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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5. SAT

엘르답게, 여자답게!

I AM ELLE, I AM A Woman

여자(ELLE, She)라는 이름을 걸고 창간된 후 전 세계에서 동시대적인 여성상을 제시해 온 <엘르>가 그리는 여성상에 대하여

매니시한 재킷은 Dint. 이어링은 Jealousy.


#NO MAKEUP

강주은·방송인

공적인 자리에서, 메이크업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는 잣대는 왜 여성에게만 해당될까? <엘르>는 노 메이크업으로도 충분히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얼마 전 뉴욕에서 열린 MTV VMA 시상식에서 완벽한 민낯으로 레드 카펫에 등장한 알리시아 키스, 44세 생일을 맞아 SNS를 통해 #노메이크업 해시태그 행렬에 동참한 기네스 팰트로 그리고 직장에서는 물론 TV 출연을 할 때도 당당하게 멀건 얼굴을 드러내는 강주은까지. 이들과 함께 <엘르>는 말하고 싶다. 결점을 모조리 감춘 두꺼운 화장 대신, 우리는 여성이 가진 생각과 꿈, 영혼에 더 관심 있다고.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순간 남편을 격의 없이 대할 때! 모두 알다시피 최민수는 거칠고 터프하다. 수컷 냄새가 폴폴 나지. 이런 ‘상남자’ 남편을 나와 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아내가 몇이나 될까? 아내는 순종적이고 유순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탈피한 부부 관계가 새로운 사고와 삶의 방식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나에게 메이크업이란 불필요한 것.


노 메이크업을 하게 된 계기 연애시절 남편의 제안이 있긴 했지만 그런 이유로 화장하지 않는 여자는 없을 거다. 20대 때 미스코리아대회 준비로 합숙 훈련을 하고 나니 진한 화장에 익숙해지더라.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두꺼운 메이크업에 내가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들은 아침에 일어나 세수만 하고 나갈 수 있는데 여자들은 집 밖을 나서기까지 단계가 어마어마하지 않나! 본래의 모습은 물론 삶까지 제한하는 것 같아 하지 않기로 했다.


화장을 하지 않아 민망했던 경험 노(No)! 단 한 번도 없다. 12년간 외국인 학교에서 일하며 화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프로페셔널’하다는 지적을 받거나 업무에 지장을 준 적은 단연코 없었다.


기미나 주근깨를 감추고 싶진 않나 캐나다에서 살던 어린 시절엔 주근깨를 만들려고 일부러 레몬을 바르고 햇볕에 나가 있곤 했다. 희한하게도 한국에서는 이걸 매력 포인트가 아닌 감춰야 할 ‘잡티’ 취급하더라. 문화마다 미의 기준은 다르지만 다 똑같이 생기면 재미없지 않을까? 다양한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노메이크업 열풍 완전 멋지다! 유명 셀럽부터 일반인들까지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들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감과 솔직함. 그 용기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다.



이진원이 입은 레이스 슬립 원피스는 Zara. 진주 스트랩 힐은 Manolo Blahnik. 이어링은 Eenk. 오른손의 브레이슬렛은 once-in-a-lifetime. 링은 모두 Minetani. 신보미가 입은 브라운 슬립 원피스는 Low Classic. 앵클 스트랩 힐은 Stuart Weitzman. 왼손의 뱅글과 링은 모두 once-in-a-lifetime. 오른손의 링은 Minetani.


#STRONG

이진원, 신보미·보디빌더

‘여성스러운 몸’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한없이 연약하고 가녀린 혹은 철저히 남성적 시선에 부합하는 글래머러스한 몸 대신 여성 자신이 만족하는, 진정한 건강을 위한 몸이 아름답다는 것! 여기 자신의 몸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두 여성이 있다.
‘독하다’는 부정적인 표현보단 ‘강하다’라는, ‘남자 같다’는 차별적인 시선보단 ‘멋지다’라는 찬사를 보내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강한(#STRONG) 나 이진원(이하 진원) 도드라진 근육 때문에 불편한 시선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연연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요즘 도드라진 복근과 허리 근육을 보면 정말 행복하니까! 신보미(이하 보미) 남자 보디빌더들은 근육을 얼마나 키우고 줄이든 간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 선수들은 다르다. ‘지금이 딱 예쁘다’ ‘왜 근육을 키우려 하느냐?’고 한 마디씩 하거든. 좋아서 하는 건데. 처음엔 굉장히 신경 쓰였지만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여자다운 몸 진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로운 몸! 거울을 봤을 때 자신의 마음에 들면 그게 가장 아름다운 몸인 것 같다. 어느 누구도 개인의 몸에 아름다움을 규정 지을 수는 없다. 보미 이하 동문(웃음)!


