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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WED

밤바라밤밤. 신나는 개일기

#3 작품이 된 강아지

데이비드 호크니부터 앤디워홀까지! 아티스트가 사랑한 강아지 이야기


둥근 헤어스타일, 측은한 눈빛, 내려간 입꼬리. 밤이의 시그너처 표정을 수채화용 펜슬로 그렸다. 닮지 않았나?


얼마 전 실크 스크린에 도전할 기회가 있었다. 패션 브랜드 구호에서 진행된 클래스로 에코백에 실크스크린을 찍어보는 작업이었다. 어떤 그림을 에코백에 올릴까 고민하던 참에 예전에 그려둔 밤이 캐릭터가 생각났다. 그렸다기보다는 끄적거린 수준의 그림이었지만 소박한 에코백 위에선 빛을 발할 것 같았다.




강사님의 친절한 설명과 준비로 실크 스크린 클래스는 생각 보다 수월했다.찍어낼 위치를 정하고, 스퀴즈(잉크를 내리게 하는 도구)로 밀어내는 정도의 간단한 작업이었다. 밤이 얼굴을 얹히고 그 아래 밤이의 애칭, 밤스키를 영문으로 썼다. 과연 성공할 것인가! 두근두근.




결과는 100점 만점에 100점! 실크 스크린 특유의 투박함이 밤이의 부스스한 털을 잘 표현해주었다. 밤이의 심정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눈망울(주인만 알 수 있는)도 마음에 쏙 들었다. SNS에 이 에코백 사진을 올렸더니 구매하고 싶다는 메시지까지 올 정도였으니 대성공이라 말해도 될 듯.




에디터의 경우는 취미 생활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키우는 강아지가 예술적인 영감이 된 경우가 많다. 작품이 된 강아지들 말이다. 먼저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가 키우는 닥스훈트 두 마리를 주인공으로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 잠든 모습, 웅크린 모습, 물 마시는 모습 등 강아지들을 향한 어마어마한 애정이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포즈가 인상적이다. 이 그림들을 묶은 The Dog Days는 에디터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호크니는 강아지들을 그리는 것에 대해 책에 이렇게 설명했다. “강아지들은 좋은 모델은 아니죠. 작은 소리에도 어디론가 사라지니까요!”




자신의 반려견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미국작가 윌리엄 웨그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화가로 아티스트의 삶을 시작했지만 1970~80년대 강아지 만 레이(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의 이름을 강아지에게 붙여주었다)와 그의 자식들을 사진에 담아 유명 작가로 성장하게 된다. 강아지에게 인간의 옷을 입히고 포즈를 취하게 한 의인화된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동물을 대상으로 혹독한 트레이닝을 시키고 동물을 소품화하는 게 아닌가 비판도 받았다. 처음 작품을 접하면 강아지들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작위적이라 느껴져 살짝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재미있는데 이상하다. 하지만 만 레이를 모델로 쓰게 된 것은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페인팅에서 사진과 비디오라는 장르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었죠. 그때 만 레이를 키우게 되었어요. 만 레이는 사진과 비디오에 흥미롭게 표현되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작업이 이어졌죠. 만 레이는 제 작품의 10퍼센트만 출연했을 뿐인데 제 작품 자체라고 알려져 있답니다. 이렇게 유명한 강아지의 주인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요. ”아티스트와 피사체의 운명적인 만남은 막스마라, 트루사디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물론 유명 패션지의 화보 작업까지도 이어졌다. 만 레이와 후손들은 세상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강아지 패밀리임에 틀림 없다.




우리에게 친숙한 스누피는 어떤가! 스누피를 그린 찰스슐츠는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 스파이크에서 영감을 받아 스누피를 탄생시켰다. 사냥개였던 스파이크가 비글로 다시 태어나(?)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 외에도 파블로 피카소, 앤디워홀, 에드워드 뭉크 등 강아지를 향한 애정을 예술로 표현한 아티스트는 수 없이 많다. 사랑스러운 행동과 눈빛에 끌려 아티스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강아지를 작품 속에 초대한 것이다. 감히 비교할 순 없지만 고등학교 이후 쥐어본 적 없는 붓과 크레용을 사용하게 하게 한 밤이의 매직처럼 말이다.




다음 편에 또 만나요

CREDIT

글 김주연
사진 윌리엄웨그만오피셜 사이트, 스누피인스타그램
디자인 황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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