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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TUE

퇴사 대신 여행

EP1. 나 혼자 제주 당일치기!

퇴사 욕구가 솟아오르는 어느 날, 사직서를 꺼내려다 휴가계를 들었다. 거침없이 하루 연차를 쓰고, 제주행 티켓을 끊었다. 어중간한 ‘목요일’에 떠난 제주도에서의 나 혼자 1일


오전 9시 30분,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평소 같았다면 출근을 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로봇처럼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시간. 팀원들의 단체 카톡방에 벌써부터 업무 관련 톡으로 가득한 걸 보니 벌써 다들 열일 중인 듯. 그런데 나는 제주에 간다. 혼자서만 일탈하는 이 알 수 없는 승리감이란! 으캬캬캬. #회사일은난몰라요 #제주여행시작




여행을 할 때는 언제나 두어 권의 책을 챙긴다. 나만의 여행책 고르는 기술(?)이라면, ‘절대 어렵지 않은 책일 것’, ‘단순하지만 심쿵 포인트가 있는 책일 것’. 그래서 대부분 고르는 건 만화책, 혹은 짧은 문장의 에세이집, 혹은 시집이다(물론 시는 어렵긴 하지만). 특히나 일과 각종 스트레스에 찌든 오늘 같은 날엔 마스다 미리의 만화와 에세이만한 것이 없다. 비행기 옆 자리에는 커플이 앉았는데, 그들의 알콩달콩 애정행각을 애써 회피하며(혼자 여행은 이런 게 단점이다.)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 생활>을 열독했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제든 돌아오면 되는 거야.” 마스다 미리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꼭 이런 심쿵 멘트를 던진다.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오사카 고향을 떠나 도쿄로 가는 딸을 향한 아버지의 한 마디. 그 말이 꼭 나를 향한 위로 같아 짠해진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장을 되뇌이며 스스로를 위로해주는 사이, , 비행기는 제주에 도착했다. #여행할때만책읽는여자 #오늘의심쿵문장 #열심히하지않아도괜찮아




꺅. 제주다! 한결 같은 제주 항공의 이 비주얼은 수십 번째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본래 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인데다, 장마철이기까지 해서 두툼한 장우산도 챙겼고, 비가 와도 슬퍼하지 말자고 단단히 마음의 준비도 했으나 다행히도 제주는 맑았다. 슬프게도 운전면허도 없는 뚜벅이인 나는, 첫 번째 행선지로 향하기 위해 택시를 잡아 탔다. #뚜벅이에게택시는사랑입니다




여행을 할 때마다 ‘이번엔 진짜 맛집만 따라다니는 여행 하지 말아야지!’라고 늘 되뇌이지만 결국에는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한다. 여행 일정을 온통 맛집 중심으로 짜는 것에 회의를 느껴왔지만 결국 또 나는 맛집을 향해 달려왔다. 그래도 제주에 왔는데, 맛있는 걸 먹어야지. 암.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달려온 곳은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김만복 김밥’. 전복을 재료로 만든 김밥, 주먹밥, 컵밥 등을 판매하는 곳인데, 최근에는 <효리네 민박>에도 등장해 더 인기몰이 중이란다. ‘평일 오전이니까 아무도 없겠지’라는 안일한 예상과 달리, 줄은 매우 길었고, 결국 30분을 기다려 전복 김밥과 주먹밥, 오징어무침을 손에 넣었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했기에, 차마 혼자 여행 온 주제에, 길거리에서 흡입하기란 보는 이들에게도 가련한 일일 것 같아 바리바리 싸들고 용담해안도로에 있는 어영공원으로 향했다. 마침 아무도 없어 고요한 공원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혼밥을 시작했다. 고소한 전복향이 솔솔 나는 김밥과 새콤달콤한 오징어무침은 ‘맛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꽤 좋았다. #혼밥 #김만복김밥 #전복김밥




김밥 먹을 장소로 어영 공원을 택한 건, 이유가 있었다. 바로 어영 공원 맞은편에 자리한 카페 ‘닐모리동동’에 가기 위해서. 여행지에서 ‘요즘 핫한 신흥 대세’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즐겨 찾던 나만의 맛집을 다시 찾았을 때 더 행복감이 큰 게 사실이다. ‘닐모리동동’이 나에겐 그런 곳이다. 제주에 올 때면 어영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의 창가에 앉아 한라산 모양의 빙수를 한 사발 해야 비로소 ‘제주에 왔구나’라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 괴상한 여행자 1인이 여기 있다. #한라산빙수는내영혼의소울푸드 #닐모리동동




