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 에디터스 > 디 에디터스

2017.12.22. FRI

EP. 3 HELLO STRANGER?

여행지의 낯선 남자

여행만 가면 신선한 ‘여행용 애인’ 찾아 헤매는 K에게…



평소 화려한 과거를 뒤로하고 착실하게 살아온 K. 단 하루의 휴가만 생겨도 기어코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그녀의 여행은 어딘지 좀 남들과는 다르다. 여행지를 정하는 것까진 평범한 데… 항공도 호텔도 식도락도 쇼핑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건 물론이요, 평소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혼자 떠난다는 게 뭔가 의문스럽다.


“이번엔 진짜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지. 근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웬 멀쩡한 남자가 혼자 조식을 먹고 있는 게 아니겠어? 게다가 그 남자가 나한테 혼자 왔냐고 먼저 말을 거는 거야. 자긴 오늘 어디 갈 건데 넌 뭐할 거냐고.” 낯선 곳에서 여행자들끼리 뭐 그런 얘기 정도는 당연히 나눌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항상…




“처음엔 하루 일정만 같이 하기로 했어. 왜 가끔 잘 모르는 사람한테 더 솔직해지는 거 너도 알지? 얘기하다 보니까 끝이 안 나고 또 어차피 내일도 별 계획이 없고, 교통비도 아낄 겸 같이 다니면 좋고…정신 차려 보니 일주일을 같이 보냈네? 헤어지며 이메일 주소만 ‘쿨’하게 주고받았는데, 오늘 아침 출근했을 때 이메일이 와 있는 거야!”



여행용 애인과 랜선 애인 지속하려는 K에게….


네가 항상 여행을 혼자 가길래 나는 네가 여행지에서의 무드를 진정 즐길 줄 아는 고독한 방랑자인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얼마나 대형 오산이었는지 방금 깨달았어. 알고 보니 넌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이와의 영화 같은 로맨스의 환상에 중독된, 일명 ‘현실에서 <클로저> 찍고 앉았네 신드롬’을 심하게 앓고 있구나.


네가 내수에서보다는 인터내셔널에서 환영받는 보디&소울의 소유자라는 건 인정해. 가끔 짜릿짜릿한 것도 뭐 나쁘진 않겠지. 근데 우연이 진짜 우연이어야지. 조식당에 내려갈 때 평소처럼 무릎 나온 추리닝 대신 왜 엉덩이까지 타이트하게 당겨주는 레깅스를 입은 거니?




거기서 만난 남자랑 ‘뭘’ 했는지는 내가 예의상 묻지 않겠어. 근데 ‘쿨’하게 이메일 주소만 알려준 건 또 뭐니.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 남자는 네 이름도 모른다는 거야! 네가 고3 때 다닌 영어학원에서 지은 닉네임이 너의 본명인 줄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인데, 너는 그와의 로맨틱한 ‘퐁당퐁당’을 랜선으로 이어갈 흑심을 품고 있어.


그나마 윤리적인 너도 이 정도의 필터를 장착했는데, 상대방인 그 남자의 신상정보가 팩트라는 근거 있어? 어쩌면 넌 멕시코에서 마약을 거래하다 도주 중이고 전 여친을 폭행한 전적이 있는 남자와 회전목마 타면서 분수 쇼 보고 있는 건지도 몰라. 뭐 며칠간의 불장난이라면야, 아무렴 어떻겠니. 그렇지만 넌 지금 이메일을 받았고, 답장을 하려고 하고, 그럼 또 답장을 기다릴 거고. 맞지?


어떤 연애든 시작 전에 가장 주의해야 할 건 김칫국인데, 며칠 간 여행지에서 애정 호르몬을 폭발시키고 왔을지 몰라도 그와 넌 각자의 일상으로 이미 돌아가 있잖아. 이제부터 남은 건 비루한 현실과 맞지 않는 시차만큼이나 어긋나는 대화뿐이라고.


거기서 좋았던 건 말 그대로 ‘거기’였기 때문이지, 북극처럼 추운 서울이나 네가 전혀 모르는 그 남자의 도시에서가 아니야. 처음 가본 곳에서 처음 먹어보는 이국적인 음식을 먹으며 처음 만난 남자와의 설렜던 며칠 간의 로맨스를 현실로 돌아와서도 재현할 수 있는 커플이 혹시 있다면 내가 그 커플 주례를 서겠어!



 Ms 모랜니가 전하는 말 

세상 모든 연애가 다 아름다울 거 같죠? 네 네네.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요. 연애의 쓴맛은 사귈 때 한번, 권태기에 한번, 헤어질 때 한번, 추억할 때 이불킥하며 또 한 번.. 시도 때도 없이 온답니다. 극한 직업, 쓴맛 나는 ‘연애 지뢰 탐사대’ 출신의 'Ms. 모랜니'가 이 세상 여자들에게 연애 금지 오답 노트를 공개합니다. 내가 모랬니? 그 남자 아니랬지? 두 번 얘기 안 하게 해주세요. 격주에 한 번씩 쓴소리 좀 할게요.




 지난 편 보러가기 >

CREDIT

글 MS 모랜니
에디터 김보라
디자인 박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디지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