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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2. SAT

SHAPES OF LOVE

시인은 책을 어떻게 읽을까?

판단과 편견 없이 러브 스토리를 읽었다. 시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 친구들의 대화> 인스턴트 사랑으로부터

프랜시스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해서 <사랑>을 이용해. 사랑은 지리멸렬한 행위이고 사실상 무급 노동이지. 하지만 내 말은, 알았어, 그렇다면 난 사랑에 반대해."
보비 "시시해 프랜시스."


1991년 아일랜드 출신의 젊은 작가 샐리 루니의 데뷔작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사랑은 이렇다. 동성 연인이었던 프랜시스와 보비는 헤어졌지만 도리어 지금은 둘도 없는 절친 사이가 됐다. 둘은 말하자면 젊은 예술가로서, 어느 공연에서 우연히 만난 에세이스트이자 사진작가인 멀리사의 집에 초대돼 그의 남편인 배우 닉을 소개받는다. 등장인물은 이토록 우연에 의해서 모인다. 프랜시스, 보비, 멀리사 그리고 닉. 세 여자와 한 남자.
특히 1인칭 화자인 주인공 프랜시스 곁에 독자들이 앉게 되는데, 프랜시스는 한때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베스트 프렌드인 보비를 사랑함과 동시에 여전히 멀리사의 남편이지만 지금은 자신의 불륜 애인인 닉을 사랑한다. 이들은 제목처럼 ‘대화’를 통해 사회의 온갖 것에 의견을 붙이고, 분류하고, 조립하지만 정작 사랑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사랑은 차라리 관계의 다른 이름이고, 타인의 관계 맺음에 대해서는 두 발쯤 떨어져 거리를 두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프랜시스는 그 두 발과 한 발 사이에서 서성인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아일랜드의 젊은 소설가가 논하는 것은 스냅챗 세대의 사랑법이다. 그들은 인스턴트 메시지로 싸우고 메일로 화해한다. 채팅 앱으로 낯선 사람을 만나고 첨부 파일로 비밀을 폭로한다. 이는 모두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며 프랜시스에게 관계란 곧 사랑이다. 그것이 우정 어린 대화이거나 부적절한 섹스 같은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랑 때문에 괴롭지만, 사랑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는 않지만 사랑 때문에 곤경에 처한다. 사랑 때문에 곤경에 처할 것을 알지만 사랑 때문에 그렇게 해버리고 만다.
이들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서로를 좋아하고 그만큼 서로를 미워한다. 그러니까 짧게 말해,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멀끔해 보이는 네 명의 인물은 다들 조금씩 문제점과 단점을 갖고 있으며, 보통의 대화에서는 내면의 안쪽에 숨겨둔 암흑의 핵심이 사랑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나와 갈등을 불러온다. 사랑은 이토록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것처럼 굴다가 이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대화가 일으키는 공기의 파장처럼. 이런 사랑에서 어떤 감동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제철 음식보다 반조리 식품에서 끼니와 영양분을 공급받는 현대인이 인스턴트 메시지로 완성되는 사랑에서 영감을 받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겠는가. -서효인(시인)

CREDIT

에디터 이마루
아트워크 FEMOJIS
디자인 이효진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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