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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1. SAT

A PERFFECT CRUISE

배 위에서 보낸 시간

베트남의 하롱 베이를 완벽하게 만나려면 반드시 크루즈 여행을 해야 한다



구불구불 이어지고 갈라지는 도로를 달려 마침내 도착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약 3시간. 이곳에 하롱 베이가 있다.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끼고 있는 하롱 베이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휴양도시로 알려져 있다. 외지인을 이끄는 것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너른 섬들의 세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역이기도 한 이곳에는 300여 개의 섬과 기암들이 흩어져 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절경 속에서 수면 위로 굽이치고 오르내린 섬들은 무뚝뚝하게 하늘을 받치고 있다. 지긋지긋하게 똑같은 땅만 밟고 사는 사람에게 현실과 완벽하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게 바로 하롱 베이에 가면 바다로 나가야 하는 설득력 있는 논리이자, 크루즈 여행을 추천하는 타당한 이유다. 사실 크루즈 하면 초대형 선박이 먼저 떠오른다. 서양의 낯선 고급 문화, 주머니 두둑한 은퇴자를 위한 럭셔리 여행 그리고 버킷 리스트. 그렇지만 크루즈 여행이 이동하고 먹고 자는 모든 여정을 배에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하롱 베이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비록 리조트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루즈는 없지만 바다 위에서 숙박과 식사가 가능한 크고 작은 배들이 유유히 떠 있으니 말이다.




섬에 자리 잡은 빈펄 하롱 베이 리조트에선 푸른 바다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해 질 무렵 크루즈 선상에서 즐기는 디너 코스.



크루즈의 실내는 전통미와 모던함이 조화롭다.



뚜언짜우(Tuan Chau) 선착장에서 바야 그룹의 크루즈(bhayacruises.com)에 체크인을 했다. 2007년에 첫 출항한 바야 그룹은 하롱 베이 크루즈 운항사 중 인지도와 시설, 서비스 면에서 최고로 꼽힌다. 32개의 객실을 갖춘 5성급 ‘오코 크루즈’부터 하롱 베이에서 가장 많은 배를 운항하고 있는 ‘바야 클래식’과 소규모로 여정과 동선, 음식 메뉴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전드 하롱’ 등의 크루즈 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 중 1박 2일 일정으로 7개 객실을 갖춘 바야 클래식 프리미엄에 몸을 실었다. 강렬한 햇볕 아래 더욱 환하게 빛나는 하얀 외관과 달리 실내는 고즈넉했다. 반질반질한 나뭇결 느낌이 살아 있었고, 객실마다 발코니가 있어 언제든 바다를 곁에 둘 수 있었다. 하롱 베이의 바다는 파도가 치는 날을 손꼽을 수 있을 만큼 고요했다. 크루즈가 온몸으로 바다를 가르고 나아가는 동안 선체가 기우뚱거리는 일도 없었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손가락 한 마디 크기만 하던 것들이 스케일을 키우기 시작했다. 영겁의 세월 동안 바다 위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해 온 기암이었다. 서울의 빌딩보다 커진 날카로운 절벽 옆을 스치듯 지나가자 멀리서 봤을 땐 미처 몰랐던 박진감과 긴박감이 온몸을 때렸다. 출항하고 30분이 지났을까. 물살을 가르던 속도가 숨을 죽였다. 크루즈가 바다 위에 자리를 잡았고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진원지를 알 수 없는 바람만이 유일한 소리가 됐다. 공기 대신 온통 고요로 채워져 있는 듯했다. 요트 경험과 크루즈 문화에 익숙한 유럽 출신의 탑승자들은 선상에서 한낮의 햇살을 받아냈다. 어떤 이는 바람 냄새라도 맡으려는 듯 허공을 향해 묵묵부답으로 서 있기도 했다. 몇 년 전 취재차 다녀온 국제요트대회에서 만난 이탈리아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바람과 파도가 그들의 모든 생각과 숨결을 차지하고 의지가 된다는 건 세상의 통점에서 멀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생동과 소란이 사라진 선상에 앉아 고요를 마시고 있자니 에디터의 몸에도 어느덧 여유로움이 물들었다. 바람과 바다의 존재는 인간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이다. 그런 자연의 품에서 여유를 즐긴다는 건 장엄하고도 가장 럭셔리한 유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상황일 수 있다. 꽉 조인 현실에 길들여져 무언가를 하지 않는 걸 초조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크루즈에는 잘 먹고 잘 쉬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갖추고 있다.


크루즈에서 잠시 벗어나 직접 노를 잡고 카약킹을 하거나 뱃사공에 의지해 대나무 배를 타고 낮은 눈높이로 더 가깝게 대자연의 경이를 알현할 수 있다. 발바닥에 감기는 모래 감촉을 느끼고 싶다면 인근 섬에서 시간을 보내고, 심연에 묘한 끌림을 느낀다면 석회암 동굴 탐방도 좋다. 선상에선 배의 규모에 따라 쿠킹 클래스, 스파, 영화 감상, 오징어 밤낚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됐다. 비행기나 기차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해야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향유하고 체험하는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탑승하는 순간부터 그런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배 위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인상적인 건 해 질 녘과 동틀 때였다. 바다와 하늘, 기암으로 이뤄진 세계에 금빛 숨결이 달아오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롱 베이의 기암은 살아 있는 것처럼 빛에 따라 빛깔과 모습이 변화했다. 크루즈에서 하선한 뒤 나머지 일정은 빈펄 하롱 베이 리조트에서 보냈다. 마음속을 맴도는 여유로움이 금방이라도 휘발될 것 같아 섬 위에 고고하게 자리 잡은 이곳을 택했다. 객실 발코니든, 일품요리를 내놓는 세 곳의 레스토랑이든, 널찍한 야외 수영장에서든, 리조트 어디서나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이 시선과 맞닿았다. 내 몸에도 어느덧 푸르름이 물들었다. 크루즈에서 그러했듯이.

CREDIT

에디터 김영재
사진 BHAYA CRUISE KOREA(GAIR.CO.KR), VINPEARL HALONGBAY, HAHA TRAVEL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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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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