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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6. MON

EPI. 33 GUEST LIST

깊은 산 속 민박집 누가 와서 쉬나요

시골의 작은 마을의 가장 구석진 곳에 지어진 작은 집. 주인장인 나조차 ‘도대체 여기까지 누가 찾아오긴 할까?’ 라고 의심했던, 그런 민박집. 오픈 일주년을 맞아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잠들고 깨어 돌아갔다. 오늘은 그동안 만났던 손님들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략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시골에서의 삶이 궁금해서 찾아오는 사람들. 그들은 적극성에 따라 또 한 번 나뉜다. 하룻밤쯤 머물러보면 어떨까? 하는 이들이 있다. 막연한 호기심을 확인하기 위한 체험학습이랄까?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이들도 있다. 대체로 우리 또래의 부부들이다. 그들은 비슷비슷한 질문을 건넨다. 이런 집을 대체 어떻게 구했느냐, 얼마 주고 샀느냐, 어떻게 여기 와서 살 생각을 했느냐, 먹고 살만 하냐, 등의 물음. 우리는 대체로 웃으며 얼버무린다. 그런 식의 짧은 대화로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부류는 말 그대로 쉼이 필요해 떠나온 사람들이다. 도시에서의 생활에 지쳐버린 그들은 작은 방에 숨어들어 고양이처럼 웅크린다. 텔레비전도, 책상도, 컴퓨터도, 부엌도 없는 텅 빈 방은 그들에게 최상의 휴식 공간이 되어 준다. 그들은 높은 마루에 올라 앉아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거나, 방바닥에 누워 천정 나무의 옹이를 세거나, 팔을 휘적거리며 동네를 걸어다닐 것이다. 시시각각 관찰한 것은 아니니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분명한 건 그들이 매우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이 같은 부류의 손님들을 특히 좋아하고 연민한다.


지난해 연말, 어떤 젊은 남자는 홀로 우리 집을 찾아 일주일동안 머물고 돌아갔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단순한 옷차림을 한 그는 발걸음마저 사뿐했다. 그가 우리집에서 내는 소리라고는 마루에 앉아 드르륵드르륵 커피 원두를 가는 소리뿐이었다(그는 그라인더와 원두, 드리퍼를 가져와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우리는 서로 말을 걸지 않았다. 그가 고요한 시간을 원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가며 마주쳐도 그저 웃으며 인사를 건넬 뿐이었다. 어떤 날엔 현관 문고리에 귤이 담긴 검은 봉지가 걸려있기에 맛나게 얻어먹었다. 마지막 날, 또 쉬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어색하게 웃으며 떠난 그는 아직 소식이 없다. 쉬러 올 일이 없다는 건 분명 그에게 좋은 일일 거라고, 나는 희미하게 안도한다.


지난 늦여름에는 우리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부부가 오셨다. 조용히 책을 읽으러 오셨다는 두 분.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서 하동까지, 먼 길을 온 목적은 박경리 문학관이라 하셨다. 두 분은 오후의 외출을 제외하고는 2박 3일 내내 마루에서 책을 읽거나 조용히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셨다.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바랄게요.”라며 떠나신 두 분이 남긴 자리는, 이틀 전 내가 청소해 둔 모습 그대로였다. 지난 3일간 부부의 방이었던 공간을 둘러보며, 나는 부끄러워졌다. 처음 민박집을 오픈했을 때 나의 마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젊은 손님들만 받고 싶었다. 나이가 많은 손님들은 응대하기 까다로울 것 같은 마음에서였다. 요구사항이 많을 것 같기도, 시끄러울 것 같기도, 무례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겪어보니 매너는 나이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억척스레 집을 어질러놓는 젊은 커플이 있는가 하면, 작은 질문을 건네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어르신도 계셨다.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면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생길지도,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눈이 더 예리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오산이었다. 한눈에 어떤 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헛되고 미련한 것인지,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았을 뿐이다.


to be continued...



CREDIT

글 김자혜
에디터 김영재
디자이너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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