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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FRI

EP. 2 YOU ARE NOT TEACHER

맨스플레인 머신이야 뭐야

가르치려고 드는 남자한테 평생 수강권 끊으려는 P에게…



평소 인문학, 철학, 문학, 과학까지 잡다한 지식을 뽐내는 P. 늘 자기 관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그녀답게 주말 북클럽에 다닌다더니 여태껏 나가본 모든 동호회를 통틀어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 집단은 처음이라고 환호성을 부른다.


그중 서울 이름난 대학 대학원생이라 자신을 소개한 남자와 둘이서만 따로 만나 지적 감성 충만한 데이트를 했다고 한껏 들떴다. 


“하품 나는 남자들이랑 맨날 겉도는 여행 얘기, 취미 얘기 하는 소개팅에 내가 진짜 발바닥까지 질렸었잖아! 근데 이 남잔 내가 읽던 책을 보더니 “푸코 좋아하세요?” 그러는 거야(내가 읽던 책은 푸코도 아니었는데 말야, 꺅!)




그 이후 얘기를 하면 할수록 얼마나 다방면에 조예가 깊은지 몰라. 음악도 거의 다 들어봤다 하고, 하루키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까지 다 꿰고 있어!


내가 취직한 지 얼마 안 됐다 보니 회사 고민이 너무 많은데 입 떼자마자 바로 알아듣고 곧바로 탁 일침을 놓으니까 ‘쿨내’가 진동하더라? 내가 뭐든 주제 하나만 던지면 오빠는 얼마나 청산유수로 얘기가 이어지는지 완전 나만의 ‘알쓸신잡’ 찍는다니까 요즘!”




가르치려고 드는 남자한테 평생 수강권 끊으려는 P에게…

네가 항상 지적인 코드가 잘 맞는 남자를 찾아 헤맨 건 잘 알지만, 너 아무래도 맨스플레인 머신을 만난 것 같아. 잠깐의 정적이 흐를 틈도 없이 자기 지식을 늘어놓고 있는데 네가 하트 ‘뿅뿅’에다 잘한다 잘한다는 작두를 태우니까 지금 그 남자는 네 앞에서 지식 알파고가 된 기분인가 봐.


하품 났던 소개팅 상대남들도 지금 이 비공식 알쓸신잡남도 결국 모두 너와 지식 대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잘 생각해봐. 그 남자들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고 아끼고 싶어 하는지는 뭐로 알 수 있는 거니?


내가 들은 건 누가 더 잡학 지식이 많고 적은지 뿐인걸. 하루키가 무슨 음식 좋아하는지 아는 남자면 네 연애 상대로 합격하는 거라는 건… 설마 아니지?


내 기억에 넌 한때 음악을 진로로 하려 했을 만큼 오랫동안 악기를 연주했고 아마추어 밴드 활동도 했는데, 네 앞에서 ‘음악을 거의 다 들어봤다’고 하다니 이런 차 떼기 포 떼기 웅앵웅 초키포키가 어딜 봐서 조예고 어딜 봐서 깊이인 거야?


아니 그리고 첫 데이트에 널 얼마나 잘 안다고 초면에 입 떼자마자 네 고민의 디테일은 후려치고 일침을 놓으셨대, 혹시 ‘일침을 놓는 순간에 너무나 멋진 나님’에 중독되신 분은 아닌지 좀 더 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거쳐보길 추천할게.


설령 네가 회사에서 뭔 잘못을 했다 한들 네가 나약하고 부족하기 짝이 없어서 누군가로부터 정신 번쩍 들게 직언을 듣고 싶은 게 아닌 이상 한없이 다정하고 자상해야 그나마 견딜 만큼 팍팍하고 힘든 게 인생인데 말이야.


게다가 그는 너와 같은 직장인도 아닌 대학원생이라며. 네가 하려는 게 연애인지, 네 인생에 대한 자기계발서적인 과외인지 헷갈리지마.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나도 일침 좀 놓을게. 자신을 지칭할 때 ‘오빠가~’라고 시작하는 건, 유소아기에 자아가 형성될 때나 쓰는 거라고. 여러 면에서 성숙한 남자를 찾아보자, 나이 많아서 오빠라는 호칭 정리부터 하려는 남자 말고.


 Ms 모랜니가 전하는 말
세상 모든 연애가 다 아름다울 거 같죠? 네 네네.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요. 연애의 쓴맛은 사귈 때 한번, 권태기에 한번, 헤어질 때 한번, 추억할 때 이불킥하며 또 한 번.. 시도 때도 없이 온답니다. 극한 직업, 쓴맛 나는 ‘연애 지뢰 탐사대’ 출신의 'Ms. 모랜니'가 이 세상 여자들에게 연애 금지 오답 노트를 공개합니다. 내가 모랬니? 그 남자 아니랬지? 두 번 얘기 안 하게 해주세요. 격주에 한 번씩 쓴소리 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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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MS 모랜니
에디터 김보라
디자이너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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