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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2. TUE

nineteen’s dream

nineteen’s dream

영화 '괴물'의 소녀는 이제 없다. 그녀는 홍대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사진전에 작품을 출품하고, 혼자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새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유승호의 단짝, ‘풀잎’으로 나타났다. 2010년 첫 날 만난 열 아홉 고아성.


1 벽에 걸린 니트 카디건. 에린 브리니에. 블라우스. 제이미 앤 벨. 베스트. 스테파넬. 스커트. 엔트웰브. 부츠. 호간. 니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 페도라. 제이미 앤 벨. 스웨터. 스테파넬. 팬츠. 지아킴. 레이스업 부티.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고아성은 부쩍 자라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 방문한 미니홈피부터 놀라웠다. 열 아홉 소녀의 것이라 하기엔 풍성한 음악 스펙트럼과 놀라운 사진 실력, 혼자 떠난 여행의 추억과 진지한 성찰이 있었다. ‘공부의 신’ 촬영이 없는 유일한 휴일이었던 새해 첫날, 고아성은 늘 갖고 다녀서 무겁지 않다는 커다란 DSLR을 메고 나타났다. 인터뷰를 통해 그간 그녀가 사진, 음악, 여행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냈으며, 그러면서도 인디 밴드 네스티요나가 그녀를 위해 작곡했다는 ‘별, 열일곱의 너에게’의 가사처럼 고민 많은 십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스위스의 시골 마을로 영영 떠나버리지 않는다면, 몇 년 후 우리는 아티스트의 감성을 지닌 드문 연기자를 얻게 될 듯하다.

새해부터 촬영해서 어떡해요.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잘 했나 모르겠어요.

쑥스러우면 연기를 어떻게 해요.

맞아요. 다시 말하면 쑥스럽기보다는 자신감이 없어요. 내 욕심에 능력이 못 미쳐서 그런 것 같아요.

욕심이 어느 정돈데요.

만족해본 적 없어요. 연기 말고도,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불러도.

홍대 ‘무대륙’에서 공연하는 동영상을 봤는데, 훌륭하던걸요.

‘무대륙’에 자주 가다보니 주인 언니와 친해져서 한번 해 본 거예요.

인디 밴드 네스티요나의 앨범에 피처링도 했죠.
네스티요나의 팬이었는데, 공연 다니면서 친해졌어요. 홍대 인디 밴드들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홍대에 갔어요. 요샌 촬영 때문에 못가지만.

요즘에 즐겨 듣는 노래는요.

네스티요나를 좋아하지만 앨리엇 스미스의 LP를 선물받고 그에게 꽂혀 있어요. 80년대 가요도 많이 듣고요. 

언젠가 음반을 낼 것 같아요.

생각 없어요. 공연을 하면서 무대에 서는 두려움이 줄어들었어요. 그것으로 족해요.

어머니가 서태지의 ‘왕 팬’이라면서요.

네.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라서 나도 서태지의 팬이에요.

친구같은 엄마를 둬서 좋겠어요. 기획사 없이 어머니와 일하잖아요.

기획사에 들어갈 필요를 못 느껴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 활동해서인지 어딘가에 소속되면 불편할 것 같아요.

어머니가 촬영 내내 스케치 사진을 찍던데…. 포토그래퍼도 놀란 그 카메라는 본인 것인가요.
사진이 좋아요. 우리 기억의 증거가 돼주니까.

<여행자>로 칸 영화제 초청받았을 때 찍은 사진들을 봤는데, 수준급이던데요. 
칸이 워낙 예쁘잖아요.

‘카쉬전 인물사진 공모전’에서 상도 탔던데, 어떤 사진을 출품했어요?
여기 있어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조심스레 사진을 보여준다)

수녀의 뒷모습이네요
.
<여행자> 촬영할 때 수녀 역할로 나온 배우가 모델이 돼줬어요.

좋아하는 피사체는요?

사람이 재미있어요. 친구들을 많이 찍는데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이 싫어서 몰래 촬영해요.

친구들이 싫어할 텐데.

