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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8. FRI

Go,Go

수짱, 치에코 씨 그리고 마스다 미리

굳이 힘내라고 응원하지 않는 힐링 만화. 담담한 일상으로 오늘의 에피소드를 써내려 가는 작가 마스다 미리는 왜 여자들에게 공감을 얻기 시작했을까.

 

1 작가 마스다 미리가 직접 그린 자화상 캐리커처.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일상에서 거듭 되뇌게 되는 질문들. 하지만 물 위로 끌어올리기엔 구차해지는 이야기는 거듭 음소거되고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어쩌면 힐링 열풍이 불어닥치고, 시대의 멘토를 찾게 되는 건 이런 사소한 질문들을 해소할 창구가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구차한 질문들을 담담한 일상의 에피소드로 해소하는 만화가 나타났다. 여자 공감 스토리로 회자된 ‘수짱 시리즈(<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로 일상의 가치를 곱씹게 하는 마스다 미리표 만화는 마음속에 있는 질문들을 당당하게, 심지어 제목으로 활자화한다. 한숨과 고민은 숨기고 버려야 할 하찮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우리에게 보내는 작은 변화의 신호라는 것을 알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기부정이나 비하가 제법 수그러든다. 30대 여성들이 마스다 미리를 읽는 이유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쿨한 부부의 이야기를 엮은 <치에코 씨의 사소한 행복 1, 2>와 거대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작디작은 존재들의 에피소드를 펼친 <밤하늘 아래>를 펴냈다. 이야기 소재가 싱글에서 부부로 옮겨갔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살아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싱글이든 부부든 그건 마찬가지죠”라고 말하는 그녀는 여중생 이야기부터 평균 연령 60대인 가족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만화와 수필, 단편소설 그리고 동화를 쓰는 작가이면서 결국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1969년 오사카 출생’이라는 정보 외에 그 어떤 신상도 공개돼 있지 않고, SNS와는 거리가 멀며 여전히 아날로그식 작업을 고수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와 신간을 빌미로 대화를 시도했다.

 

‘수짱 시리즈’가 싱글 이야기였다면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은 부부 이야기네요 네, 맞아요. 보통 연재를 시작할 땐 매체의 독자층을 먼저 생각하는데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이 연재되는 일본 월간 코믹 잡지 <YOU>는 성인 여성이 타깃이라 자연스럽게 부부라는 주제가 연상됐어요.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치에코 씨와 사쿠짱 부부를 만나는 재미로 아직 즐겁게 연재하고 있어요.

 

퇴근 후 함께 장을 보고 독립적으로 집안일을 분담하며 명절이면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부부 이야기라니, 이런 부부상이 일본에서 일상적인가요 이 만화의 실제 모델은 없어요. 그래서 이런 부부가 있는진 저도 잘 모르겠지만 독자들의 편지를 읽다 보면 ‘우리 부부와 닮았어요’라고 하는 사람도, ‘이상적인 부부상이네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만화 연재를 시작할 땐 어느 정도 인물 설정을 하지만 점점 주인공들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하면서 저 역시 그 이야기에 동화돼 간답니다. 치에코 씨는 이야기의 시작 때에 비해 다소 응석받이로 변했어요. 남편 사쿠짱의 온화한 성격 때문에 그녀의 성격도 변해가고 있죠. 반면 그들은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 각자의 인생을 살고 서로가 어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부부이기도 해요. 치에코 씨가 퇴근 후 혼자 차 한 잔 마시고 들어가겠다고 남편에게 전화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전화를 받은 사쿠짱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혼자 멍하니 있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지’라고 생각하죠. 부부지만 결국 개인 각자가 인생의 주인공인 세계를 그리고 싶었어요.

 

마스다 미리의 만화들은 소소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면서 일상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인상 깊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소소한 행복’이란 뭔가요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에 부부가 산책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치에코 씨가 묻죠. “사쿠짱한테 행복이란 뭐야?” “치에코가 있고 일이 있는 것.” 사쿠짱이 이렇게 대답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져요. 행복의 기준이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아주 심플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마스다 미리의 최근작. 친구 같은 부부의 에피소드를 담은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과 우주 이야기가 곁들여진 <밤하늘 아래>.

 


동시에 출간된 <밤하늘 아래>에는 만화 외에 ‘알기 쉬운 우주 이야기’도 곁들여졌어요. 별과 우주에 대해 관심 갖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한 5년 전부터였던 것 같아요.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별 이름을 알면 멋질 것 같아서 별자리 강좌를 듣고, 천문대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치만 별 이름은 별로 기억나지 않고 우주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었어요. 화성의 노을은 파란색이고 달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가슴이 막 두근거릴 정도였죠. 예전에 <주말엔 숲으로>라는 만화를 그렸을 때 ‘모르는 세계가 아주 많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른이 된 것 같아’라는 문장을 쓴 적 있는데 별 공부를 할 때 자주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밤하늘 아래>는 센다이 우주관에 근무하는 안도 카즈마 씨가 우주 이야기를 정말 쉽게 써주셔서 별에 관한 교과서처럼 읽을 수도 있어요.

 

다네가시마 로켓 발사 견학기도 재미있더라고요.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요 망원경으로 토성을 처음 봤을 때 와, 정말 감동적이더라고요. 토성의 고리를 보면서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위성 로켓 발사를 봤을 때도 감동 그 자체였는데, 어두운 밤하늘이 한낮처럼 밝아지는 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더군요. 멋진 경험이었죠.

 

간결한 그림체 역시 마츠다 미리 만화의 특징이죠. 직접 손으로 그리나요? 만화 컷의 테두리 선은 한 번 그려둔 걸 편의점에서 카피한 후 그 위에 그림을 그려요. 복사기의 상태에 따라 잉크의 농도가 달라져서 가까운 편의점 복사기 상태가 맘에 들지 않을 땐 자전거를 타고 먼 편의점까지 가기도 해요. 늘 앉아서 일하다 보니 이런 기회에 운동도 하고 좋거든요. 펜은 0.05mm짜리 가는 심을, 색을 입힐 땐 코픽(Copic) 마커를 애용합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요즘 관심사는 뭔가요 단걸 정말 좋아해요.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일 정도로. 쇼트케이크, 밤으로 만든 디저트를 특히 잘 먹고 팬케이크도 좋아해요. 일본은 팬케이크 열풍이 계속되고 있어서 맛있는 가게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요.

 

일본에서 연재 중인 작품엔 여중생 이야기부터 평균 연령 60세인 가족 이야기도 있다고 들었어요. 다양한 세대를 다루기 위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잡지도 많이 보나요 여러 가지 잡지를 보려 노력하는 편이죠. 중학생들이 보는 패션지도 종종 구입해요. 어떤 게 유행인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요.

 

다음 작품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다음 작품은 만화가 아니라 단편소설집이에요. 잘 모르실지도 모르겠지만 만화 외에 동화, 수필, 소설 등을 쓰고 있거든요.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한 단편소설집 <5년 전 잃어버린 물건>이 곧 한국에 소개될 예정인데 성(性)을 주제로 한 관능적인 작품들이 수록돼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 번역된 지 좀 됐지만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라는 동화책을 썼어요. 그림은 다른 분이 그렸고요.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인데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도 소개하고 싶네요.


 

 

CREDIT

EDITOR 채은미
PHOTO MIRI MASUDA,COURTESY OF SHUEISHA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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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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