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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8. FRI

READ A LOVE STORY

사랑을 소설로 배웠어요

도스토옙스키가 20대에 쓴 단편 소설 <백야>에서 사랑을 배웠다


<백야> 너무 짧은 사랑도 사랑이었음을

도스토옙스키가 20대에 쓴 이 단편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깊은 밤 남자 주인공이 우연히 마주친 여성(나스첸카)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곧 차이고 만다는 이야기.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깨어나면 아스러지는 젊은 날의 덧없는 사랑이라니. 흔해 빠진 주제다. 세상에 널린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말하자면 첫 문장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내뱉는 독백은 이렇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물론 그 밤은 충분히 아름다웠을 것이다. 페테르부르크에 백야가 시작됐으니 말이다. 어둠을 유예한 하얀 밤. 낮과 밤의 경계를 허무는 환상적인 분위기. 그곳에서 나스첸카는 1년 전 떠나 보낸 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상심한 여인을 성심성의껏 위로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녀가 애인과 재회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심부름을 대신 해준다. 나흘째가 돼서야 마침내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는데, 그녀의 마음이 그에게로 기우나 싶은 순간 얄궂게도 애인이 나타난다. 나스첸카는 그야말로 총알같이 그에게서 멀어진다. 아침이 밝자 나스첸카는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용서를 구하며 그녀는 이렇게 적었다. ‘그건 꿈이었어요. 환영이었어요.’ 나스첸카가 또렷한 정신으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글자들이 꼼짝없이 그에게 현실을 들이밀었다. 덧없는 사랑은 끝났다고, 이제 꿈에서 깨어나라고. 그런데 그는 편지를 쥐고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도 고개를 젓는다. 외려 반문한다. 단 나흘 동안 지속된 짧은 사랑, 그것이면 일생이 족하지 않느냐면서. 운하 제방에서 시작된 인연은 세상의 숱한 관계가 그러하듯 아무것도 아닌 초라한 결말을 맞았다. 그렇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가 그 밤들을 아름답다고 기억하는 이상, 누가 그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경험한 사랑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건, 다름 아닌 자신이기에 그는 나흘의 사랑을 일생과 맞바꾸는 데 주저함이 없다. 관계의 길이를 재고 무게를 저울질하면서 혹시 나는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며 인생에서 배제해 온 것 아닐는지. -구달(작가)

CREDIT

에디터 이마루
디자인 이효진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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