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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2. FRI

EPI. 37 TRIP TO SEOUL

서울을 여행하다

멀리 떠나버리고 싶다가도 긴 여행을 떠나면 금세 다시 돌아가고 싶던, 나의 애증의 도시 서울. 멀리 떨어져 살아보니 이젠 또 다르게 보인다



만날 사람이 있어 서울로 갔다. 볼일을 마치고 그날은 친정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다. 간만에 여러 식구가 둘러 앉아 저녁을 먹었는데, 그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이 꽤 달콤했다. 근황을 묻고 답하는 일은 성가시거나 귀찮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씻으려는데, 나는 그만 깜짝 놀라 남편에게 달려갔다. “맡아봤어? 수돗물 냄새?” 동그랗게 모은 두 손 가득 물을 담아 세수하려는데, 수돗물에서 나는 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믿고 마시라고 광고하는 수돗물에 이상이 있을 리 없다. 변한 것은 나였다. 지난 몇 계절 동안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사용하며 생활했던 내 코가 예민해진 것이었다.


수돗물 냄새 뿐 아니다. 가끔 서울에 오면 이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에 놀라게 된다. 그중 가장 크게 다가오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다. 조금 붐비는 동네에 나가면 자꾸 멍해진다. 곁을 지나가는 사람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동네에 살다가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동네에 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그들은 시골 노인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모두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어깨라도 부딪힐까 안절부절 거리를 걷다가 지하철이라도 타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 타인이 가까이에 서서 날숨을 내뿜는 것은, 아아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또 한 가지 놀란 일은 내가 좋아하던 식당 셋 중 둘이 문을 닫거나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겨우 2년만의 일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노래 ‘다시 가보니 흔적도 없네’가 떠오른다. 그야말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주제가로 삼아도 될 만한 노래다. ‘다시 가보니 흔적도 없네, 틀림없이 여기쯤인데, 다시 가보니 흔적도 없네, 작은 집이 있었는데’


달리 보면 좋은 점도 많다. 버스와 지하철은 매우 자주 오는데다가 친절하게도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니, 네 시간에 한 대씩 버스가 오는 동네에 사는 나로서는 신세계다. 급한 일이 있을 땐 오른손만 쭉 뻗으면 택시가 달려와 태워주니 시간 낭비할 일이 없다. 카페인이 부족할 땐 몇 걸음만 걸으면 골목마다 자리를 잡은 카페가 눈에 띄고,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땐 고개만 돌리면 편의점이 반겨준다. 유명한 골목길에 자리 잡은 개성 있는 작은 레스토랑들은 또 어떤가. 마치 외국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게다가 이젠 외국의 유명 먹거리들이 거의 다 수입되어 있지 않은가. 많아야 일 년에 두 번, 뉴욕 출장 가면 먹을 수 있던 햄버거 가게가 강남역 한복판에 서있던 모습은 ‘2017 가장 충격적인 장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그렇다. 서울은 그야말로 편리한 도시. 소비천국인 것이다. 외국의 관광도시들에 비해 안전하고 깨끗하고 환율 걱정할 일 없고. 무엇보다 어딜 가나 말이 잘 통하니, 내게 이보다 더 좋은 여행지가 어디에 있을까 싶다.


to be continued...

CREDIT

글 김자혜
에디터 김영재
디자인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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