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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WED

GO SOUTH EAST

아트바젤 마이애미

전 세계 예술 애호가 중에서도 힙스터들이 모두 출몰하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 <엘르> 코리아도 갔다

마이애미는 누구에게나 흠모의 도시다. 평화로운 해변가와 바벨탑처럼 솟은 야자수들, 구겨진 마음도 풀 먹인 듯 다려주는 날씨…. 단지 여름의 상징들이 갖춰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이애미는 지덕체를 갖춘 도시랄까. 마이애미 비치를 ‘힙’한 문화 도시로 재생시킨 건, 전 세계 미술계를 주도하는 갤러리와 컬렉터, 후원가들이 모이지만 권위적이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내는 아트 페어 ‘아트 바젤 마이애미’다. 또 아트 바젤 내내 젊고 실험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작은 갤러리들의 위성 페어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이 기간은 자연스럽게 페스티벌처럼 도시를 달군다. 전세기를 타고 오는 셀러브리티나 컬렉터들, 인근 아파트와 맨션에 아예 방을 잡은 딜러들, 몰려드는 예술 애호가들 덕분에 마이애미 비치의 스카이라인 자체가 불과 몇 년 새에 기적처럼 바뀌기도 했다. 이완 슈레거, 프랭크 게리, 알란 파에나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건축가, 부동산 재벌들이 공들여 지은 부티크 호텔과 랜드마크로 손색없는 빌딩 등이 축포 터지듯 오픈했으니까. 


ART BASEL MIAMI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트 페어’ ‘예술계의 올림픽’ ‘세계 3대 아트 페어’. 1970년대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된 아트 바젤(Art Basel)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유럽 미술계에서 40여 년간 승승장구하던 아트 바젤은 세력 확장과 회춘을 동시에 꾀했다. 매년 4일씩, 3월엔 홍콩, 12월엔 마이애미에서 아트 바젤의 스핀 오프 격인 페어가 열리는 것이다. 올해로 제15회인 아트 바젤 마이애미. 본 행사장 마이애미 컨벤션 센터엔 심사위원 6인의 까다로운 선택을 거친 29개국 269개 갤러리가 A~D 구역으로 나눠 꽉 차 있었다. 갤러리 페로탱, 가고시언 갤러리, 리먼 머핀 갤러리, 블룸앤포에 등 거물급 갤러리들과 함께한 요시모토 나라, 파올라 피비, 마우리지오 카텔란 등의 작품은 이름만으로도 척척 팔려나가(빨간 스티커를 큼직하게 붙인다!)고, 팝 스타 못지않은 인기의 헤르난 바스 ‘Tropical Depression’ 시리즈, ‘X’ 시그너처가 또렷한 카우즈의 신작을 발견하는 일도 큰 즐거움이다. 한국에서도 국제갤러리와 티나킴 갤러리가 참여했다. 의외인 건 단색 열풍의 주역이자 고요한 동양 색채의 하종현, 박서보보다 함경아의 화려한 자수 회화 앞에서 더 많은 셔터 소리가 울렸다. 그린 나프탈리(Greene naftali) 갤러리 소속 양혜규, STPI 갤러리 소속 서도호 작가의 작품들도 반갑다. 트럼프의 당선과 피델 카스트로의 죽음 등 북남미를 부글부글 끓게 한 정치적 긴장감은 역시나 전혀 전형적이지 않은, 오히려 오바마에 대한 계속적인 오마주와 팝적인 화려함으로 재해석됐다. 꼭 이 페어를 지구 반 바퀴 돌 듯 정복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오직 한 명의 아티스트만 집중해 소개하는 포지션스(Positions), 지난 3년간 작업한 작품들만 선보이는 노바(Nova), 미술계 변호사, 컬렉터, 작가 등이 모여 깊은 토론을 펼치는 컨버세션스(Conversations) 등 섹션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정신없이 부스를 돌아보고 사진 찍고 감탄하는 사이, 클로징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왕왕 울리면 영혼까지 털린 채 너덜거리는 무릎 관절을 붙잡고 추적추적 거리로 내쫓긴다. 그러나 가까운 콜린스 파크에 공공미술 섹션으로 마련된 네온 컬러 고인돌 작업 ‘<Miami mountaion>(2016) by Ugo Rondinone’, 샛노란 아쿠아리움에 갇힌 선풍기 ‘<Atmosphere> (2016) by Eric baudart’ 등의 조형물들, 근처 사운드스케이프 공원에서 제 몸만 한 쿠션에 널브러져 즐길 수 있는 예술영화 상영회 등 마이애미의 밤은 영원처럼 계속된다. 감각적이지만 난해하기 짝이 없는 예술영화를 공부하듯 쏘아볼 필요는 없다. 온화한 미풍에 살랑거리는 팜 트리 이파리 사이의 별빛을 감상하는 가운데 예술영화들이 BGM이 돼준다면, 여기가 바로 소름 돋게 아름다운 예술의 천국일지니!


