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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6. TUE

LAZY HEAVEN

게을러질 자유

나른한 도시에서 맘껏 게으름을 피웠다


2박 3일 동안 머물렀던 라군 풀 빌라(Lagoon Pool Villa). 테라스와 수영장을 누비며 후아힌의 햇살을 만끽했다.


방콕, 치앙마이, 푸켓, 파타야, 코사무이…. 여행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목적지로 가득한 태국에서 후아힌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후아힌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글에는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이 따라 붙는다. ‘방콕에서 차로 세 시간 반’ ‘깨끗한 바다’ ‘태국 왕실의 여름휴양지’…. 물론 이런 설명은 꽤 매력적이다. 방콕 근방에서 맑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왕실의 취향을 상상하는 것도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니까. 실제로 태국인들의 존경과 애정을 한 몸에 받았던 푸미폰 국왕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후아힌과 방콕을 오가며 휴식을 취했다. 86세 국왕의 마지막 왕위 기념식이 열린 곳도 후아힌의 크라이캉원 궁전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후아힌이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면 위의 수식어들은 뒤로 미루고 다음과 같이 답할 테다. 마음껏 게으름 피우기에 좋은, 느긋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구글 맵에서 후아힌을 검색해 보면 해변가를 따라 촘촘히 들어선 리조트와 호텔을 잔뜩 확인할 수 있다. 후아힌에서 갓 등장한 아바니 후아힌 리조트 앤 빌라스(Avani Huahin Resort & Villas)도 그중 하나다. 신기한 것은, 중심가에 자리했음에도 리조트로 들어서는 순간 놀랍도록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차로 네 시간 남짓 달린 끝에 도착한 리조트 로비에 발을 딛는 순간 이국적인 향기가 코끝에 닿았다. 피부를 감싸는 나른하고 따뜻한 바람과 기분 좋은 향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이곳에서 아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거야’.



수영장 접근성을 고려한 디럭스룸.


풀사이드의 아쿠아카페에서 간식을 즐길 것.


세상의 모든 리조트들이 완벽한 작은 왕국을 꿈꾸지만 성공한 곳은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아바니의 시도는 꽤 성공적이다. 입구 로비부터 리조트의 가장 안쪽, 해변에 닿은 레스토랑 브레차(Brezza)까지 기분 좋게 짜인 동선 덕분이다. 스파와 조식 레스토랑 겸 카페 스타즈(Staaz), 재즈 바가 있는 로비 건물을 지나면 리조트 한가운데를 차지한 두 개의 수영장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풀 바, 키즈 풀, 선베드가 놓인 메인 풀 양쪽으로 3층 규모의 객실동이 펼쳐지는, 제법 효율적인 구조다. 바로 수영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1층은 물론 2, 3층의 객실도 작은 야외 테라스가 마련된 덕분에 답답하다는 인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메인 풀을 지나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독채 빌라들이 사이좋게 함께 쓰는 또 다른 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이좋게 나눠 쓴다’지만 실은 독채 빌라에 머문 3일 동안 다른 객실의 손님을 만날 일은 드물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틈만 나면 ‘퐁당’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후아힌의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 리조트 가장 안쪽 비밀스러운 풀 빌라 객실까지. 이쯤 되면 아바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온종일 수영을 즐기는 것! 그리고 말 잘 듣는 여행자인 나는, 아바니의 의도에 걸맞은 나날을 만끽했다. 새소리와 함께 눈뜨면 간단히 샤워하고 테라스 문을 연 뒤, 수영장으로 직진한다. 최저 26℃, 최고 35℃를 오가는 후아힌의 기후 덕분에 수영장 물은 이른 아침에도 미지근하다. 밤새 수영장 수면 위에 내려앉은 꽃잎들을 따라 이리저리 수영을 즐기다 보면 금세 조식 시간. 레스토랑 스타즈까지는 걸어서 8분가량으로 풀 사이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쪽을 택한다. 가장 인기인 쌀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운 뒤, 다시 산책하는 기분으로 객실로 돌아간 이후에는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거나 다시 수영한다.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팬 아래의 쇼파에 누워 있다면 머리카락쯤은 금세 마른다. 그리고 스파 마사지를 받은 뒤 늦은 점심 식사를….



태국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더 살라.


물론 이 한없이 게으르고 느긋한 일정에 반드시 동참할 필요는 없다. 조용하다는 것이 후아힌이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곳이라는 의미는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아바니 후아힌은 위치도 칭찬할 만하다. 왕실 별장, 마루카타야완 여름 궁전(Mrigadayavan Summer Palace)이 차로 고작 10분 거리이기 때문. 해변에 자리한 파스텔빛의 궁전을 거닐고 애프터눈 티를 즐긴 직후 곧장 리조트로 돌아와 수영을 할 수도 있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길거리 음식이 늘어선 플런완(Plearnwan), 몇 년 전에 들어선 테마파크 베네치아,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끝내주는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야시장도 15분 거리에 있다. 후아힌의 산을 보고 싶다면? 태국의 부호 차리야오 위타야의 와이너리, 몬순 밸리 빈야드(Monsoon Valley Vineyard)로 향하면 된다. 빈야드 풍광을 바라보며 모던한 태국 요리에 지역 와인을 곁들이는 레스토랑 더 살라(The Sala)에서의 식사는, 태국의 다른 지역에서 누릴 수 없는 행복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후아힌으로 떠나길. 여유로운 나날과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맞이할 테니.

CREDIT

에디터 이마루
사진 COURTESY OF AVANI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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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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