그래서 몰래 찍고 말 안해요.

다른 작품들보다 <여행자>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 같아요. 

어쩌다 <괴물>이라는 대형 영화에 출연하게 됐지만 ‘마이너 영화’를 좋아해요. <여행자> 같은 작지만 좋은 영화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어요. 처음에 감독님이 “<괴물>에 나온 배우가 우리 영화를 할까?” 하셨대요. 이 얘길 듣고 절망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날 이렇게 보고 있구나, 이제 변해야겠다.

시나리오는 어머니와 함께 선택하나요.

엄마 의견을 들어보긴 하지만 최종 선택은 내가 해요.

‘공부의 신’도 본인이 선택한 거라면, ‘마이너 취향’과는 비껴가 있네요.

<여행자>후에 <결혼식 후에>와 단편 영화 <식스틴>을 찍었는데,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평가를 받고 싶은데, 본 사람이 없는 거죠. ‘내 취향만 따라가도 안 되는구나’ 싶었어요.

<여행자>에 비해 드라마 얘기할 때는 그다지 달가워 보이지 않네요.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서 보여주기 위한 연기를 하잖아요.

보여주기 위한 연기가 뭐죠?

드라마는 영화보다 대중에게 더 맞춰진달까요. 예술가는 본인의 취향을 마음껏 발산하고, 대중은 수많은 취향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야 해요. 예술가가 대중을 따라가는 건 아니죠. 물론 드라마를 비하하는건 아니예요. <여행자> 하면서 우울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공부의 신’을 통해 밝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아요.

유승호와 함께 출연해서 안티 팬이 걱정된다고 했죠?
<괴물>에 출연하면서 대중과 많이 부딪혔어요.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과 평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요. 하지만 이제 그들과 마주할 수 있어요. 상처주는 말들도 나름 합리화해서 넘겨버릴 수 있게 됐고.

미니홈피에 여행 사진이 많던데, 다 혼자 찍은 사진뿐이네요.
엄마한테 비밀인데, 혼자 간 거예요. 석모도, 강화도로 다섯 번 정도 몰래 다녀왔죠.

혼자 떠나는 여행이 왜 좋아요?

서두를 필요 없이 걸을 수 있어요. 평소엔 학교를 오가거나 약속 장소에 갈 때만 걷는데, 내맘대로 하루종일 걸을 수 있어요. ‘공부의 신’ 끝나고도 다녀올 거예요.

성인이 되면 바로 배낭여행을 떠나야겠네요
.
네. 어른이 되자마자 혼자 살 거예요.

미니홈피에 ‘역시 진정한 어른은 없다’는 자조적인 글을 남겼던데,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요?

팬들이 쪽지로 보내온 글 중에 인상깊어서 올린 글귀예요. 예전엔 ‘이런 어른이 돼야지, 어떻게 살아야지’하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바라는 것들이 현실에선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정도의 삶을 살겠거니’ 생각하게 된거죠. 

본인이 쓴 글도 많던데, 글쓰기를 좋아하나봐요.
재작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요. 일기가 1~2년 쌓이다보니까 큰 재산이 됐죠. 인터뷰가 있을 때나 연기 준비할 때 많은 도움이 돼요.

극의 상황에 따라 비슷한 감정이었던 때의 일기를 꺼내보는 건가요.

그것도 그렇지만, 책은 안 읽고 늘 일기를 꺼내봐요. 책은 남의 이야기지만 일기는 내가 쓴 책이나 다름없으니까 더 좋아요.

책을 출판하고 싶진 않아요?

언젠가 고아성이 사진집이나 앨범을 낼 것 같다는 수근거림이 싫어요. 하지만 가수나 작가가 부러울 때가 있어요. 그들과 달리 연기는 내 감성을 표출할 수 없는 분야잖아요. 답답함이 쌓이다 보면 다른 매개체를 통해 표출하겠죠. 아직까진 자신 없어요.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 거죠. 친구는 많아요? 연예인 고아성을 시기하는 친구는 없나요?
<괴물>에 출연하기 전부터 만난 친구들이에요. 날 연예인으로 안 봐요.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친구들과 뭐하면서 놀아요?