DESIGN MIAMI

컨벤션 센터를 가득 채운 아트 바젤 마이애미가 순수미술계의 행사라면, 길 건너편 부스에서 열리는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는 가구와 조명, 생활소품 등 산업 디자이너와 디자인 갤러리들의 행사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뉴욕의 디지털 건축가 그룹 SHoP이 만든 물결치는 파빌리온을 시작으로 부홀렉 형제의 디시 볼을 쌓아올린 듯한 조명을 선보인 갤러리 크레오와 아르나우트 메이어(Arnout Meijer)의 네온을 이용한 미래적 조명을 선보인 빅토르 헌터 디자인 아트 딜러 등 31개 디자인 갤러리들이 현기증이 나도록 모던한 디자인의 미래를 제시한다. 펜디, 루이 비통, 아우디 등 언제나 ‘디자인 덕후’임을 강조해 온 10개 브랜드가 내놓는 컬래버레이션 부스는 언제나 인기 폭발. 올해는 에어비앤비와 멕시코시티의 젊은 건축가 듀오 페드로 & 주나(Pedro & Juna)가 협업한 ‘Sobremesa’ 프로젝트가 눈에 띄었다. 반가운 사람이 오면 주방에 모여 음식과 정을 나누는 멕시코의 ‘키친 호스팅’ 문화에 착안, 가상 주방과 거실을 만들어 멕시코에 온 듯한 마법을 걸었다. 


Aqua art Miami 

아트 바젤 마이애미의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도 이 기간에 마이애미를 향해 무작정 떠난다. 마이너한 덕분에 더 실험적이고 활기 넘치는 영 아티스트와 소규모 갤러리들이 마이애미 도시 경계선까지 꽉꽉 채워 거의 모든 거리와 거의 모든 베뉴를 장악한다. 잘 정리된 팸플릿을 참고해도 좋지만,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현수막이 걸린 아무 거리로 홀린 듯 끌려 들어가면 된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사우스비치 전통 스타일의 아담한 호텔에서 열리는 <아쿠아 아트 마이애미(Aqua art Miami)>. 객실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47개 갤러리들의 부스로, 호텔 야외 중정은 갤러리스트와 컬렉터들이 관람객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는 라운지 파티장으로 바뀐다. 


Untitled, Art 

미드 비치의 중간, 정확히 모래사장 한복판에 대형 텐트를 하나 떡하니 쳐두고 그 속에서 열리는 <언타이틀, 아트>. 참여 갤러리 중 하나인 시카고 애스펙트/레티오(Aspect/Ratio) 갤러리 큐레이터에게 왜 여기 참가했는지 물었다. “메인 큐레이터가 참여 갤러리들의 작품까지 하나하나 관여해요. 갤러리 입장에선 고민할 필요 없이 아트 페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캐주얼한 분위기가 좋아요.” 2012년, 이 페어의 시작부터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오마 로페즈-차드(Omar Lopez-Chahoud)는 모마 PS1, 휘트니 뮤지엄 등의 큐레이터를 거친 인물. 이렇게 이 지역 아트 페어는 메이저와 마이너를 경계 짓기보다 까다로운 취향으로 그러모은 컨템퍼러리아트의 최전선을 목도하는 느낌이다.



mini interview 

매해 참여 브랜드들은 철학을 가장 잘 공유할 수 있는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곤 한다. 올해 루이 비통과 손잡은 일본 출신의 디자이너 토쿠진 요시오카와 마이애미에서 만나 장인 정신과 실용성, 일본에 대해 물었다.


견고한 스툴임에도 마치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디자인은 어떤 상상에서 시작됐나 자연의 구조를 항상 염두에 두곤 한다. 꽃잎이 솟아나 서로를 바라보듯 하나의 형상을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해석했나 루이 비통은 오랜 역사와 더불어 가죽이나 금속 분야에서 장인 기술을 갖고 있다. 소재 면에서는 가죽이나 금속은 시간을 진정으로 초월하는 것이므로 그에 맞는 것을 만들려고 했다. 


일본에서 자라고 공부한 후 지금은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혹은 도쿄가 작업에 영향을 주는가 일본에는 신도(신토이즘)란 개념이 있는데, 진정으로 자연을 존중하고 섬긴다는 의미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작품의 신비함에 접근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치 중 하나인 실용성을 어떻게 해석하나 예술과 비교했을 때 디자인의 매우 흥미로운 점은 뭘 만드는 데 구조적 제약과 규칙이 있다는 점이다. 실용성이 규칙 또는 한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용적인 동시에 매우 아름다운 어떤 것을 만든다는 점이 내게는 디자인의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의 프로젝트가 있나 2013년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렸던 솔로전 <토쿠진 요시오카 크리스털라이즈(Tokujin Yoshioka_Crystalize)>에서 전시했던 크리스털 프리즘으로 구성된 스테인드글라스 <무지개의 교회 Rainbow Church> 그리고 신국립경기장(New National Stadium)을 위해 만든 건축설계 <부유하는 샘 Floating Fountain>이 조만간 어디선가 실현되길 바란다.


CREDIT

PHOTOGRAPHER 이솔네
WRITER 정승혜
EDITOR 이경은
PHOTO COURTESY OF ART BASEL MIAMI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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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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