앞으로 계획 보미 여성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열어 많은 여성들이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 있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진원 여성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디빌딩 경기장을 건설하고 싶다.



핀스트라이프 재킷과 팬츠는 모두 Miss Gee Collection. 레더 트렌치 코트는 Instantfunk.


#BOSSY

김보미·빈소년합창단 지휘자 &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는 “여성은 일할 때 ‘마음에 드는 것’과 ‘존경을 받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반면 남성들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왜 ‘Bossy’라는 단어는 유독 여성들에게만 권위적이며, 공격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걸까? 남성의 영역으로 알려진 지휘자로서 리더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김보미 교수.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고, 따뜻하면서도 당찬 특유의 캐릭터는 ‘여성이기에’ 가능한 리더십이다.


보스(#BOSSY)로서의 나 지휘자인 나. 관객의 대부분은 남성 지휘자에 익숙해 있다. 그런데 여성, 게다가 동양인이니 오죽할까! 합창단을 이끌고 무대에 오르면 간혹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첫 무대에 섰을 때도 유일한 여성이기에 잘하면 더 튀어보일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나를 보스로 만든 것 당당함 그리고 결단력. 단원들에게도 나에게도 항상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이 돼야 한다. 자신의 주장과 견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는 리더만큼 멋진 건 없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독일에서 연주 여행을 떠났을 때 다 같이 한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럽에선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 것보다 개개인이 더 중요하다. 한국에선 아직 내면보다 외면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같다.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는 시선 자체를 뭉개버릴 수 있도록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래서 활동 영역을 차츰 넓혀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어한 소재의 화이트 티셔츠는 H&M. 화이트 뷔스티에는 Prada. 액세서리는 모두 본인 소장품.


카키 컬러의 티셔츠와 데님 팬츠는 모두 American Apparel. 벨크로 장식의 앵클 부츠는 Meno De Mosso.


#NO BRA

이유·모델

미국 몬태나 주의 한 여고생은 ‘노 브라’로 등교했다가 교장실로 불려간다. 그녀는 끝내 브라 착용을 거부하고, 이에 부당함을 호소하며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다. 이름하여 ‘노 브라 노 프로블럼(No Bra No Problem)’. 여성의 유두가 노출된 사진을 삭제하는 검열 정책에 반발, 남성의 유두를 합성해 올리는 프리 더 니플(Free the Nipple) 운동도 나오미 캠벨, 카라 델레바인 등의 셀러브리티와 함께 맥을 잇는 중! 여성의 가슴을 성적 대상으로만 치부하는 불편한 시선. 이 시점에서 <엘르>는 브라가 ‘필수’가 아닌 ‘선택’임을 알리고 싶다. 또 꼭지가 노출돼도, 크기가 작아도, 조금 처졌어도 당신의 가슴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이야기도. 노 브라로 외출한다는, 그 가슴으로 모유수유를 한 바 있는 모델 이유를 만났다.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순간 에브리 타임(Every Time)! 매 순간이 그렇다. 굳이 꼽자면 촬영할 때? 모델 일은 성차별이 없고, 소위 말하는 스펙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직업을 잘 선택한 거지.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즐겁고 흥미로운 것. 남자보다 재미지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짜증날 때가 있긴 하지. 특히 운전하는데 다른 운전자가 욕을 퍼부을 때. 내가 남자였다면 이 정도는 아니겠지 싶다. 육아를 책임질 때도 마찬가지. 똑같이 일해도 육아는 아내가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멀었다.


내 가슴은 그냥…. 신체의 일부? 작고 밋밋하지만 마음에 든다. 임신했을 때 가슴이 커졌는데 그 모습이 딱히 어울리진 않더라. 그래서인지 큰 가슴이 부럽진 않다. 젖을 물린 가슴이라 더 자랑스럽기도 하고. 남자들은 그거 못한다.


모유수유 이후 성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요즘은 수술해도 모유수유가 가능하다더라. 자기만족이니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작은 가슴의 매력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옷발’이 쿨하게 살지 않나!


브래지어란 불편한 것.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하나의 도구.


노 브라로 외출하면 엄청 편안하다. 가슴을 옥죄는 압박감이 사라지니 소화도 잘되고, 활동하기도 편하거든. 물론 옷을 고를 때 조심스럽긴 하다. 면 티셔츠를 입을 때도 노 브라일 때 예쁜 걸 골라야 하니까.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에게 브라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지금도 가끔씩 친정엄마와 부딪치곤 한다. ‘왜 야니(딸) 치마 속에 속치마 안 입히느냐’고. 여자라면 무릇 조신해야 한다는 거지. 물론 야니가 치마를 입으면 다리를 벌리지 말라는 말 정도는 한다. 여자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매너’니까.

CREDIT

EDITOR 김미구, 천나리, 강은비
PHOTOGRAPHER 김태은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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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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