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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WED

Downside of Sex

섹스의 또 다른 얼굴

여자는 당장 무드등을 끄고 형광등으로 방을 밝혀 하얀 좁쌀처럼 보이는 것들을 가리켰다. ‘헤르페스’라는 단어에 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넘어 무서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금요일 저녁 8시. 여자는 그들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요리를 했다. 세상에서 요리가 제일 싫다고 말하던 여자였기에 남자는 그녀가 요리를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특별한 기분이었다. 비록 마트에서 파는 토마토소스를 넣은 게 전부인 스파게티였지만, 남자가 준비해 온 프랑스산 와인과 신기하게도 잘 어울렸다.

 

"짜잔. 오늘 내가 준비한 진짜 선물은 바로 이거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구강청정제였다. 그녀는 가글 후에 오럴 섹스를 하면 아주 새로운 느낌이 들며 좋다는 얘기를 어딘가에서 들었다고 했다.

 

여자는 조명을 무드등으로 바꾸고 남자의 벨트를 풀며 분위기를 잡았다. 남자도 못 이기는 척 여자를 도왔다. "어, 그런데 이건 뭐야?" 여자가 구강 청정제의 알싸하고 시원한 느낌에 빠져 있던 남자의 성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응? 뭐가 잘못됐어?" "아니, 여기에 뭐가 생겼어. 이거 헤르페스나 성기 사마귀 같은 거 아니야?" 여자는 당장 무드등을 끄고 형광등을 켜 하얀 좁쌀처럼 나 있는 것들을 가리켰다. 처음 들어 보는 단어들에 남자는 당황을 넘어 무서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있는 거 아니야?" 여자는 헤르페스가 굳이 성관계가 아니라도 걸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괜스레 눈을 가늘게 뜨며 남자를 떠 보기 시작했다. "원래 있던 거야. 가끔 작은 진주 모양으로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는데, 괜찮은 거래."

 

"확실해? 병원에 가봤어?" 여자가 재차 묻자, 남자는 당황한 얼굴로 핸드폰 검색을 시작했다. "봐, 여기 있잖아. 진주양 음경 구진증. 젊은 남성의 성기부에 생기는 작은 진주 모양의 둥근 돌기가 생기는 것으로 전체 성인의 약 19%에서 발견된다.”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정상적으로 생길 수 있고 아무런 증상도 없고 기능적으로도 아무런 역할이 없는 조직의 일종으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잖아. 이거라고. 헤르페스 아니야." 여자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남자의 휴대폰에 검색된 병명과 사진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아니, 우리가 1년이나 만났는데, 아직도 날 못 믿는 거야?" 서운함을 표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게 아니라, 헤르페스… 그거 다시는 걸리고 싶지 않단 말이야." 남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난번에 성기 헤르페스 걸린 적 있거든. 부위가 그렇다 보니까 이게 성병으로 분류가 되기도 하고, 특히 그때 자기가 해외 출장 중이었거든. 병원에서는 꼭 성관계가 아니라도 면역력이 떨어지고 피로하면 생기는 거라고 해서 안심은 했지만, 자기한테 얘기했다간 의심받을 것 같아서 그냥 말 안 했어.”

 

“그래서 자기 돌아오고도 한동안 피한 거야. 계속 핑계 대는 것도 힘들었지만, 예민한 부위에 물집 같은 게 잡히면서 콕콕 쑤시고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려서 진짜 괴로웠다고." 여자는 서러웠다는 듯 말했다.

 


 

"진작 얘길 하지 그랬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참에 나도 비뇨기과 가서 성병 검사 한번 해봐야겠다. 어떤 바이러스는 남자한테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여자한테는 치명적일 수가 있다고 하더라고. 자기한테 나쁜 걸 줄 수는 없지."

 

"멋쟁이! 그럼 지금 당장 좋은 것부터 줘 봐." 여자는 다시 조명을 무드등으로 바꾸고 구강청정제를 남자에게 넘기며 웃었다.

 

김얀이 전하는 말? 

한국 나이 35세. 언제나 연애 중인 ‘연쇄 사랑마’.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고 언니 믿으면 홍콩 간다. 여러분의 성진국 언니,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글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학하는 언니 입니다. 그대들을 위해서라면 흑역사 공개도 두렵지 않은 언프리티 섹스타 김얀의 이야기는 elle.co.kr 에서 격주 수요일 찾아 갑니다.

 

 

CREDIT

WRITER 김얀
EDITOR 김보라
ART DESIGNER 이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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