롯데월드 갈 때도 있고, 친구집에서 하루종일 수다 떨고.

주로 어떤 얘기를 하나요. 20대 여자들은 주로 남자 얘기를 하는데….

우리도 남자 얘기 많이 해요. 물론 언니들과 대화 수준이 다르겠지만.

남자 친구가 있었음 좋겠죠?

사랑받았음 좋겠다고 아기처럼 갈구할 때가 있잖아요. 요즘 그래요. 사실 연기 때문이기도 하죠. 나이가 어린만큼 경험도 없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힘들죠. 상상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따라갈 순 없어요. 친구가 죽는다든지, 아기를 낳는다든지 하는 건 힘들겠지만 사랑 경험은 해보고 싶어요. 

어떤 남자친구를 원해요?

나를 많이 좋아해주면 돼요. 난 갓난 아기를 만나든 강아지를 마주치든 날 안 쳐다보고, 안 좋아하면 많이 신경쓰여요. 배우가 되고 나서 생긴 버릇이예요. 배우는 혼자 만족해도, 사람들이 안 봐주고 평가 안 해주면 아무 소용 없잖아요.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돌아서면 “난 왜 이들에게 어필할만한 매력이 없을까” 하고 실망해요. 모든 배우가 그럴 거예요.
지금 충분히 예쁘고 연기도 잘해요. 자책 말아요.
만나는 사람마다 매력적으로 보여야하고, 어필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계속 될 거예요. 배우는 늘 오디션의 연속이니까요. 

그럼 배우 된 거 후회해요?

쾌감이 있어요. 특히 감독님이 칭찬해줄 때. 그런데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는 티가 확 나는 게 문제예요.

이제 열 아홉살, 또래 친구들은 앞으로 많은 가능성을 두고 있죠. 진로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 싫진 않아요?

배우는 직업이 아니에요. 자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잖아요. 기회가 있어야 연기를 할 수 있고, 늘 불안정하고. ‘공부의 신’에 함께 출연하는 김수로 아저씨한테 이점에 대해 물어본 적 있는데 “혼란의 연속이야”라고 답하던데요. 안정된 위치의 배우도 이 정도니 앞으로 연기 외에 다른 것들도 많이 시도하려고요. 사진을 찍든가 음악을 한다든가.

고민이 많아보여요. 설마 아직도 사춘기예요?

중학교 1학년 때 사춘기가 왔어요. 그땐 무언가 표현하고 싶어서 안달이었죠. 엄마에게 내 생각을 말하고 타협을 봐야겠다 싶었는데, 엄마는 “어렸을 땐 착하고 말 잘 들었는데 왜이리 변했니?” 하시는 거예요. 엄마를 속상하게 하기 싫어서 그냥 조용히 지냈죠. 사람들과 부딪치기 싫어서 말 잘 듣는 스타일이에요. 늘 평화롭고 싶달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관심없죠.

‘절친노트’에 딱 한번 출연했는데 나랑 안 맞아요. 난 나서기도 싫고, 말도 못해요. 앞으로 안 할 거예요.

그래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요.

원하는 것만 하며 산다는 건 힘들겠죠. 하지만 최대한 그러고 싶어요.

어떤 지인은 모든 걸 접고 평생의 꿈이었던 세계여행을 떠난대요.

멋있다. 내 꿈이 평생 먹고 살 만한 재산을 모으면 스위스 시골로 떠나는 거예요. 그리고 안 돌아오는 거죠.

평생 먹고 살 만한 재산 모으기가 쉽지 않죠.

그분한테는 빚내서라도 떠나라고 하세요. 그리고 안 돌아오면 돼죠(웃음). 한국에선 평생 고아성으로만 살아야 하잖아요. 그게 너무 싫어요. 환경이라도 바뀌면 타인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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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KIM NA RANG
사진: 김보하
스타일리스트: 하상희
헤어&메이크업: 권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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