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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WED

Hash Tag Talk

#지금_여자

해시태그로 보는 이 시대 여자들의 움직임

#Iamnotscaredtospeak 

나는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지난 7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가정 폭력의 처벌 수위를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배우자나 자식이 폭력을 당해도 1년에 1회를 넘지 않고 뼈가 부러지지 않았을 경우 폭력을 행사한 자가 15일간의 구류나 벌금형에 그치는 내용이다. 종전 법안의 최대 징벌은 징역 2년이었다. 러시아에서는 전체 범죄 중 40%가 가족 내에서 이뤄지며, 매년 가정 폭력으로 숨지는 여성이 1만4000명에 달한다. 이 법안이 발의된 후부터 온라인에서는 가정 폭력 피해 경험자가 ‘나는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뜻의 #IamNotScaredtoSpeak를 통해 전 세계적인 고백과 경험을 나눔으로써 이 법안을 철회하는 캠페인을 펼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bringbackourgirls

우리 딸들을 돌려달라

2014년 나이지리아 여학생 276명이 극단적 이슬람 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보코하람은 여자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죄악이라 주장하는 단체로, 여학생들 중 195명은 사건 발생 1000일이 지났지만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에 한 명, 올해 1월에 또 한 명의 소녀가 인근 숲에서 기적처럼 발견됐는데, 납치 당시와는 달리 그녀들은 4개월, 6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있었고,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세뇌 당한 채 비자발적 관계와 출산의 대상이 된 여학생들 그리고 돌아오지 않은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 세계의 여자들이다. 백악관에서 미셸 오바마가, 칸영화제 레드 카펫에서 셀마 헤이엑이, 자신의 쇼에서 엘렌 드제너러스가, 그 외에도 엠마 와슨, 줄리아 로버츠, 카라 델레바인 등 수많은 여성들이 이 해시태그를 적은 종이를 들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이 있기에 이 해시태그는 결코 오래된 유행이 아니라 지속돼야 할 이슈다.



#맨스플레인

레베카 솔닛의 2015년 저서 <남자들은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자신도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여자들에게 가르치려 드는 태도를 가진 남자의 심리를 통쾌하게 분석한 책. 한국에서는 번역되자마자 맨스플레인의 성지라도 된 듯 다양한 용례가 온라인에 폭발적으로 보고됐다. 남자들이 관성적으로 ‘여자는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꼬집은 말로 남자는 자신이 맨스플레인 중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여자들은 이런 상황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한국형으로는 #오빤다알아ㅎ #설명충이 있다.



#예술계_성폭력

문화를 미끼로, 성공을 담보로, 예술성을 위해서, 예술계 전반의 수면 아래에서 벌어져온 성폭력에 대한 폭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난해부터 성토되기 시작했다. 문단과 영화, 미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원로부터 신예까지 고루 연루된 성폭력 사건은 예술이라는 명목을 덧붙여 그들의 알량한 자유 또는 표현으로 포장됐다. 동종 업계라는 이유로 후에 벌어질 불이익이나 개인적인 내용의 공개적 고백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여자들의 용기가 알려준 것은 단지 남자들의 실명이 아니라 모든 폭력은 매우 가까이에서 폭력인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벌어진다는 것과 우리가 아는 예술은 남자들이 추한 욕망으로 더럽힐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DressLikeAWomen

여자답게 입으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본부 여성 직원에게 ‘여자답게 입으라(Dress Like A Women)’고 주문한 것에 대해 전 세계 여성들이 해시태그를 걸어 자신이 얼마나 여자답게 입었는가를 사진으로 답하고 있다. 경찰, 우주인, 의사, 운동선수 등이 자신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부터 히잡을 쓴 모습 또는 동성 커플의 결혼식 예복 등 많은 여성들이 다양하게 여성스러운 차림으로 등장했다. 혹시 딸 이반카 트럼프가 판매하는 패션 브랜드의 옷이 트럼프가 생각하는 여자다운 옷일까? 그렇다면 온전히 실적을 기준으로 ‘이반카 트럼프’ 브랜드를 퇴출시킨 노드스트롬의 세일즈 결과가 그 대답이 아닐는지.



#girlsdonotneedaprince

여자들에게 왕자는 필요 없다

‘여자들에게 왕자는 필요 없어’라는 의미의 이 문구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4’에서 후원 방식으로 판매한 티셔츠에 쓰였다. 넥슨의 온라인 게임에 더빙을 맡은 성우 김자연이 해당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자 넥슨 게시판에는 큰 소동이 일었고, 논란을 피하려는 넥슨이 김자연을 다른 성우로 교체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한국식 여혐과 남혐 이슈로 희한하게 포커스됐지만 그와는 별개로 백마 탄 왕자님을 꿈꾸지 않는 여자들의 시대, 우상화된 대상과의 결혼을 성취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여자들의 시대에 대한 예언임은 확실하다.



