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라이프 > 컬쳐

2017.05.20. SAT

MY SLOGAN

인생문장

6명의 아티스트가 전하는 삶을 바꿀 캐치프레이즈

“긴 터널의 끝은 밝다”


김참새

일러스트레이터

소중한 사람에게 이 말을 듣고 큰 힘이 된 적이 있다. 부동의 겨울이 지나고 포근하고 화창한 봄이 왔듯이 빗물이 찰박하게 세상을 적신 뒤에는 반드시 햇살이 드리워진다고 믿는다. 지금, 우리에게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다.




“라자로야, 나오너라.”


임솔아

시인

“라자로야, 나오너라.”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매춘부인 소냐가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읊어준 구절이다. 자신의 내밀한 비밀을 보여주듯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이 구절을 읽어주었다. 예수가 도착했을 때 라자로는 이미 죽어 있었다. 죽은 지 나흘이 지나 썩은내를 풍기고 있었다. 나흘이나 늦게 도착한 예수를 사람들은 비난했다. 그러나 예수의 한 마디에 라자로는 부활하여 동굴 바깥으로 걸어나온다. 죽었던 라자로가 되살아나 걸어나오는 장면을 소냐는 끝없이 되새기고 되새긴다. 자신의 인생은 이미 끝나버렸다고 믿는 사람들 곁에 끝까지 남아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은 양초는 비뚤어진 촛대 위에서, 이 가난한 방에서 영원한 책을 읽기 위해 기묘하게 만난 살인자와 매춘부를 비추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를 바깥으로 걸어나오게 만든 것은 예수가 아니라 소냐의 이야기다. 손을 덜덜 떨면서, 괴로움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소냐의 목소리다. 그런 목소리가 되고 싶다.




“REAL IS RARE. NOT YOU, NOT ME. BUT WE LIVE WITH NO LIES”


안아름

모델

진짜라는 것은 흔치 않다. 허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오리지널이라고, 진짜라고 강조하기 위해 애쓴다. 오리지널을 찾는 과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무엇이 진짜인지 가려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 진실하게 사는 사람은 다르다.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더라도 진짜라는 게 느껴진다. 거짓이나 꾸밈없이 살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움을 받을지언정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내 생각을 말하고 감정을 표현하려 한다. 거짓 없이 자신에게 당당하게 살아야지. 그게 진짜다.




김양진

그래픽 디자이너

뭔가를 꾸준히 오래 하려면 힘을 내서 열심히 하는 것보다 지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간다. 이게 아니면 죽을 것처럼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다 쏟아부어도 노력한 만큼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고 또 성과가 있다 하더라도 ‘이게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했지? 이렇게 쏟아부을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는 허무한 생각이 조금씩 마음속에서 자라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하게 된다. 만약 내가 걷고 있는 길을 포기할 생각이 없고, 언젠가 이 길 위에서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어깨에 힘을 빼고 ‘적당함’을 찾아야 한다. 지치지 마세요. 지치지 맙시다.




“빠르고 가벼운, 가능한 많이”


최지욱

일러스트레이터

백지 공포가 있었다. 종이를 펼치고 펜을 쥐면 공포로 몸이 굳어버리는 바보 같은 병이다. 어느 날엔가 가볍게 점을 봤다가 점쟁이로부터 ‘깊은 생각은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당시엔 온갖 재료들을 짊어지고 다니면서도 매번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는 날이 많아 우연히 던져진 그 말을 꽤 진지하게 곱씹었던 것 같다. 주저하다가 빈 노트를 들고 오느니 생각 없는 낙서라도 채워 오는 것이 확실히 더 나았다. 요즘도 고민이 길어질 때마다 스스로 이 말을 주문한다. 생각을 덜어내고 실행해야 할 때, 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지침이 된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슬릭

래퍼

‘#OO_내_성폭행’이라는 해시태그 아래 여성들의 처절한 고발이 이어지던 때, 한 트위터 유저가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거야’라는 문장을 남겼다. 해시태그 아래 무수히 쏟아지는 글들을 읽는 내내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여전히 현실은 슬프고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가 용기가 돼준 순간들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나 역시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용기를 얻었고, 내가 감각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어졌다. 바로 이 문장에서 최근 발표한 노래 ‘Ma Girls’의 영감을 얻었다. 가사를 쓰면서, 라이브를 하면서 여전히 이 노래에 담긴 커다란 의미를 스스로 내뱉기 두려운 순간이 많다. 그럼에도 내가 용기를 얻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 ▒


CREDIT

EDITOR김영재
PHOTO 김선혜(PORTRAIT), 이수현(ART WORKS)
HAIR STYLIST 박희승
MAKEUP ARTIST 서아름
DIGITAL DESIGNER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5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