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 롤러걸이 되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주노’의 엘렌 페이지가 롤러화를 신고 달린다. 커다란 오렌지 주스 통을 들고 다니지는 않지만 여전히 맥주 한 잔 제대로 못 마시는 숙맥 십대다. 그러나 열정 하나만은 남부럽지 않다. 이번에 그녀의 반항기가 터져 나올 곳은 롤러 더비 경기장이다. 그녀의 귀여운 말썽이 ‘위핏’에서 시작된다. 꿈을 향해 내달린다.::주노, 하드 캔디, 위핏, 드류 배리모어, 트레이시 프래그먼트, 스마트 피플, 엘렌 페이지, elle.co.kr, 엘르, 엣진:: | ::주노,하드 캔디,위핏,드류 배리모어,트레이시 프래그먼트

세상엔 진부한 답변들이 있다. “전 스시를 너무 좋아해요!”, “특히 공을 갖고 하는 스포츠는 전부 좋아해요!” 뭐 이런 식의 답변은 인터뷰하는 에디터들의 기운을 쪽 빠지게 만드는 답이다. 우린 이런 걸 참 착실한 인터뷰라고 부른다(에디터들은 착한 스타들에 언제나 질색한다). 너무 착실해서 어디 하나 쓸 거 없는 말말말. 참 쓸모없는 단어들의 나열이다. 그러나 이런 착하고 착한 답변을 해도 여전히 매력을 잊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분명 매력쟁이다. 엘렌이 그런 경우다. 평범하지만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은 무언가를 지닌 이웃집 소녀. 개인적으로는 ‘꼬꼬마’라는 애칭을 붙여주고 싶은 배우다.엘렌 페이지는 1987년 2월 캐나다 노바 스코티아주 할리팍스에 태어났다. 그녀는 캐나다 배우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캐나다 배우들이 상당히 많으니 놀라울 것도 없지만, 국내에서 엘렌을 하도 ‘할리우드 국민 여동생’이라고 칭해서 언젠가부터 그녀가 뉴욕 변두리 출신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2007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가 파란을 일으킨 것도 그녀가 캐나다 출신이라는 점이 한몫했다(는 미국과 캐나다의 합작 영화다). ‘Tiny Canadian’란 별명을 얻고 있는 엘렌은 2008년 지에서 30세 이하 여배우를 대상으로 한 ‘30인 여배우 리스트’에서 8위를 차지했다. 섹시 아이콘만 살아 남는 할리우드에서 20대를 대표하는 귀염둥이 배우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케이스는 아니었다. 넵툰 씨어터 스쿨에서 연기 교육을 받은 후, 1999년 TV시리즈 에서 매기 맥린 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사춘기 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내며 6년 동안 영화와 TV드라마에 출연하다가, 2005년 스릴러 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영화의 제목인 하드 캔디는 어린 소녀를 뜻하는 인터넷 속어다. 열네 살 소녀 헤일리(엘렌 페이지)가 인터넷으로 채팅을 하던 사진작가 제프(패트릭 윌슨)를 처음 만나면서 시작된다. 제프는 사진 촬영을 위해 헤일리를 데려오지만,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부터 어지러움을 느낀다. 알고 보니 제프는 헤일리가 마취제를 넣은 음료수를 마신 것이다. 이 때부터 헤일리에 의한 집요한 고문이 이어진다. 제프의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헤일리는 똘아이처럼 행동하는 무서운 십대로 보인다. 제프는 이게 틴에지 조크냐고? 질문하지만, 그녀는 인내심을 가지라고 충고할 뿐이다. 제프의 속사정을 알아내려다 지친 그녀는 급기야 그의 아랫도리를 마비시키는 거세 작전까지 동원한다. 와! 이건 롤리타를 선호하는 늑대들을 향한 일격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엘렌 페이지 버전의 가 펼쳐진다. 병구가 이태리 타월과 물 파스를 동원했다면 그녀는 무스와 면도기로 남성의 중요 부위를 슥슥 면도한다. 남자라면 누구나 소름끼치는 이 장면에서 열일곱 살 엘렌은 의 케시 베이츠가 된다. 케시 아줌마야 워낙 어두운 포스를 갖고 있지만, 귀여운 엘렌이 이런 짓을 할 줄이야! 붉은 후드 티를 입고 주스나 먹는 소녀, 더욱이 청바지와 스니커즈가 어울리는 톰보이의 장난은 끝이 없다. 영화는 케이크 먹는 엘렌의 입으로 시작해서 시종일관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 업한다. 눈가에 주근깨가 가득한 엘렌이 수줍게 웃는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멋쩍을 때 입꼬리 정도 올리는 게 전부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는 의외의 연기는 묘한 매력을 남겼다. 물론 흥행작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의 국내 관객들은 2006년 에서 엘렌을 처음 보았다. ‘새도우캣’ 키티로 나온 그녀는 존재감이 부족했지만 귀여운 꼬마라는 인상은 남겼다. 