늄 금박지처럼 보이거나 너덜너덜한 종이 부츠처럼 보였기 때문. 자신만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로 패션사에 이름을 남긴 마르지엘라가 부디 ‘짠~’하고 돌아와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1 버버리 프로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 face off위기에 처한 패션 하우스의 대처 방식은 대체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새로 영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인물이 하우스에 독을 가져다 줄지, 돈을 가져다 줄지는 대체로 첫 시즌에 판가름나기 마련이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지 않던가. 지난 시즌 빅 루머의 주인공이었던 니나 리찌의 올리비에 데스켄스는 재계약에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09 F/W 시즌 찬란한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피터 코팽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렇다면 루이 비통에서 마크 제이콥스의 오른팔이었던 그가 만든 니나 리찌는? 모던하고 심플한 라인에 란제리 디테일이 적재적소에 배치되 결국 마카롱같이 달달하면서도 당장 입고 싶은 의상을 완성했다. 이어 지난 시즌 다소 에지와 세련미가 부족한 1980년대 룩을 선보인 엠마누엘 웅가로의 에스테반 코르타자를 밀어내고 이번 시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꿰찬 스페인에서 온 에스텔라 아치는 아티스틱 어드바이저를 대동한 채 피날레 무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린제이 로한이라는 것(할리우드 뿐 아니라 패션의 가십란까지 들썩이게 할 주인공의 등장!). 그래서일까?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발췌한 눈이 시린 핫핑크 컬러와 하트 모티브는 ‘남용’이라는 쓴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하우스에 돈은 물론 실추된 명예와 긍정적 에너지까지 불어넣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디자이너들도 분명 있었다. 지난 시즌 푸치 하우스에 입성하자마자 시그너처 프린트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석해 극찬을 받은 피터 던다스는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자신의 젊은 감각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푸치가 이토록 모던하고 힙해질 줄 누가 알았을까? 화이트와 애시드 컬러 팔레트, 글래머러스한 파이톤 소재, 소녀들이 열광할 해적 모티브는 푸치 고유의 패턴과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부유한 젯셋족들을 위한 브랜드의 기본 이념을 확고히 다졌다. 그렇다면 엘리 키시모토 커플이 떠난 뒤 세드릭 샤를리에라는 신인과 계약을 맺으며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제시한 까샤렐은? 여태까지의 까샤렐은 잊어달라며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첫 번째 룩이 캣워크에 등장하자 앞으로 불어 닥칠 까샤렐의 변화가 온몸으로 감지됐다. 귀엽고 철없는 여동생같은 이미지가 그간의 까샤렐이라면 세드릭의 까샤렐은 좀더 차분하고 성숙했으며, 또한 순결했다. 마지막으로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 베르수스의 성공적인 부활 역시 크리스토퍼 케인이라는 젊은피의 수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런던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패션 신동은 밀란까지 날아와 베르수스의 글래머러스한 아이덴티티에 자신의 장기인 다소 와일드한 디테일(체인, 레이저 커팅)과 로맨틱한 패브릭(빈티지 레이스), 모던한 실루엣(미니드레스), 그리고 재미를 더하는 의외성(박음질대신 옷핀 사용!)으로 하우스를 이끌어갈 수장으로서의 재능을 과시한 것. 1 웅가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스텔라 아치와 아티스틱 어드바이저 린제이 로한. move! move!10 S/S 시즌 최대의 이슈는 25주년을 맞이한 런던 패션 위크일 것이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크리에이티브를 짊어지고 기꺼이 런던으로 이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먼저 버버리 프로섬은 런던 패션 위크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이슈를 불러일으킨 주인공. 호사가들은 버버리가 몰고 온 활기찬 열기 때문에 런던 컬렉션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냐며 입을 모았고, 이는 10 S/S 시즌만 놓고본다면 어느 정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버버리에는 1천3백 명의 게스트가 초대받았고 런던의 프런트 로에선 좀처럼 목격하기 힘든 톱 셀러브리티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으며, 대규모 애프터 파티가 뒤를 이었기 때문. 여기에 런던 토박이인 조나단 선더스와 매튜 윌리암슨이 가세하면서 런던은 패션 도시로서의 체면을 차렸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컬렉션. 강렬한 프린트, 화려한 컬러로 뉴욕에 갔음에도 다소 웨어러블과는 거리가 먼 컬렉션을 선보였던 조나단 선더스나 보헤미안 킹으로 불렸던 매튜 윌리암슨은 런던에서 한결 성숙하고 모던한 무대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억지스러운 과장을 빼니 아이디어는 한결 매끈하게 다듬어졌고 컬렉션은 좀더 친근하고 세련되게 다가왔다. 또 밀라노에서 날아온 프링글은 영국의 아이콘인 틸다 스윈튼이 등장하는 단편 필름(라이언 맥긴리가 만든!)을 상영해 눈길을 끌었다. 런던을 풍성하게 채운 위와 같은 컬렉션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런던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은 디자이너들도 있다. 런던의 패션 천재로 군림하던 가레스 퓨와 런던의 왕오빠격인 자일스 디컨이 파리 패션 위크의 신인으로 이름을 올린 것. 옷에 장난끼와 블랙 유머를 가득 담았던 자일스 디컨은 자신만의 개성을 좀더 현실적으로 다듬어 디자인에 반영했다. 이번 시즌 주요 모티브였던 거미는 프린트가 되거나 브로치가 되어 티셔츠, 미니드레스, 스커트를 가리지 않고 장식했다. 또 가레스 퓨는 파리에 가서도 음울하고 어두운 아이디어를 꿋꿋이 펼쳤다. 지난 시즌 동영상 프레젠테이션으로 10 S/S 시즌을 예고한 그는 잿빛 톤으로 모든 룩을 완성했는데 공격적인 성향을 다소 감춘 것에 주목할 만하다. 주름 장식처럼 보이는 레이스업과 슬릿 디테일로 율동감을 준 드레스, 깃털 머리 장식은 파리에 어울릴만한 낭만이 더해져 있어 초현실적인 작품처럼 보였다. 한편 뉴욕에서 멘즈웨어를 선보이던 팀 해밀튼은 파리에서 첫 번째 여성복을 런칭했다. 남성적인 아이템은 몸을 타고 흐르는 유연한 소재로 표현되 여성스러움을 한결 살렸고, 모노톤의 컬러와 포인트 레드 컬러만을 사용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