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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0. WED

비긴어게인

99nights in Paris_EP 8. 달콤한 인생

미련은 없다. 14년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파리로 떠났다. 패션 디렉터 출신의 퇴사 후 스토리, 그 마지막 이야기, 파리의 달콤한 유혹



“프랑스인들 늘 먹는 것과 관련된 얘기를 해. 그걸 빼면 프렌치(French)라고 할 수 없을 거야.”
“난 단걸 안 좋아하는 편인데 파리에 오니 이상하게도 각종 디저트며 초콜릿 등 단 게 먹고 싶어”
파리에서 만난 나의 친구들 마담 싯봉과 엠마의 말처럼, 이곳 파리의 기후와 풍경은 항상 식욕을 자극하고 먹는 것과 연계된 이야기를 꺼내게 만든다. 거리 곳곳에 빵집(블랑제리 boulangerie, 비에누아즈리 viennoiserie), 케이크점(파티스리 patisserie), 쇼콜라티에(chocolatier)가 즐비하고 발길 닫는 곳마다 카페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특히 디저트를 보여주는 방식은 감탄사를 절로 부른다. 비단 보여주기 식의 화려함으로 꾸민 것을 떠나 ‘이들은 과학자일까?’하는 의문이 들만큼 각 재료들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놀랍다. 그런 이유로 이곳 장인들의 위상 역시 드높을 테지만. 본격적인 겨울 속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는 12월, 카페(Cafe) 혹은 떼(the) 한 잔과 함께하고 싶은 프랑스 디저트의, 말 그대로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유혹’에 빠졌다.



책으로 만나는 디저트

프랑스의 대표적인 서점 프낙(Fnac), 이곳에서 요리 관련 서적 코너의 크기는 대략 얼마나 될까? 집 근처 몽파르나스점을 예로 들면 어학 그리고 여행 관련 서적보다도 크다. 또 길거리 신문 가판대에서 패션잡지와 요리 잡지는 같은 위치에 진열된다. 그만큼 관련 서적도 많이 출판되고 인기가 높다는 거다. 괜히 요리 강국이 아닌 셈! 유명 셰프부터 전통 레시피를 딴 서적까지 많고도 다양하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요리 관련 일을 한다면 꼭 한번 들러 보기를!


서점의 한 코너와 신문 가판대를 채운 디저트 관련 서적.



책을 읽는데 왜 입안이 달콤한지 의문들게 하는 사진, 모두가 만족스러운 디저트 관련 서적들. 특히 ‘Le Grand Manuel du Patissier’는 전문적으로 제과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수학 정석과도 같은 기본서다.



거리에서 만난 디저트

기분 좋아서 먹고, 스트레스 받아서 먹고, 추워서 먹고. 사실 난 종일 먹는 형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먹는데도 아직도 맛을 못 본 맛난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 가끔은 그래서 서글프다(하하). 흔히 아는 마카롱과 에클레어를 제외하고도 몽블랑, 생또노레, 마론글라세, 크렘블레, 머랭, 밀푀유, 크로캉부슈(croquembouche), 각종 타르트와 케이크까지, 늘 제과점 앞에서 눈이 돌아간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요즘은 통나무 모양 롤빵 같은 뷔슈 드 노엘(Buche de Noel)이 가득한데 가게마다 그 모양을 다르게 소개한다는 점이 또 다른 볼거리다.


파리 제과점들의 유혹적인 디저트들.


크리스마스에 먹는 뷔슈 드 노엘


알란 뒤카스의 DIY로 크리스마스 초콜렛 트리를 만들 수 있는 키트. 동그란 모양의 초콜렛을 봉에 끼우면 뒤쪽으로 보이는 초콜렛 트리가 완성된다.



장인의 혼을 담은 디저트

난 종종 현지인 친구들에게 묻곤 한다. “어디가 최고니?”, “어디가 제일 맛있니?” 현재 국내에 들와있는 브랜드들이 정말 이곳에서도 인기가 높은지, 마케팅 덕은 아닌지(어쩔 수 없는 호기심 천국 성격!). 현재 국내 잘 알려진 이름 이외에도 칼 말레티(Carl Marleti), 푸 드 파티세리(Fou de Partisserie), 오 메르베이유 드 프레드(Aux Merveilleux de Fred), 레클레어 드 제니(l'eclair de genie) 등 리스트가 하염없이 길게 이어지는데 지금까지 맛본 이로는 과거 호텔 플라자 아테네 수석 파티쉐로 일하다가 최근 본인의 매장을 열어 뜨거운 인기를 구가중인 크리스토프 미샬락(Christophe Michalak), 파크 하얏트 방돔에서 경력을 쌓은 얀 쿠브뢰(Yann Couvreur), 파리에서 성공한 일본인 파티쉐인 사다하루 아오키(Sadaharu Aoki)는 정말 눈과 입이 즐겁다. 


두 개의 슈가 포개진 것은 크리스토프 미쉘락의 대표 아이템. 카라멜 맛이 나는 크림이 들어있는데 정말이지 감동이다.


쌉쌀한 커피와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다양한 초콜렛 디저트들.


식품관으로 유명한 봉마르쉐 백화점은 디저트 내부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놓는다. 그런데 저건 자세하게 보다 보면 더 침 고인다는 것이 함정.


유리관을 씌운 이색적인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끄는 라 파티쉐 데 레브(La patisserie des reves).



+End of 99days in Paris.

지난 9월 파리에 도착해 한 숨 쉬며 짐을 푼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예정된 99일을 소진했다. 아직 해보고 싶은 리스트가 길게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늘 짧고 아쉽다. 파리에서 보낸 긴 휴가는 많은 감정을 경험케 했다. 물론 그 대가로 통장 잔액을 탕진했고 이제 다시 밥 벌이 연구를 시작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후회는 없다. “누구든지 구하는 사람은 받을 것이며, 찾는 사람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사람에게는 열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처럼,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유일한 죄악은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작가 수엘렌 프리드의 말처럼 또 다시 당당하게 지르고, 후회하고, 웃고 또 계획하고 살면 될 테니까. 사실 내가 파리에 머무는 동안 한 친구는 ‘30대 직장인 여성을 대표해 절대 돌아오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내 또래 많은 이들이 이탈을 꿈꾼다. 첫 칼럼에 ‘남편도 자식도 없다’라는 문구를 썼는데, 이는 책임질게 없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아플 때나 배고플 때나. 만약 지금 약 3개월 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결정에 신중해 최선의 결정을 하길 바란다. 또한 과감한 결정을 했다면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 그저 그냥 “Turn the page and write a new chapter”를 되새기며 앞만보고 걸어가면 된다.



3개월 동안 매일 매일을 함께한 어학원 친구들. 10대부터 40대까지, 학생부터 의사, 기자, 작가, 회사원까지, 스웨덴부터 이탈리아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캐나다, 멕시코와 베네수엘라까지, 다양하고 다채로웠던 사랑스러운 이들. 언제 어디에 있던지 늘 웃음이 함께 하기를! Merci a Vous! 



노블레스 패션 디렉터로 일하다 14년 회사생활을 접고 얼마 전 훌쩍 파리로 떠났다. 파리에서 머무는 99일 간의 이야기를 전한다.

CREDIT

글&사진 서재희
에디터 김강숙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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