#lesprincessesontdespoils

동화 속 공주도 털이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해시태그로 남자는 괜찮고 여자만 제모를 강요당하는 차별에 대해 16세 여성인 마델 라보가 자신의 SNS에 “제모를 거부했을 때 학교에서 심한 조롱과 놀림을 받았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체모에 대해 엄청난 사회적 압박을 느끼도록 낙인을 찍는 것 같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의 털 사진을 올리고 ‘동화 속 공주도 털이 있다’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후 이를 공감한 전 세계 여자들은 의무에 가까운 제모는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권 박탈이라는 것, 편견적 미의 기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 일갈하며 자신들의 체모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겨드랑이나 팔 또는 다리에 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모습은 결코 더럽지도 야하지도 추하지도 않다.



#freethenipple

젖꼭지에 자유를

이 해시태그는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유세를 펼치던 당시, 세 아이의 엄마인 마거릿 앨런 브래드포드란 여성이 6개월 된 딸에게 모유 수유를 하면서 환호하는 순간의 모습이 한 사진기자에게 포착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마거릿은 모유 수유 중인 자신의 보도 사진을 스스로 페이스북에 올리며 #FreetheNipple이란 해시태그를 달았고, 이는 공공장소에서 모유를 수유할 수 있는 권리 이슈로 확장됐다.



#MyBodyMyChoice

나의 몸 나의 선택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중 40%가 임신 중절이 불가능한 나라에서 산다. 한국과 아일랜드도 포함된다. 관련법은 태아를 기준으로 하기에 임신 중절은 여성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국가 혹은 정치인이 여성을 언제든지 가임 상태에 있는 자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지난 50여 년간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됐다. 1970년대 동유럽에서 벌어진 시위 당시 피켓에는 ‘낙태는 정치인이 아니라 여성이 결정한다’는 구호가 쓰였다. 시대는 바뀌어도 상황은 그대로다. 지난해 아일랜드에서는 관련법 폐지 해시태그 ‘#Repeal the 8th(아일랜드 헌법 제8조 수정안을 폐지하라)’가, 한국에서는 행정자치부가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수 등을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온라인에 공개했을 때 해시태그 #MyBodyMyChoice가 등장했다.



#actuallivingscientist

살아 있는 과학자

이 해시태그는 남성 생물과학자인 데이비드 스틴이 지난 2월 초 자신의 트위터에 “대부분의 미국인이 동시대 과학자의 이름을 모른다. 그들이 하는 연구로부터 많은 것들을 얻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안녕? 난 데이브야”라는 말로 고독하지만 의미 있는 연구자로서 자기소개를 시작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 글에 댓글 형식으로 시작된 과학자들의 자기소개 릴레이가 소셜 미디어에 쏟아졌는데, 막상 그들이 정체를 밝히고 나니 여자들이 상당한 숫자였고,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이공계라면 막연히 남성일 거라고 예상했던 그동안의 편견을 반성했다. 과학계의 여자들이 자신의 연구 또는 직업 현장에서 남녀 차별 없는 연구복이나 작업복을 입은 채 전문적인 모습으로 찍은 셀카와 함께 이 해시태그를 남기기 시작해 지금은 16만 개에 이른다. 함께 쓰이는 태그는 #DistractinglySexy(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정도로 섹시한)! 남성 과학자인 팀 헌트가 세계과학기자대회 중 여성 과학자들이 동행한 식사에서 “여자가 실험실에 있으면 세 가지 일이 생긴다. 여자 과학자들은 남자 과학자들의 집중을 방해하고, 그들과 사랑에 빠지고, 비판을 하면 운다. 때문에 여자들은 남자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해 명예교수직을 박탈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당시 그의 발언을 비꼬는 해시태그다.



#지옥의_페미니스트_클럽

여성 지위에 대해 오류투성이 생각을 가진 남자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쏟아낸 온갖 발언들에 대한 여자들의 대답은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선언으로 번졌다. 여자들에게 씌워진, 부드럽고 온건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편견을 걷어차 버리는 움직임은 점점 더 통쾌하게 확장됐다. 페미니스트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4’로부터 파생된 #내가_메갈이다 등을 비롯해, 여성으로서 내가 센 말을 쏟아내도 그에 쏟아지는 낙인이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선언을 거쳐 #지옥의_ 페미니스트_ 클럽이란 가상집단으로 뭉쳤다. 이것은 그간 사회적으로 불편했던 시선에 미안해하고 눈치보지 않겠다는 강경한 방식의 대응이다. 제니퍼 로렌스도 인터뷰에서 “전엔 무서워했어요. ‘내가 화났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이제는 반대예요. ‘내가 화났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걸!”이라고 말했다. 화가 난 여자들에겐 #우리는_ 서로의_용기가_ 될거야라는 해시태그가 함께하기도 한다. 트위터에서는 악녀에 가까운 영화 속 캐릭터나 대담무쌍한 여자들의 사진과 합성한 ‘짤’이 무성하게 양산됐다.

CREDIT

EDITOR 이경은
PHOTO GETTY IMAGES / IMAGINS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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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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