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 에디터스 > 디 에디터스

2017.02.08. WED

WHAT IS KAMASUTRA?

지난 밤 ‘자세’ 이야기

“나처럼 이제 막 불타오르기 시작한 커플들은 재미 삼아 한 번씩 따라 해 볼 만한 것 같아. 솔직히 매번 같은 자세 보다 낫지 뭐. 커플 요가처럼 운동도 되고 좋잖아. 요상한 자세 때문에 웃기도 하면서 더 친해지는 거지 뭐."


 

"걱정하지 마. 내가 어젯밤에 있었던 ‘썰’을 푼다니까. 넌 그냥 내가 말하는 대로 받아 적기만 하면 돼. 알았지? 그럼 점심때 보는 거다?" 집 근처 새로 생긴 인도 식당으로 나오라는 Y의 전화였다. 칼럼 마감날이 다가오면 ‘예민 보스’가 되어 책상만 지키고 있는 나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불러내는 걸 보면 분명 어젯밤에 대단한 일이 있긴 있었나 보다.  

 

차이(Chai)를 마시며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Y가 상기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그 왜, ‘토끼팡팡’이라고 예전에 누가 너한테 제보했다던 체위 말이야." "응? 그게, 뭔데, 뭔데?" 옆에 있던 J가 Y를 재촉했다. 귀여운 이름의 정체는 내가 섹스 칼럼을 막 쓰기 시작했을 때 한 여자 독자가 제보해 준 체위였다.

 


"예전에 너한테 듣고는 그냥 웃고 넘겼는데 어제 갑자기 그게 생각난 거야." "그러니까 여자가 바닥에 눕고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서 그네 타듯이?" "그래 그 거." 때마침 웨이터가 테이블로 음식을 내 오자 Y는 웨이터의 눈치를 살피며 속삭였다. J도 목소리를 낮춰 쿡쿡거리며 웃었다. 

 

"여자와 남자가 반대로 자세를 잡아도 가능해. 그러면 여자의 골반이 수축하면서 색다른 느낌이라고 하더라고." "근데 그림이 좀 웃기겠다." "그렇긴 한데, 그게 어느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느낌이 오더라 이 말씀이야. 그 후에 생각해 보니까 삽입 섹스는 역시 각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도 예전에는 일반적인 정상위를 안 좋아했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로 베개를 엉덩이에 깔고 하면 좋다고 하길래 시도해보니까 뭔가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었어." 이과 출신인 Y가 진지하게 말을 받았다.

 


"그런데 체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카마수트라라고 잡지나 앱에서 소개하는 체위 모음집 있잖아. 거기 보면 뭐 온갖 요상한 체위가 100가지도 넘던데. 대부분이 너무 비현실적이던데?" 커리에 난을 찍어 먹으며 J가 말했다.

 

"하긴 몇 년 전 한 산부인과 의사가 쓴 칼럼을 봤는데 질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오히려 체위를 자주 바꾸지 않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흐름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거야."

 

"그래. 카마수트라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사실 체위 이야기는 그 책에 20% 정도밖에 안 돼. 그 당시 사랑에 대한 철학을 쓴 책인데 어찌 된 일인지 그 부분만 부각 된 거 같아. 책을 정독해 보면 결국은 섹스나 육체적인 매력도 한때고, 연인의 매력을 결정짓는 건 위트나 교양이다. 이런 얘기가 많아(그렇지 않아도 이번 칼럼 때문에 카마수트라 번역판을 구해 읽던 중이었다).

 


"그런 얘기는 너무 뻔하잖아. 난 ‘남친’과 침대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더 필요하다고. 나처럼 이제 막 불타오르기 시작한 커플들은 재미 삼아 한 번씩 따라 해 볼 만도 한 것 같아. 솔직히 매번 같은 자세보다 낫지 뭐. 커플 요가처럼 운동도 되고 좋잖아. 요상한 자세 때문에 웃기도 하면서 더 친해지는 거지 뭐."

 

그때 문득 Y의 뒤에 걸린 카펫이 내 눈에 띄었다. 카펫 위에는 10만 년 동안 10만 8천 가지의 체위로 사랑을 나눴다는 인도 신화 속 시바와 그의 아내 파르바티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파르바티와 Y의 분위기가 묘하게 닮은 것 같아 몰래 웃었다.

 

김얀이 전하는 말? 

한국 나이 35세. 언제나 연애 중인 ‘연쇄 사랑마’.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고 언니 믿으면 홍콩 간다. 여러분의 성진국 언니,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글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학하는 언니 입니다. 그대들을 위해서라면 흑역사 공개도 두렵지 않은 언프리티 섹스타 김얀의 이야기는 elle.co.kr 에서 격주 수요일 찾아 갑니다.

 

 

 

CREDIT

WRITER 김얀
EDITOR 김보라
ART DESIGNER 이유미

자세한 내용은
엘르디지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