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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5. THU

BETTER EXPERIENCES

경험의 확대, 경험의 완성

바르셀로나에서 조우한 갤럭시 S9의 크리에이티브


지난 2월 25일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갤럭시 S9을 공개하는 언팩 행사가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됐다.



용암에 담갔다 뺀 듯 유려하게 물결치는 외벽. 거기에 눌어붙어 쉴 새 없이 제 빛을 내는 타일 조각. 해골과 뼈마디의 형상을 미학의 뼈대로 삼은 발코니와 창틀. 길 하나를 두고 이 비문법적이고 생경한 건물을 마주한 곳이 바르셀로나 중심의 그라시아 거리라는 사실을 잊었다 하더라도 그게 누구 솜씨인지 모를 리 없었다. 안토니 가우디. 1980년대 건축계에 포스트모더니즘 바람을 일으킨 필립 존슨이 “내게 영감을 준 유일한 건축가”라고 칭송한 천재 건축가이자 바르셀로나의 동의어. 그렇다면 가우디가 만든 이 건물의 이름은? 엄마를 찾듯 스마트폰을 꺼냈다. 보통 때라면 인터넷을 실행하고 검색 창에 ‘Barcelona, Gaudi, Gracia’를 차례차례 입력했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사진을 찍듯 카메라로 건물을 비췄다. 금방 화면에 위치 표시 아이콘과 ‘Casa Batllo′’라는 명칭, 그곳과 나와의 거리가 떴다. 위치 아이콘을 클릭하자 카사 바트요의 이미지와 주소, 입장시간 등 관련 정보가 나타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가우디의 일곱 작품 중 하나’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스마트폰 화면을 왼쪽으로 움직였다. 카사 바트요 옆 건물 위로 ‘Faborit’라는 이름과 음료 모양의 아이콘이 생성됐다. 또 클릭. 수제 초콜릿과 크루아상으로 인기 있는 카페였다. 들러볼 만한 곳이 하나 더 추가됐다. 그냥 스쳐 지나갔다면 평생 모르고 지냈을 곳이 인연처럼 찾아왔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갤럭시 S9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소란과 생동으로 가득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 2018’가 열리는 중이었다. MWC는 모바일 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다. 프랑스 칸에 이어 2006년부터 매년 이맘때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다. 관광도시 바르셀로나에서 MWC 기간은 대목으로 꼽힌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모바일 박람회의 규모도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2월 26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박람회에는 2000여 개 업체가 참가했고, 나흘간 200여 개국에서 10만 명 이상이 찾아왔다. ‘모바일 올림픽’이라는 명성다웠다. 올림픽에선 개막식이 성대하게 대회 시작을 알린다. 바르셀로나에선 삼성전자의 갤럭시 S9 언팩 행사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어쩌면 MWC 2018의 하이라이트 필름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나왔는지도 모른다. 언팩 행사는 MWC 개막 하루 전인 25일 저녁에 전야제처럼 열렸다. 세계 3대 분수 쇼로 유명한 카탈루냐 미술관이 올려다보이는 피라 몬주익 전시장에 관계자 5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The Camera, Reimagined’ 언팩 행사 초대장에 적힌 문구와 카메라 렌즈를 의미하는 듯한 숫자 9의 이미지는 이날의 화두가 무엇인지 예고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상향 평준화된 가운데 뭘 어떻게 더 향상시킬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면서도, 갤럭시S 시리즈가 매번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왔다는 사실에 고무됐다. 압도적인 영상과 함께 무대의 막이 올랐다. 미드나잇 블랙과 타이타늄 그레이, 코럴 블루, 라일락 퍼플 등 네 가지 색상의 갤럭시 S9과 갤럭시 S9+가 공개됐다. 이윽고 메시지의 의미가 드러났다. 역시나 갤럭시 S9의 새로운 성능은 카메라에 기반을 뒀다. 초당 960 프레임을 촬영하는 ‘슈퍼 슬로우 모션’,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선명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저조도 촬영, 카메라와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와 닮은 아바타와 이모지 스티커를 만드는 ‘AR 이모지’, 피사체에 카메라를 갖다 대면 실시간으로 번역. 환율. 장소. 음식. 날씨. 쇼핑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빅스비 비전. 손톱만 한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또 생길 줄이야. 스마트폰의 진화는 더 이상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얼마나, 어디까지 떠올릴 수 있는지, 상상력의 범위가 곧 경쟁력이 된 것 같았다. ‘카메라, 다시 상상되다’라는 갤럭시 S9의 슬로건이 선명하게 와닿았다. 갤럭시 S9의 상상력을 촉발한 키워드는 바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다. “지난해 1조 장 이상의 사진이 찍혔고, 하루에 50억 장의 이모지가 공유됐으며, 짧은 GIF 영상은 하루에 10억 개 이상 공유됐어요. 문자가 아니라 이미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지금의 모바일 트렌드예요. 갤럭시 S9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합니다.” 삼성전자 관계자가 제품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눈앞의 피사체를 찍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미지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AR 이모지를 예로 들 수 있다. 셀피 촬영을 하면 카메라 센서가 100여 개의 얼굴 특징을 분석해 사용자를 닮은 아바타를 만들고 기쁨, 슬픔, 놀람 등 열여덟 가지 감정을 표현한 이모지 스티커도 자동 생성된다. 셀카 동영상을 찍으면 입체 캐릭터가 내 표정을 따라 하고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그리고 문자,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 모든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유가 가능하다. 갤럭시 S9의 주요 타깃이 명확하게 보인다. 이미지로 자신을 표현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데 적극적인 사람들, 즉 소셜 미디어 세대의 라이프가 갤럭시 S9의 지향점에 어긋남 없이 대입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장면을 특별하게 기록해 주는 초고속 카메라와 어두운 곳에서도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포착해 주는 저조도 촬영 기능도, 말 대신 비주얼을 모바일 언어로 사용하는 데 익숙한 사용자에게 쓰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언팩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동안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계속됐다는 거다. 이전에 갤럭시S 시리즈가 선보인 기능들은 주로 ‘신기하다’ ‘놀랍다’ 등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빅스비 비전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는 중.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하다는 키스 벽화. 밤이었지만 갤럭시 S9으로 밝고 선명하게 찍었다.



