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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MON

BUSAN IN GREEN

부산 여행의 새로운 루트

부산의 산과 들로 떠나는 청정 여행이 궁금하다면

금정산 동쪽 산기슭에 자리한 사찰, 범어사.



반세기의 역사를 지닌 금강식물원. 예스러운 정취 속에서 망중한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부산 하면 사람들은 으레 바다를 떠올린다. 여름이면 송정부터 해운대, 광안리를 잇는 해안가는 장사진을 이룬다. 하지만 그곳을 채운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인들이다. 부산 사람들은 여름에 다다르면 복사열로 펄펄 끓는 백사장 대신 청량한 기운을 내뿜는 숲길을 걷는다. 현지인들의 진정한 여름나기가 궁금하여 그들을 쫓아 숲 그늘을 찾았다. 토요일 아침, 한적한 지하철을 타고 범어사역에서 내려 90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익숙한 도시 풍경을 등지고 굽이진 산길을 올랐다. ‘지상에서 듣는 가장 쾌적한 음악’이라는 찬사를 받는 어쿠스틱 기타 듀오 ‘곤티티’의 음악을 들으며 눈앞에 일렁이는 푸른 물결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몸과 마음이 한결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에 한껏 도취됐을 즈음 범어사 매표소 정류장에 다다랐다. 범어사는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손꼽히는 명찰이다. 역사적·종교적 가치를 차치하더라도 층층이 이어진 기와지붕 너머 나직한 능선이 켜켜이 쌓인 풍광으로 사람의 마음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내려오는 길에는 일주문 우측에 숨은 듯 자리한 등나무 군락지를 찾았다. 등나무 6500여 그루가 소나무, 팽나무를 감고 올라가 하늘을 뒤덮은 곳이라고 했다. 아쉽게도 개화 시기를 놓쳐 뭉게뭉게 피어난 연보라색 등꽃이 흩날리는 진경은 만끽할 수 없었지만, 하늘 높이 솟은 나무를 집요하게 감은 등나무가 이국적 정취를 자아냈다. 등나무 군락지는 범어사 경내에 속한 동시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원시림을 잘 보존하고 있다. 짧은 산책으로도 깊은 숲에 발을 들인 듯한 착각이 드는 이유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반쯤 가렸다고 한들 여름은 여름이다. 군락지를 한 바퀴 돌고 나니 목이 타는 듯 말랐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10분쯤 걸었을까. 유명하다는 백숙집 사이로 난 좁은 골목에 이르렀다. ‘새마을구판장’이라는 간판을 내건 낡은 가게가 여전히 자리한, 세월을 비껴간 듯한 골목을 따라 걷자 일순간 탁 트인 비탈 너머로 현대적 감성의 빨간 건물 한 채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범어사 인근에 위치한 피크닉 카페 ‘더팜471’. 곳곳에 창을 내어 자연을 끌어들였으며, 쑥 라테 등 자연의 향을 담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금강식물원 맞은편에 있는 ‘수림식당’의 대표 메뉴, 탄탄멘.



