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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SUN

TOMORROW IS HEAR

미래가 궁금해?

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류 역사 중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1982년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영화 속 배경은 2019년이었다. 영화 속 배경까지는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불행히도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들이 뛰어다니는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유감이다. 그러나 기념비적인 일은 있었다.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소피아’가 2017년 10월, 로봇으로서는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시민권을 받았다. <엘르> 브라질에서는 이미 1년 전 소피아가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기술은 한심해 보이다가도 어느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다. 소피아는 여전히 한심한 발명품일 수도 있고 휴머노이드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소피아의 인공지능 실력은 꽤 출중하다. 기본적인 대화는 물론이고 농담도 곧잘 한다. 재미있지만 섬뜩한 에피소드도 있다. 개발자인 데이비드 헨슨 박사가 농담 삼아 “인류를 파괴하고 싶나?”라고 묻자 “인류를 파괴할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어서 소피아를 파괴하기 위해 무기를 챙겨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소피아는 이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 묻자 “엘론 머스크 책을 너무 많이 읽었거나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인간의 공포를 소재로 농담을 던지는 모습이 꽤 유머러스하다.


소피아가 시민권을 얻는 동안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는 노동권을 얻고 있다. 로봇 페퍼는 일본의 많은 매장에서 사랑스러운 알바생을 몰아내고 접객을 대신하고 있다. 페퍼는 사람을 닮은 외형에 귀여운 얼굴이다. 키도 120cm 정도라서 강심장의 블랙 컨슈머라도 클레임 발생 시 아동학대를 하는 느낌이 들어 페퍼를 막 대하기는 힘들다. 이런 점이 주효한 듯하다. 페퍼는 지난해 한국에도 상륙해 우리은행, 교보문고, 이마트 등에서 접객을 맡고 있다. 참고로 국제로봇연맹(IFR)의 예측에 따르면 2016~2019년까지 개인 및 가정용 서비스 로봇 판매량 전망은 4200만 대다. 한국의 네이버, 미국의 구글, IBM, 영국, 일본, 중국의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로봇들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봇물 터지듯 로봇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인공지능 플랫폼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 목적이나 특수 목적의 인공지능 말고도 일반 제조사들의 화두 역시 인공지능이다. 스마트폰의 빅 3인 애플, 삼성, 구글은 각각 시리, 빅스비,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음성 비서를 자사의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은 스피커에 음성 비서를 내장한 스마트 스피커를 내놓기도 했다. 사용자와 항상 접촉하는 스마트폰, 스피커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와 다양한 상황을 학습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의 내장형 인공지능들은 상품 가치보다 연구용 샘플 수집에 가까우므로 높은 완성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제조사의 인공지능 연구를 우리가 돈을 내고 도와주는 셈이다. 뭔가 억울하지 않은가? 공짜가 아니라면 살 이유가 없으니 참고하기를. 이세돌을 꺾어 인간에게 큰 충격을 줬던 알파고는 ‘알파고 마스터’를 거쳐  ‘알파고 제로’로 발전했다. 알파고 제로는 바둑을 익힌 지 40일 만에 원조 알파고와 바둑 대결에서 100전 100승을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과학자들이 알파고 제로에게 바둑을 가르친 적이 없다는 거다. 고도화된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고 인간이 가르친 적 없는 새로운 분야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많은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인간의 고유 역할을 대신한다는 뉴스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로봇이 인간을 공격해 배터리로 사용하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학습에 있어서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지만 자율의지를 갖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2018년까지는 인공지능의 놀라움을 마음껏 즐기자. 몇 년 후부터는 두려워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테크놀로지 업계의 또 다른 이슈는 지난해 투기 광풍을 일으켰던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블록 체인 기술에서 통용되는 네트워크 화폐의 한 종류다. 따라서 정확히는 블록 체인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하나의 화폐가 주도주가 되어 투기가 몰린 셈이다. 블록 체인의 대표는 절대로 비트코인이 아니다. 다른 어떤 화폐가 될 수도 있고, 각 서비스마다, 나라별로 다양한 가상화폐가 공존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도 블록 체인 기술은 각종 가상화폐뿐 아니라 ‘OOO페이’ 같은 기술을 통해서 계속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문제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이상한 도박판이 되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만 이런 경우가 이례적이지는 않다. 신기술이 도입될 당시에는 항상 버블이 있어 왔다. 닷컴 버블, 신재생에너지 버블, 바이오 버블 등등.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기술 자체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현물에 대한 투자다. 마치 카지노와 다를 바 없다. 갬블러는 현금을 주고 카지노 칩을 산다. 한정된 카지노 칩이 돌고 돌며 누군가를 거지로 만들고 누군가를 부자로 만든다. 결국 칩을 만든 카지노가 대부분의 돈을 챙기게 된다. 블록 체인은 미래기술의 총아가 분명하지만 총아가 되기까지 아직 많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섣불리 집문서를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5G 시대도 시작된다. 2020년 목표였던 5G는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며 본격화될 전망이다.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로 1GB 영화를 1초에 다운받을 수 있다. 5G 시대는 단순히 영화를 빨리 다운받는 게 핵심이 아니다.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인프라와 자동차가 연결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1초에 1GB 이상의 데이터 다운로드가 필요하다. 완벽한 자율주행, 홈 네트워크, 사물간인터넷(IoT), 그리고 보다 빠르고 완벽한 인공지능을 위해서 5G 인프라는 필수 요소다. 인공지능이 두뇌라면 5G는 혈관이나 다름없다. 그럼 블록 체인은? 아마도 소화기관이 아닐까? 새로운 기술들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균형을 맞추고 서로에게 양분을 주며 발전하고 있다. 2018년은 각자 발전했던 기술들이 서서히 하나의 유기체로 합쳐지는 해다. 얼마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CREDIT

글 김정철(<더 기어> 편집장, IT 칼럼니스트)
디자인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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