USB 단자와 이어폰 잭을 포함해 스마트폰 전체를 보호하는 갤럭시 S7의 방수 기능이 그랬고, 갤럭시 S8에 처음 적용한 18.5 대 9 비율의 ‘대화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도 그랬다. 이날 행사에서 갤럭시 S9이 힘을 줘 강조한 기능들은 이전 모델보다 훨씬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공개된 제품 체험장의 분위기가 이름 뒷받침했다. 현장 반응은 유쾌했다. 글로벌 취재진들은 신제품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매섭게 분석하기보다 가지고 논다는 인상을 줬다. 사람들은 셀피 촬영을 한 뒤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옆 사람에게 보여주고 깔깔거리며 재미있어 했다. 사실 갤럭시 S9의 대폭 향상된 카메라 환경을 구성하는 기능들은 완전히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기존 스마트폰과 카메라 제품을 통해 상용화된 기능을 일부 보완하고 개선했다. 넓은 시각으로 본다면 기존 도구에 매력적인 쓰임새를 부여하는 것도 일종의 크리에이티브다. 갤럭시 S9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모바일 트렌드 기조 아래 여러 기능들을 모아 잘 구성하고 편집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더 이상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통화 성능’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우선순위에 둔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사용 경험을 재창조하는 것. 갤럭시 S9이 덧붙이고 싶은 말 아닐까. 이튿날 갤럭시 S9을 챙겨 호텔을 나섰다. 형한테 장난감을 빼앗기기 싫은 동생처럼 새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었다. MWC 기간이 되면 유럽 전역에서 날고 뛴다는 소매치기들이 바르셀로나로 모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서퍼들이 파도와 눈치싸움을 하던 해변에서 출발해 카탈루냐 광장을 거쳐 가우디의 최고 걸작이자 여전히 건축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둘러보는 동안 갤럭시 S9을 쓸 일이 쏠쏠하게 많아 ‘엣지’ 디스플레이의 그립감을 온종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소개한 것처럼 여행 안내 책자 대신 빅스비 비전을 활용해 정보를 얻고 길을 찾았다. 타파스 바에서도 빅스비 비전의 도움을 받았다. 카메라로 스페인어 메뉴판의 ‘Pulpo’라는 단어를 비추자 ‘문어’라고 번역됐다. 그날 문어 타파스와 맥주를 먹지 못했다면 얼마나 한탄스러웠을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멋진 아이들의 모습을 0.2초 동작을 6초까지 늘려 보여주는 초고속 카메라에 담았다. 힘차게 발을 구르는 소년의 움직임은 무용의 영역으로 들어간 듯 우아하게 변모했다(<엘르>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비가 내렸다.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모처럼 바르셀로나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물 위에 반사된 불빛들이 텅 빈 거리에 안개처럼 퍼졌다. 바르셀로나의 저녁을 한국에 가져가고 싶었다. 사진을 찍기엔 어두웠지만 개의치 않았다. 갤럭시 S9의 저조도 촬영 기능을 믿었다. 사진을 확인했다. 하루가 끝날 때까지 갤럭시 S9은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좋아?”라며 메시지가 왔다. 무슨 뜻으로 보냈을까. ‘바르셀로나 좋아?’ ‘혼자 노니까 좋아?’ 아니면 ‘나 좋아?’ 갤럭시 S9조차 답을 내어줄 수 없는 영원한 난제. 주저리 주저리 답을 쓰는 대신 AR 이모지 기능으로 만든 이모지 스티커 중에 하나를 골라 보냈다. 지금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시대니까.



갤럭시 S9의 초고속 카메라는 눈으로 놓치기 쉬운 찰나의 순간을 특별하게 기록한다.



에디터의 이모지 스티커. 3 AR 이모지 기능으로 사용자를 닮은 입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밤 거리를 저조도 촬영으로 담았다.

CREDIT

에디터 김영재
사진 SAMSUNG
디자인 황동미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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