소풍은 누구나 설레게 하는 이벤트지만, 안전하고 쾌적한 장소를 물색하고 도시락을 싸는 수고가 뒤따른다. 더팜471은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되, 진정으로 소풍 온 기분을 선사하는 피크닉 카페다. 사업가 이용희 대표는 삭막한 도시를 떠나 이곳 하마마을에 집을 짓고 주말이면 뒤뜰을 가꿨다. 그는 어떤 식물이든 한번 뿌리내리면 문실문실 자라는 이곳의 놀라운 지력에 매 순간 감탄하며 신비로운 경험을 다른 이와 나누고 싶었다. 그리하여 비탈진 밭 옆에 건물을 세우고 누구든 밭을 거닐고 그 속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카페를 차렸다. 산장처럼 운치 있게 꾸민 실내 공간을 벗어나 밭을 지그재그로 걸으며 샅샅이 살폈다. 계단식 밭에 심은 녹차 묘목의 어린잎을 구경하는 중간중간 밤나무, 복사나무 아래서 뜨거운 햇살을 피했다. 눈앞의 작은 생명들이 눈에 익자 시선을 먼 곳으로 옮겼다. 눈을 맑게 하는 푸른 금정산 자락 한 곳에 유난히 긴 나무들이 응집해 있었다. 범어사 암자 중 하나인 지장암을 속세로부터 단절시키기 위해 심은 메타세쿼이아 나무였다. 하늘을 향해 시원히 뻗은 나무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출렁였다. 다음 행선지는 범어사, 더팜471이 기댄 금정산의 또 다른 자락에 위치한 금강식물원이다. 1969년 문을 연 이곳은 산자락에 있는 만큼 오르막을 활용하여 정원을 층층이 조성했다. 돌계단을 오르며 서로 다른 정원을 발견하는 일이 제법 즐겁다. 한편 계곡에 놓인 이끼 낀 돌다리와 백색의 철제 난간은 그윽한 운치를 자아낸다. 그 다리 사이로 잘 조경한 정원과 태곳적 모습을 품은 숲이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다리 너머 숲을 산행하듯 둘러본 후 다시 정원으로 돌아오자 아담한 연못을 끼고 온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 집을 지탱하는 백색의 철제 구조가 녹슬고 해진 온실에는 전 세계에서 온 신비로운 생명들이 그득하다.




F1963에 자리한 ‘뜰과숲원예점’. 카페로 활용하는 온실 공간에서 직접 담근 과실청을 이용한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와이어 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F1963. 실내는 물론 야외 중정, 정원, 공터를 활용한 전시는 매번 신선한 자극을 안겨준다.



자연에서 온전히 보낸 시간이 반나절을 지나자 슬슬 도시의 활기가 그리워졌다. 그렇다고 여태껏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은 자연의 향기, 감촉, 소리, 색채, 형태를 한순간에 물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식물원을 스르르 빠져나와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을 향했다. 와이어 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F1963. 대나무가 빼곡한 소릿길을 따라 들어서니 대나무 사이로 사람 형체를 띤 줄리안 오피의 조형물이 드문드문 보였다. 애초에 그곳에 있었던 듯 자연스러운 배치에 감탄하며 더 깊숙이 들어갔다. 망미동에 자리 잡은 F1963에는 갤러리, 카페, 서점, 펍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공간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더 깊숙한 곳에 있는, 정원사들이 일구고 가꾼 ‘뜰과숲원예점’이다. 오늘 하루 숲과 산, 산사, 식물원을 헤매며 본 자연을 압축해 놓은 듯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꽃과 풀, 나무가 가득하다. 그곳에서 직접 재배한 과일과 식물로 맛을 낸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눈앞의 푸른 장막 뒤 고층 건물을 바라보자니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여행 속 공간이 궁금하다면

금강식물원 국내 민간 식물원 1호. 개장한 지 50년이 지난 식물원은 작지만 고즈넉하며 예스러운 멋이 있다.

수림식당 ‘나무숲’을 의미하는 이름과 목재로 꾸민 실내 공간이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다. 알싸하고 화한 마라 양념에 비벼 먹는 탄탄멘은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별미다. @surim_kitchen

더팜471 범어사 인근의 ‘피크닉 카페’. 다종다양한 나무가 자라고 맑은 계곡이 흐르는 이곳은 카페이자 휴식처이며, 자연 학습장이다. @cafe_thefarm471

뜰과숲원예점 F1963 내에 위치한 뜰과숲원예점은 총 두 동으로 나뉘어 있으며, 그중 온실에 해당하는 건물은 카페 공간이다. 싱그러운 향이 감도는 샐러드와 허브티, 에이드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gnf_works

CREDIT

컨트리뷰팅에디터 이주연
사진 박정우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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