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 에디터스 > 디 에디터스

2017.04.28. FRI

EPI.24 SPRING BREEZE

꽃놀이 유감

매화와 벚꽃이 올해도 빼놓지 않고 우리 동네에 다녀가셨다. 봄꽃 축제 관광객도 우르르 몰려왔다가 빠져나간 지금, 지난 한달을 되돌아본다. 대체 왜 때문에 다들 여기에 오는 거죠?



봄맞이 꽃놀이에 관해 논하기엔 조금 늦었다는 것을 안다. 이곳 남부지방의 봄꽃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그 자리에 푸른 잎사귀가 돋아 매일 제 세력을 넓혀가는 중이니까. 어쩌면 이것은 조금 의도한 것. 우리 동네로 몰려드는 꽃놀이 차량 행렬을 조금이라도 덜 늘리려는 심산이다. 우리집 부근에서 열리는 봄꽃 축제로는 광양 매화축제, 구례 산수유축제, 그리고 하동 화개 벚꽃축제가 있다. 3월부터 이어진 봄꽃 축제로 최근까지 온 동네가 몸살을 앓았다. 주말이면 꽉 막혀버리는 섬진강대로는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재앙이다. 그 덕에 평일에 장을 미리 봐 두고 주말엔 집밖으로 한발도 나가지 않는 생활을 한 달 넘게 이어갔다. 몇 주 전 토요일 밤, 모녀 손님이 매우 지친 모습으로 입실하는 일도 있었다. 차가 꽉 막혀 몇 시간동안 도로에 갇혀 저녁식사도 하지 못한 채 겨우 왔다는 것이었다. 평소 30분이면 될 거리를 달려오는 데 3시간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건 예삿일이 되었다. 


꽃 많이 핀다고 소문난 동네로 우르르 몰려가는 꽃놀이가 나는 좀 유감이다. 물론 그 목적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중년들은 제게 또 한번 허락된 봄이 반갑고 고마운 심정으로 길을 떠날 것이다. 젊은 커플들은 꽃구경을 핑계로 색다른 데이트를 해보려는 것일 테고. 그 기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니, ‘봄이 그렇게도 좋냐 이 멍청이들아’ 라던 노래가사 정도의 반감은 아니다. 다만 봄을 반기는 기분을 이용하는 봄꽃 축제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문제는 축제의 부대 시설과 콘텐츠의 질이다. 차는 막히고 주차장은 모자라는 건 그렇다 치자. 어딜 가나 뽕짝이 흘러나온다. 춤추고 노래하는 각설이가 없으면 그나마 고마운 마음이 들 지경이다(그러나 각설이는 어느 축제에나 존재한다!). 지역마다 저마다의 특색이 없다는 것도 아쉽다. 그 중 가장 최악은 질 나쁜 음식이나 상품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이다.



문제는 사람이지 꽃이 아니다. 축제가 어떻든지 꽃은 아름답게 피어난다.


지역 축제에 대한 철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던 나의 마음을 조금 움직였던 사건이 있었다. 지난 3월 초, 아직 꽃이 덜 핀 광양 매화마을을 찾았다. 놀러온 지인들을 위한 관광코스였다. 한 바퀴 휘이 돌고 난 우리들 눈에 들어온 건 음식을 파는 천막.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던 터라 성인 네 사람이서 국수 한그릇, 파전 한 장 사서 한 젓가락씩 맛이나 보자, 하였다. 사이좋게 나눠먹다가 그만 넷 다 깜짝 놀랐다. 그토록 슴슴하고 맛있는 된장국수는 처음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나는 그 국수를 2주 뒤에 또 먹었다. 놀러온 다른 지인들을 부러 그곳으로 이끌어 꽃구경을 시킨 후, 국수집으로 유인한 것이다. 국수 때문에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지다니! 이상한 패배자의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내 앞에는 된장국수가 놓였다. 망설이던 지인들 앞에도 각각 한 그릇씩. 여섯 개의 그릇 모두 곧 깨끗하게 비워졌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봄 축제에서 원하는 건 큰 것이 아니다. 커다란 무대 설치하고 말도 안되는 부스를 만들 비용으로 괜찮은 가게, 그러니까 값이 적당하고 청결하게 관리되고 매년 그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가게 몇 개만 제대로 갖추면 좋겠다. 사람들이 지역 축제에서 기대하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가게들은 왼손이 되어 도울뿐, 오른손의 일은 봄꽃들이 알아서 다 하니까 말이다. 이상은 하동에 사는 오지라퍼의 듣는 이 없는 하소연이었습니다!


to be continued...






CREDIT

WRITER 김자혜
EDITOR 김영재
ART DESIGNER 조효정

자세한 내용은
엘르디지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