아직은 수퍼 히어로 수트가 어울린다는 사실에 더 만족해야 했다. 울버린 외에도 워낙 화려한 캐릭터들이 많은 영화라서 조연으로 뭔가를 보여주기 어려웠다. 축구 식으로 평가하자면, 열심히 뛰었으나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곧 엘렌의 진가를 보여주는 두 편의 영화가 2007년에 나왔다. 하나는 컬트 영화 팬들의 지지를 받는 브루스 맥도날드의 와 미국 인디 영화의 이정표였던 였다. 둘 다 10대의 사랑과 아픔을 그리고 있지만, 두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는 극과 극이다. 는 엘렌의 팬들에게 재발견 될 영화다. 우울한 소녀 트레이시는 제목 그대로 파편화된 사춘기의 고통을 겪는다. 그 작은 입으로 시종일관 “fuck you!”를 외치며 우울증을 전염시킨다. 반면 주노는 보다 독립적인 삶을 꿈꾼다. 에서 주스 한 잔 마셨던 엘렌은 에서 자신의 머리보다 더 큰 주스 통을 들어올려서 벌컥벌컥 마신다. 후드 티를 사랑하는 오렌지 빛 소녀가 미친 듯이 걸어가는 오프닝은 2000년대 미국 영화를 상징하는 한 장면이 되었다. 누구나 주노의 건강함에 반하고 말았다. 어느 누가 그녀와 같이 용감하게 10대를 보낼 수 있겠는가? 엔딩에서 그녀가 마이클 세라와 함께 부르던 노래 ‘Anyone Else But You’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후 주노의 연기는 급기야 시리즈의 괴짜 감독 샘 레이미에게까지 감동을 주었다. 샘 레이미는 코믹 호러 의 크리스틴 역할을 엘렌에게 맡기려 했으나, 그녀는 스케줄 문제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앨리슨 로만이 아니라 그녀가 연기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하는 것도 재밌다). 엘렌이 “어떤 방식으로든 늘 성숙해가는 소녀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롤러 걸의 이야기 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 에 이어 소녀 성장기 영화가 한 편 더 추가되었다. 엘렌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얌전하게 웃는 미인대회가 지겨운 블리스로 태어났다. 엄마는 미인대회에서 우승해야 인생이 꽃 핀다고 하지만, 블리스는 고리타분한 여성성에 고개를 젓는다. 우연히 보게 된 롤러 더비에 매료된 그녀는 파워풀한 에너지와 스피드로 가득 찬 경기에 빠져들어 헐 스카우트 팀에 지원한다. 스물한 살 이상 성인만 참여할 수 있는 경기에 나이를 속이고 참여한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엘렌은 스물한 살을 넘어섰지만, 영화 속 나이처럼 겨우 열일곱으로만 보인다. 덕분에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여전이 그녀의 몫이었다. 사실 이 예고편처럼 스피드 본능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엘렌 페이지가 십대와 멋지게 이별을 고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앞으로 그녀에게 ‘십대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은 지겨울 게 분명하다. 에서 모든 성장을 끝마쳤기 때문이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프로듀서와 감독으로까지 성장한 드류 배리모어와의 작업은 그녀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할리우드에서 여배우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선배 드류에게 어깨 넘어 배울 수 있었다. 한 뼘 자랐다. 그런 점에서 은 하나의 방점과도 같은 영화였다.엘렌이 느긋하게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만 현재 3편이다. 마이클 랜더 감독의 스릴러 , 제임스 건의 수퍼히어물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SF 스릴러 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셉 고든 레빗과 호흡을 맞추었다. 이미 모두 촬영을 마친 상태다. 지금 극장에서 과 함께 롤러를 탔다면 이제 그녀의 성숙한 모습을 기다릴 일만 남았다. 또래의 린제이 로한이 아역에서 벗어나 한창 섹시미를 줄줄 흘리며, 누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걸 생각하면 엘렌 또한 톰보이의 모습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기대가 된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엘렌의 ‘주노’틱한 모습이 고정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