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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0. WED

I DRAW LIKE THIS

피카소를 그린 남자

예술가의 역동적인 삶을 종이 위에 그려내는 그래픽 노블 작가 클레망 우브르리를 만났다


프랑스 출신의 삽화가 클레망 우브르리(Cle′ment Oubrerie)는 작가들이 쓴 이야기에 그림으로 생기를 불어넣는다. 마르게리트 아부에와 작업한 <요푸공의 아야>로 앙굴렘만화축제에서 신인상을 받은 그는 <지하철 소녀 쟈지> <장고> <피카소> <이사도라 던컨> 그리고 올해 선보인 신작 <볼테르>까지, 다양한 인물을 다룬 그래픽 노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줄리 비르망과 함께 완성한 <피카소>로 해외작품상을 수상한 그가 올해 원화 전시를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피카소를 입체주의로 해석한 커버 이미지가 인상적이에요 피카소를 위한 제 오마주였어요. <피카소>는 1900년 파리에 도착한 피카소가 7년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의 진짜 주제는 입체주의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보통 그래픽 노블 한 작품당 몇 점의 원화를 그리나요 <피카소>를 예로 들면 한 수천 컷 정도 그렸고, 책에 실린 그림은 1000점 정도 될 거예요. 전시회를 여러 번 열 수 있는 분량이죠. 다행히 제가 그림 그리는 속도가 빨라요. 한국에서 <피카소>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프랑스에서 2010~2012년에 걸쳐 피카소 주변 인물인 막스 자코브, 아폴리네르, 마티스 그리고 피카소라는 소주제로 선보인 네 권의 시리즈를 하나로 묶은 거예요.

피카소가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던 첫 번째 연인 페르난드 올리비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요 이 책의 스토리 작가인 줄리 비르망이 70~80년대에 출간된 페르난드의 자서전을 읽고 난 후, 이 소재로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입체주의의 탄생으로 알려진 <아비뇽의 처녀들>은 피카소가 첫 연인 페르난드와 완전히 분리되는 시점에 완성된 그림이에요. 이 그림을 완성하기 전 두 사람은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떠나는데, 이 여행이 그녀로부터 독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죠. 인터넷에 찾아보면 노년의 페르난드가 드디어 입을 열어 피카소의 그림, 헤어진 이유 등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 있는데 나름 재미있어요(웃음).

아티스트로서 커리어 초기의 흑역사를 숨기려 했던 피카소가 이해되나요 전 예전에 동화와 애니메이션, 광고 등 그림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했지만 그때 사람들을 잊고 싶지도, 잃어버리고 싶지도 않아요. 전 피카소가 아니니까요(웃음). 하지만 그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과 그림, 조각 등의 작품 제작 능력은 높이 삽니다. 기술적인 면이나 예술가로서의 행보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피카소는 페르난드에 대한 이야기는 숨기려고 한 데 비해 젊은 시절에 한 작업은 팔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어요. 심지어 자신이 작업한 티켓과 캘리그래피 등도 다 간직하고 있었죠. 아마 후대에 남겨질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작업을 한 그의 에너지는 의지에서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해요.

<피카소>처럼 과거의 인물을 다루려면 시대 고증에도 시간을 많이 쏟아야겠어요 몽마르트르 근처에 살고 있어서 피카소가 머물렀던 장소를 좀 더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어요. 책에 자주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아틀리에 ‘바토라부아’는 화재로 소실됐다가 재건돼 그 원형을 볼 순 없었지만, 대신 ‘레퓌장’이라는 건물을 발견했어요. 1900년대의 공원, 아틀리에 등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여서 과거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죠. 예전에 막스 자코브가 자주 들렀던 비스트로에도 가봤는데, 거기 가면 막스의 초상화가 걸려 있거든요. 그런데 그의 초상화가 우리 집에도 있어요. 브르타뉴 출신의 외과 의사였던 할아버지가 동향의 막스와 친구가 됐고, 화가였던 할머니가 그를 그렸다고 해요. 할아버지는 아폴리네르의 시도 가지고 있었어요. 이런 인연들이 맞물려 이 책을 작업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전 작품마다 다른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용해 보려는 시도를 많이 해요. <피카소>에선 1900년대 아티스트들이 많이 사용한 목탄과 연필로 그림을 그렸어요. 수채화도 같은 개념에서 적용한 거고요. 그리고 페이지를 구성하는 그림의 크기와 관계없이 A4 사이즈 정도의 종이에 세밀하게 그려서 컷 하나하나를 마치 작은 그림처럼 연결해 봤어요.

아티스트로서 프랑스의 어느 시대를 가장 사랑하나요 디자인과 패션, 건축을 통틀어 1970년대가 제일 좋았다고 생각해요. 전 컨템퍼러리 아트보다 모던 아트를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이가 들었나 봐요. 개인적으로는 작가로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하고요. 얼마 전엔 18세기 작가 볼테르에 관한 책을 출간했어요. 18세기는 프랑스인들의 정신이 탄생한 시기이고, 볼테르는 비판 정신이 뛰어난 작가이자 철학자였지만 요즘 사람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알고 보면 재미있는 사람이라 <볼테르>가 한국에 출간되길 기대해 주면 좋겠어요.



미메시스에서 펴낸 <피카소>와 <피카소의 파리>.

CREDIT

에디터 채은미
사진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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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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