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라이프 > 라이프 스타일

2012.11.09. FRI

ONE DAY RAIL TRIP

당일치기로 떠난 기차 여행

바쁜 일상에 지친 4명의 필자가 각자 기차를 타고 춘천, 경주, 곡성, 전주로 여행을 떠났다. 하루뿐인 짧은 여행에서 발견한 새로운 풍경들은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기에 충분했다.



옛 멋이 가득한 전주 여행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2시간여를 달려 전주역에 도착. 남부시장과 전동성당, 한옥마을을 산책한 후 165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전주동물원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 무작정 전주행 기차표를 끊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전주를 KTX로 2시간 만에 도착하니 서울과 전주가 이리도 가까웠나 싶다. 10시 13분, 예스러운 멋이 가득한 전주역에 도착하니 날씨도, 기온도 기차 여행을 하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전주역의 유일한 버스노선 79번을 타고 20분을 이동하니 친절한 안내방송이 “한옥마을, 전동성당”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제일 먼저 둘러본 남부시장은 청년시장으로도 유명한데 규모가 크거나 가게가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전통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한 젊은이들의 다양한 시도가 보기 좋았다.

전시회를 보듯 시장 골목을 열심히 구경한 뒤 한옥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서양과 동양의 멋이 묘하게 어우러진 전동성당이 보인다. 그리고 북촌 한옥마을이나 충무로의 한옥마을과는 다른 규모의 전주는 골목골목 어디서나 쉽게 한옥들을 볼 수 있고 카페, 음식점, 수공예집 어디에서나 예절과 전통을 배울 수 있었다. 오후 2시가 되니 슬슬 배도 고프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해 전주의 명물이라는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배를 채우고 다시 한옥마을 산책을 시작하니 골목 사이사이 가게 밖에 놓인 오래된 자전거나 낡은 박스조차 가을의 정취와 어우러져 마음을 설레게 한다. 165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전주동물원에 가기 위해 전동성당 앞 버스 정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와로 된 동물원 입구에 도착해 공원의 우측으로 걷기 시작하니 사자, 호랑이, 기린, 얼룩말, 망아지, 코끼리, 하마가 차례대로 보인다. 동물원의 철망과 테마파크 기구들은 색이 바래고 칠이 벗겨져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을 자아냈다. 

서울행 티켓을 예매하고 근처 식당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오늘 하루를 돌이켜봤다. 출발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꼼꼼히 계획한 여행이 아닌, 가끔 혼자 멀리 나와 계획 없이 당일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강영규·‘카메라 스토리지’ 대표

 

 


여운이 감도는 경주 여행

KTX로 서울역에서 2시간을 이동해 신경주역에 도착. 하루 동안 대여한 스쿠터를 타고 경주 사찰 음식의 정성과 보문호수의 여유로움, 안압지의 노을을 느낀다. 무궁화호로 대략 5~6시간이 소요되던 경주가 신경주역을 통해 가까워졌다는 얘길 듣고 경주행 KTX 티켓을 끊었다. 때마침 찾아온 샌드위치 연휴에 친구와 함께 무작정 길을 나선 것. 어릴 적 수학 여행으로 찾았으나 불국사와 석굴암 이외엔 별 기억이 없어 경주의 다른 모습을 느끼고 싶었다.

신경주역에 도착해 친구와 약속한 스쿠터 여행을 하려고 경주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스쿠터와 자전거 대여점이 즐비한 그곳에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한 뒤 4만5천원으로 예쁜 스쿠터 하나를 하루 대여했다. 경주의 날씨는 서울보다 따뜻하고 이미 단풍도 곱게 물들어 있어 도로를 달리는 내내 설레는 마음이 든다. 게다가 왕릉이나 유적지, 공원이 많은 경주의 도로는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어려워 탁 트인 시야가 눈을 즐겁게 했다. 스쿠터를 타고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혜민 스님이 하신다는 불국사 근처의 사찰 음식점. 정갈한 사찰 음식이 코스로 나오는데 가지 샐러드, 표고 탕수육, 연잎 밥 정식 등을 차례로 맛보았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이 그대로 느껴져 감사한 마음으로 남김없이 먹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보문호수다. 호수 위로 드리워진 나무와 사람들을 반기는 오리배가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러곤 주변에서 들려오는 가족들과 연인들의 웃음소리에 취해 잠시 잔디밭에 누워 여유를 즐겼다.  잉어와 연꽃잎들이 모여 있는 곳을 구경하고 있는데 오후 6시가 되자 안압지 주변의 조명이 켜지고 하늘의 노을이 점점 짙어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뤘다. 그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첨성대의 야경을 마지막으로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경주의 전통빵인 황남빵을 먹으며 하루 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니, 꼭 한번 다시 경주를 찾고 싶은 여운이 감돌았다.
_김지수·OAP 디자이너