제주를 여행할 때 늘 하는 고민. ‘동쪽으로 갈까, 서쪽으로 갈까? 아니면 남쪽?’. 동서남북의 기후와 특성이 전부 다른 제주. 어느 지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느낌이 달라진다. 당일치기니 남쪽은 무리. 서쪽은 최근에 자주 갔으니 동쪽으로 가기로 한다. 동쪽 하면 물론 함덕이다. 함덕 서우봉 해변으로 향했다. 휴가 기간이라선지 파라솔 부대가 가득해 봄이나 가을의 자연자연한 함덕 해변의 느낌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았다. 요즘 핫하다는 ‘망고레이’의 망고 셰이크를 한 잔 드링킹하고, 또 요즘 핫하다는 카페 델문도로 향해 루프탑에서 멍때림의 시간을 가졌다. 책을 펼쳤지만 책은 읽지 않았고, 말 그대로 ‘바라만 보아도 좋은’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참 동안이나 넋을 놓고 있었다. #책은그저소품 #루프탑에서멍때리기 #망고레이 #카페델문도




함덕 해변을 지나 김녕에 멈춰선 건 바로 이곳, 제주의 감성을 담은 예쁜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달다 제주’를 가보고 싶어서였다. 듣던 대로, 오너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달다 제주’만의 깜찍한 제품들을 잔뜩 만나볼 수 있었고, 나도 귀여운 마그네틱 제품들을 한아름 데리고 나왔다. #기념품마니아 #달다제주




제주 동쪽에서 월정리를 지나칠 수는 없다. 월정리 해변의 시그니처라면 ‘의자’를 빠뜨릴 수 없다. 월정리 해변을 쭉 따라 늘어선 카페들 앞에는 대부분 각양각색의 의자가 놓여져 있는데,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그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월정리의 묘미다. 물론 의자를 배경으로 다양한 기념 사진을 찍는 묘미도 있지만, 혼자 간 나는 그저 ‘발 셀피’만 잔뜩 찍을 수 밖에. #셀피 #월정리의자놀이




슬프게도 어느덧 4시 30분. 7시 비행기를 예매했기에, 결국 공항 가기 전 남은 여유 시간은 1시간 가량이다. 제주 동부 여행을 하는 김에 성산일출봉까지 다녀오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인 상황. 마지막 코스로 공항 근처의 제주 동문 시장을 들르기로 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수산 시장. 제주에 왔으니 고등어회를 놓칠 수 없다. 횟집에서는 가격이나 양적인 측면에서 혼자 회를 먹기란 쉽지 않은데, 시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원하는 거 골라봐요. 바로 잡아서 떠줄게’라는 넉살 좋은 사장님은 단 돈 만원에 푸짐한 고등어회 한 접시를 떠준다. 전복 뚝배기까지 주문해 함께 먹으니 그 훌륭한 조합이란. 오복떡집의 맛깔스런 오메기떡을 한 팩 포장해 시장을 나섰다. #만원의행복 #고등어회는사랑입니다 #제주동문시장




저녁 7시. 김포행 비행기에 올랐다. 제주에서의 퇴근이다. 단 하루 만의 휴가였음에도 무언가 일상과 꽤 멀리 동떨어져있었던 기분이다. 여행의 효과 중 하나라면 지겹고 지루하던 일상이 새롭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일 텐데, 오늘의 여행도 어느 정도 그러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짐한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울컥 솟을 때면 다시 여행을 떠나기로. 아. 그러고 보니 내일 출근이다. 하하하하. #즐겁다 #퇴사대신여행 #끝 #두번째에피도기대해주세요





Traveler is… 헤이

8년 간 퇴사를 꿈꿔왔으나 여행으로 꾸역꾸역 버티는 에디터. 혼밥, 혼행, 혼자 놀기를 즐긴다. 특징은 건강염려증. 취미는 성급한 일반화.


CREDIT

에디터 김혜미
사진 김혜미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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