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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5. TUE

HAPPY MANIA

당신도 연애 중독자?

안노 모요코의 <해피 매니아> 속 주인공 시게타와 당신의 싱크로율은?


<해피 매니아> 이런 연애 중독자를 봤나 

합법적으로 19금 만화를 볼 수 있게 됐을 때, 호기롭게 빌려보고 충격에 빠졌던 만화책이 있다. 바로 안노 모요코의 <해피 매니아>. 밝고 긍정적인 ‘해피 매니아’인 줄 알았던 주인공 시게타는 알고 보니 구제불능의 연애 중독자로, 항상 근사한 애인을 찾아다니며 무모한 사랑에 뛰어들곤 한다. 상대도 가리지 않는다. 우연히 길에서 재회한 옛 남친(그나마 낫다), 아르바이트로 나간 마트에서 만난 직장인(유부남이다), 촉망받는 도예가(알고 보니 사부의 딸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 둘이 야반도주), 재능 있는 줄 알았던 소설가(과대망상증에 걸린 무능력자), 친구의 연하 애인(바람둥이), 료칸 후계자(집앞까지 칼을 들고 쫓아옴) 등등. ‘19금 딱지’에 걸맞게 섹스 신은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소중하고 벅찬 마음으로 상대방과 첫 경험을 하는 순정만화에 익숙해 있던 나로서는 생경했지만…. 음. 아무튼 열심히 읽었다.

그렇다면 대체 이 만화의 남자 주인공은 누구냐고? 찾자면 있긴 있다. 시게타가 함께 서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타카하시. 1권부터 시게타를 좋아하는 타카하시에게 그녀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문제는 이 만화가 미친 만화라는 것이다. 시게타에게 ‘또’ 차인 타카하시는 벌에 쏘여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시골 처녀와 엉겁결에 결혼을 하게 된다. 어쨌든 돌고 돌아 마지막 권인 11권에서 타카하시와 시게타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꽤 기특한 대사도 뱉는다. “첫사랑의 사람과 처음으로 사귀고… 그 사람하고만 섹스도 하고 평생을 살아간다. 사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그게 가장 행복하겠지. 하지만 여러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많은 상처를 받았기에 지금 이렇게 이 사람과 사랑할 수 있는 거야.” 그러나 가까스로 이혼에 성공한(!) 타카하시와 결혼식을 올리는 날, 정작 신부 대기실에 앉아 있는 시게타는 상념에 빠진 모습이다. 그리고 다짐한다.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어! 떨릴 만큼의 행복이란 게 어딘가에 있을 거야. 앞으로도 그걸 찾아 가보는 거야.” 영화 <졸업>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손잡고 식장을 탈출하기라도 했지, 용감무쌍한 시게타는 홀로 그 문을 박차고 나간다. 심지어 ‘애인이 있으면 좋겠다’니. 시게타, 그건 네가 1권에서부터 지겹도록 했던 말이잖아!

이제 나는 여전히 20대인 시게타의 나이를 훌쩍 넘는 나이가 됐다. 함께 지루한 일을 하면서도 즐거운 것이 좋은 연애라고 믿게 된 나에게 그녀는 외계인 같은 존재다. 네가 바뀌지 않는 한 너는 어떤 사랑을 만나도 만족하지 못할 거야, 라고 그럴싸한 충고도 해주고 싶다. 그러나 여전히 사랑의 바보 같은 구석을 발견할 때 시게타를 떠올린다. 그저 떨림과 사랑을 외치며, 연애의 종착점이라고 여기는 결혼을 눈 앞에 두고 또 다른 결말을 찾아 떠나던 그 무모한 용기를. -이마루(<엘르> 피처 에디터)

CREDIT

에디터 이마루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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