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짐승남 델 토로를 만나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체 게바라’ 델 토로가 늑대로 태어났다. 그는 유니버설 사의 클래식을 야심차게 리메이크한 ‘울프맨’에서 론 체니 주니어가 연기했던 역을 맡았다. 영국의 촬영 현장으로 베니치오 델 토로의 자취를 찾아 나섰다. 늑대 분장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진짜 사나이를 만나기 위해서.::울프맨, 조 존스턴, 안소니 홉킨스, 베니치오 델 토로, 에일리 블런트, 릭 베이커, 프랑켄슈타인, 마크 로마넥, elle.co.kr, 엘르, 프리미어, 엣진:: | ::울프맨,조 존스턴,안소니 홉킨스,베니치오 델 토로,에일리 블런트

위기의 시대는 판타지 영화가 활개를 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인가? 1929년에 대공황이 일어났을 때, 토드 브라우닝은 할리우드 최초의 공포 영화 로 깜짝 놀랄 만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계기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괴물들이 등장하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어 일련의 고전들을 만들어냈다. , , 등이 이렇게 해서 제작된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런데 희한한 시간적 우연에 의해서, 이 영화들 중에서 몇몇 작품의 리메이크가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요즈음에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나중에 나온 은 공포 영화의 열혈 팬인 베니치오 델 토로 덕분에 결실을 보게 된 작품이다. 그는 현재 유니버설 사에서 추진 중인 의 새로운 버전에도 출연한다. 유니버설 사는 도 새 버전() 제작에 착수했다. 이쯤 되면 확실히 공포 영화가 대유행이라고 할 만하다.2008년 6월 10일 런던 근처에 위치한 세계적 명성의 파인우드 스튜디오 촬영장에 도착했다. 이 날, 베니치오 델 토로는 안소니 홉킨스와 조 존스턴 감독의 야심작 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면을 찍기로 되어 있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묻는 장면이었다. 촬영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등장인물의 가족들이 거주하던 공간 내부를 재현해 놓은 세트장으로 갔다. 거대한 세트장에 서재, 거실, 식당 등 집안의 1층에 해당되는 상당 부분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치형 문으로 분리된 각각의 공간이 줄줄이 이어졌다. 굉장히 넓은 면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모든 장소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장식이 가미되어 있었다. 벽은 여러 장의 그림으로 도배되다시피 꽉 차 있었고, 탁자와 선반 위에는 각종 도구, 무기, 짐승 박제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마치 자연사 박물관의 분점에 와있는 것 같았다. 이 집의 상태는, 당연한 말이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등장인물의 신체적, 정신적 피폐 상태를 반영한다. 존 탈보트 경(안소니 홉킨스)은 명석한 정신의 소유자이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점점 더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며, 짐승 가죽을 걸치고 산다.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는 환상제작사 측은 원조 영화의 정신에 충실하면서, 똑같은 이야기에 좀 더 많은 디테일과 질감을 보탬으로써 현대적인 감수성을 녹여 낸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기를 원했다. 1941년에 제작된 조지 와그너 감독의 버전에서는 론 체니 주니어가 동생이 영문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실종되자 집안의 영지가 있는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젊은 영국 귀족 로렌스 탈보트의 역을 맡았다.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에 그는 인근 지역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피조물에 의해 감염된다. 2009년 버전에서, 시나리오를 담당한 데이비드 셀프()와 앤드류 케빈 워커(, )는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하는 아버지 존 탈보트 경과 베니치오 델 토로가 연기하는 그의 아들 로렌스 사이의 복잡한 관계 전개에 역점을 두었다. 영화는 1890년 대 영국을 배경으로 모든 것이 재구성되었다. 이 시기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매우 의미심장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영국에서는 대영제국의 영화가 사라져가면서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되고, 이에 따라 중산층이 급부상하는 변화가 맞물려, 자의반 타의반, 현대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반면,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의 조상이 짐승임을 상기시켰다. 요컨대, 자연과 문명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배경으로는 더 이상 이상적일 수 없는 시기인 셈이다.그런데 베니치오 델 토로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안타깝게도 그 날 하루 온 종일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의 대역이 기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안소니 홉킨스와 대본 연습을 진행했다. 잠깐 동안의 휴식 시간을 빌어 홉킨스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었다. 