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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FRI

WE ARE YOUNG

일흔의 청춘

노인 강도단의 모험을 그린 '메르타 시리즈'의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가 한국을 찾았다




수중고고학자로 활동하다가 40대 이후에 책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가 된 계기는 여덟 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내가 의사가 되거나 학업의 길로 가기를 바랐다. 그래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수중고고학을 택했고, 스웨덴 최초의 여성 수중고고학자가 되었다. 호기심 많은 성향과 부모님이 원하는 삶 사이에서 타협한 결과였다. 그러던 와중에 호주에서 탐험하다 18세기의 배를 발굴하게 됐는데, 그 배에 네 명의 스웨덴인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항해시대의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보다 50년 앞선 항해였다. 그 배의 발굴에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작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박사 학위는 영원히 따지 못하게 됐다(웃음).
끝없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은 쉬고 있는 순간이 거의 없다. 늘 무언가를 읽고, 보고, 생각한다. 직접 겪은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된다. 호주 해안에서 70km 떨어진 인도양의 외딴섬에서 동료들과 탐험한 적 있는데 이런 경험은 사람들의 심리적인 특성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게으르지만 창의력 있는 사람, 툴툴거리는 사람 등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성격을 가진 다섯 명의 등장인물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했다. 이번 신간에서 강도단이 요트를 훔치는 설정도 지중해에 놀러 갔을 때 텅 비어 있는 요트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유럽 부자들이 탈세 목적으로 칸이나 생트로페 등에 여러 척의 요트를 사놓고 선장만 요트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동시에 ‘비어 있는 요트라면 훔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책을 쓰기 시작했다.

메르타와 본인이 닮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특히 리더십을 발휘해 작전을 계획하는 모습이 닮았다. 탐험할 때도 보통 팀의 리더여서 함께 배를 타거나 섬에 머물러야 할 수십 명의 팀원들을 관리했다. 메르타의 연인 ‘천재’에게도 내 모습이 투영돼 있는데, 그처럼 뭔가 발명하는 걸 좋아한다.



요양소에서 결성된 노인 강도단의 활약상을 담은 ‘메르타 시리즈’. 신간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은 노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자 초호화 요트를 훔치는 모험을 다룬다.



이번 신간에서 특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스웨덴은 빈부 격차가 크지 않고 오랫동안 평등이 유지돼 온 국가다. 그런데 최근 20년 동안 상황이 달라졌다. 연금이 충분하지 않아 먹고살기 힘든 노인도 많다. 예전의 부자는 건설적인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했다면, 요즘의 부자는 케이먼 아일랜드 같은 조세 회피처에 돈을 숨겨놓고 개인의 이익만 추구한다. 세금이 모이질 않으니 사회에 필요한 인프라가 점점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싶었고, 나만의 방식으로 최대한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려 했다.

꿈꾸고 진한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을 습관적으로 젊은 사람으로 상상하면서 읽기도 했다.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자각할 수 있었다 노인도 젊은 사람과 다르지 않다. 연인과 사랑하고 친구와 장난칠 수 있는 똑같은 사람이다. 스웨덴에는 1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댕니(Dagny)라는 유명 블로거가 있다. 무려 106세인데, 웬만한 젊은이보다 예리하고 유머러스하다. 얼마 전 유럽에서 출간된 새 책 <전쟁에 나선 터프한 노자매 Tough old girls on the Warpath> 주인공도 그녀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건강하게 나이 드는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 채소와 과일 위주의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매일 아침 체조를 한다. 무엇보다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하루가 48시간이길 바랄 정도로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필름 스쿨에 등록해 시나리오 공부를 한 적 있는데, 그때 나보다 스무 살 이상 젊은 친구들과 사귀면서 삶이 훨씬 재미있어졌다. 어머니는 95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일했다. 나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활동적으로 살고 싶고, 죽을 때도 관 뚜껑을 스스로 닫고 싶다(웃음).

다음 이야기도 구상 중에 있나 현재 유럽은 시골 공동화 문제로 골치를 겪고 있다. 스웨덴도 다들 시골을 떠나 스톡홀름에만 인구가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 이후에 출간될 책에는 메르타와 친구들이 시골을 다시 활기차게 만드는 이야기를 다루게 될 것 같다.

CREDIT

에디터 김아름
글 이정미
사진 JANG YOUP
디자인 이효진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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