 

 


증기기관차를 타고 떠나는 곡성 여행 

용산에서 KTX 열차를 타고 2시간 40분을 달려 전라남도 곡성역에 내린 뒤 기차마을과 읍내를 산책. 옛 곡성역의 증기기관차를 이용해 가정역으로 이동한다.  KTX 열차를 타고 2시간 40여 분 만에 도착한 곡성은 지붕이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조용한 시골 마을. 먼저 역에서 조금 떨어진 기차마을로 이동해 장미공원, 동물농장, 옛 곡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을 끊었다. 1000여 종의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장미공원에서 꽃향기를 잔뜩 들이마신 뒤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미니동물원으로 가 당나귀와 타조, 토끼를 구경했다. 

1999년 폐선되었지만 새롭게 관광지로 거듭나 가정역까지 운행하는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다. 기차 예약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어 관광지를 뒤로한 채 걷기 시작하니 조용하고 아담한 읍내가 나왔다. 깔끔한 디자인의 간판이 인상적인 작은 상점들, 햇볕에 널어둔 호박과 고추, 집집마다 익어가는 감나무의 풍경이 가을을 맞아 한층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터미널 옆에는 3일, 8일로 끝나는 날 5일장이 서는 기차마을 전통 시장이 있다. 그곳에서 처음 맛본 ‘팥칼국수’는 내 입맛에 꼭 맞게 달짝지근하고 쫄깃했다. 갓 구운 바삭바삭한 한과를 먹으며 시장을 구경하는 동안 증기기관차의 예매 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다시 기차마을로 향했다. 기적 소리와 함께 하얀 수증기를 뿜으며 플랫폼에 들어선 증기기관차는 옛날 영화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이 레일 루트는 햇살에 반짝이는 강의 모습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어 답답했던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 기관차엔 옛 교련복을 입고 ‘쫀드기’ 같은 추억의 불량식품을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느릿느릿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가정역. 새로 만들어진 출렁다리를 건너니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 옆으로 섬진강 천문대가 보인다. 별을 관측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일찍 문을 닫은 천문대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_마담롤리나·일러 스트레이터

 

 


춘천에서 즐기는 자전거 여행 

용산에서 출발하는 ITX 청춘열차에 자전거를 싣고 남춘천역에 내린다. 자전거를 타고 김정은 전통 가옥, 김유정역을 지나 의암호를 따라 이동하는 라이딩 코스를 즐긴다.  용산역에 도착해 망설임 없이 끊은 남춘천행 ITX 청춘열차 티켓. 1, 8호차에 있는 거치대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4호차의 2층 좌석(4·5층은 2층으로 되어 있다)에 앉았다. 서서히 서울을 떠나는 열차에서 창문 밖을 내다 보니 평소와 다르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바깥 풍경이 새롭다.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남춘천역. 자전거에 몸을 싣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니 들려오는 음악과 함께 눈앞의 가을 풍경이 흘러간다. 20분쯤을 달려 처음 당도한 곳은 김정은 전통 가옥. 오래된 기와집이라 관광지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사람이 생활하고 있어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에 있는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고택을 더 운치 있는 풍경으로 만들었다.

고택을 나와 다시 20여 분을 달렸을까. 중간 목적지인 김유정역이 보였다. 지금은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인데, 한쪽 벽을 바라보니 춘천을 배경으로 쓴 책들이 크게 프린트되어 꾸며져 있다. 그 앞을 오가는 사람들이 마치 난쟁이가 된 것처럼 보인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춘천에 오면 꼭 가고 싶었던 의암호. 강을 따라 펼쳐지는 시원한 풍경을 보며 30분쯤 달렸을까 저 멀리 의암댐이 보인다. 푸른 하늘과 댐을 비추고 있는 의암호의 모습을 잠시 동안 가만히 바라봤다. 바로 다음 코스로 이동하려다 호수 중앙 부분까지 강가를 따라 달렸다. 시원한 가을바람에 비릿한 물냄새가 풍긴다. 이마는 촉촉하게 젖었는데 옷은 시원한 바람에 말라 있었다. 언제 라이딩을 즐겼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는데 조금 멀리 나오니 새로운 풍경 하나하나가 가슴에 새겨진다. _박지만·포토그래퍼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11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EDITOR 황지명
PHOTO 강영규, 김지수,마담롤리나, 박지만
WEB DESIGN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1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