촬영장에 합류한지 다섯 달 째인 그는 자유시간이 많이 주어지는(한 장면을 찍고 나서 다음 장면을 찍기까지 여섯 주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이번 촬영의 리듬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조 존스턴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차분하면서 배우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감독이라는 것이었다. 함께 (안소니 홉킨스는 이 영화에서 반 헬싱 역을 맡았다)를 찍었던 광적인 프란시스 포드 감독과는 완전 딴판이라고도 덧붙였다.홉킨스는 의 1차 대본에 대해서는 솔직히 약간 유보적이었다. 그런데 여러 차례에 걸쳐서 시나리오에 손질이 가해진 이후로는 그런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 따라서 그는 시나리오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신이 맡은 배역을 효과적으로 연기할 방법만 고심하면 되었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파업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대본에 적힌 단어 하나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었죠.” 홉킨스는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언어적 실수 몇 가지에 대해서는 수정을 관철시켰다. 솔직히 캘리포니아 출신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완벽한 빅토리아 시대 식 영어 구사를 요구하는 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가령, 당시에 귀족이라면 ‘내 영지에서 당장 네 놈 엉덩이를 치워라 !’는 식으로는 절대 말하지 않죠.” 그가 웃으며 말했다. 늑대 분장만 4시간분장의 대가인 릭 베이커(그는 (1994) 촬영을 위해서 실시간 늑대 분장을 해낸 공로로 최초로 오스카상을 받았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의 조수들은 ‘강한 놈’으로 변신시킴으로써 최대한의 효과를 내겠다는 그의 야심을 강조했다. 이번 영화는 자연적인 무대 장식을 선호하므로, 베이커에게는 가장 사실적인 특수효과를 상상해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합성 이미지는 동공 확대와 털이 자라는 과정 등 늑대로 변신하는 과도기적인 단계와 몇몇 디테일에서만 사용된다. 다시 말해서 특수 효과를 위해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요소들은 지극히 물질적인 것들이다. 가령 일곱 가지 종류의 혈액이 사용되는데, 수의사들에게서 얻어온 혈액도 그 중 하나를 차지한다. 베니치오 델 토로의 얼굴을 분장하는 데에는 4시간이 소요된다. 분장을 지우는 데에도 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여섯 가지의 각기 다른 의상이 사용된다. 베니치오의 대역 스턴트맨은 완전한 의상과 분장을 마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특별한 합금을 이용해서 늑대 발의 뼈 구조를 재현한 인조 늑대 발까지 신고 있었다. 그 발 덕분에 그는 두 발로 서서 몸을 지탱할 수 있으며,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걷거나 달릴 수 있었다. 키도 무려 50 센티미터나 커지게 하는 발이었다! 효과는 성공 이상이었다. 분장 덕분에 늑대인간은 엄청나게 큰 덩치로 주변을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수께끼로 남은 스케줄이제 한 가지 수수께끼만 풀면 된다. 바로 스케줄 관련 수수께끼다. 한 마디로 이 영화의 스케줄은 제법 꼬인 편이다. 2008년 1월, 당시 의 감독이었던 마크 로마넥()은 자신이 의도하는 예술적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중도에서 촬영을 포기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조 존슨이 그의 뒤를 이을 감독으로 발탁되었다. 조 존슨은 릭 베이커와 에서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있었으며, 전통적인 특수 효과 방식과 디지털 효과 방식을 적당히 혼합해서 사용할 줄 아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 개봉 날짜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자꾸만 미루어졌다. 2009년 봄, 제작사는 같은 해 11월에는 개봉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개봉을 기다리는 사이, 예고편이 나와서, 야외 촬영 분 무대에서부터 괴물 형상을 창조해내기 위해 사용된 특수 효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볼거리가 풍성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예고편은 어디까지나 예고편인 만큼 합성 이미지 몇 조각 정도에 불과했다. 혹시 제작진은 작전을 바꾸어서 물리적인 특수 효과로 찍으려던 장면들을 모두 디지털 효과로 대체한 건 아닐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의구심을 털어놓자, 제작자 스코트 스튜버는 처음 야심에서 바뀐 건 하나도 없다고 확인해주었다. 개봉 일정이 자꾸 연기되는 것은 오로지 완벽주의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2009년 5월, “매우 고무적인” 시사회에 힘입어 제작진은, 보완 차원에서 두 장면을 더 찍기로 결정했다. 한 장면은 베니치오 델 토로와 에밀리 블런트(실종된 동생의 약혼녀 역할)가 등장하는 장면이며, 다른 하나는 런던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었다. 포스트 프로덕션을 통해서 가다듬어야 할 작업 양이 많은 이 액션 장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제작사는 작업 기간을 두 달 연장했으며, 덕분에 개봉 날짜는 2010년 2월로 연기되었다. 장담하건대, 이번 영화를 통해서 릭 베이커의 작업은 진가를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에선 빠졌지만), 진짜 베니치오 델 토로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