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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9. THU

MY DRIVE DIARY

세 여자의 차

저마다의 차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속도로, 같은 길 위를 달리며 서로를 닮아간다

슬리브리스 니트 톱과 메시 톱, 울 뷔스티에와 팬츠, 스포티한 스니커즈는 가격 미정,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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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진정선은 스무 살이 되자마자 운전면허를 따고 곧장 딥 그린 컬러의 미니 쿠퍼를 구입했다. 사적인 시간을 함께 보내고, 휴식처가 돼주기도 하며, 먼 여행도 마다하지 않는 ‘붕붕이’는 어느덧 친구 같은 애인이 됐다. 어쩐지 묘하게 닮은 느낌이 있다.




정확한 모델명은 ‘미니 쿠퍼’라고 많이들 부르는데, 원래 이름은 ‘미니 5도어 해치’. 함께 지낸 지 3년 정도 됐다.
성인이 되자마자 운전면허를 땄다고 나와 운전은 잘 맞는 편이다. 주변 사람들은 오래 운전하면 피곤하다는데 나는 즐겁더라.
애칭이 있나 가끔 ‘붕붕이’라 부른다(웃음).
누군가 “이 차를 왜 샀어?”라고 물어본다면 예쁘니까!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 스타일이다.
귀여운 외모와 상반되는 다소 무거운 듯한 느낌 때문에 미니 구입을 꺼리는 이들도 있다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생각보다 큰데 그런 묵직함과 든든함이 좋다. 내가 좀 터프한 면이 있다.
딥 그린 컬러가 인상적이다. 무채색이 주를 이루는 한국에서 의외의 선택인데 많은 사람들은 차를 오래 탈 생각으로 강렬한 색을 선택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깨닫게 된 사실인데 지갑을 비롯해 내가 오래 써온 아이템들은 대부분 그린 컬러다. 예전부터 알게 모르게 이 색을 좋아했다.
미니를 가장 잘 표현하는 세 단어는 매력적이다, 귀엽다, 갖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동수단 말고 어떤 의미가 있나 내 방처럼 굉장히 사적이고 편안한 공간. 일과를 마친 뒤 씻고 침대에 누우면 아늑함이 밀려오는 것처럼 일을 마치고 차에 오르면 딱 그런 기분이 든다.
미니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시크하고 베이식한 룩. 데님 팬츠에 화이트 티셔츠나 셔츠를 조합하는 식으로. 담백하고 중성적인 스타일이 미니의 성향과 잘 어울린다.
수납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은 물 티슈, 면봉, 립밤. 메이크업 수정에 꼭 필요하다.
실내 공간에 어울리는 향은 산뜻한 레몬 향의 시트러스 계열.
가장 많이 옆에 타는 사람은 네 살 터울의 친언니. 함께 살다가 내가 독립한 뒤 사이가 더욱 애틋해져 자주 만난다. 언니와 헤어질 때는 차로 집까지 데려다준다.
드라이브 코스는 한강에 자주 간다. 특히 비 오는 날, 일을 끝내고 바로 집으로 가고 싶지 않을 때. 차 안에서 한강을 보며 ‘혼밥’을 하기도 한다. 또 여행을 좋아해서 멀리 나갈 때도 있다. 강원도, 대전, 전주 등 지방 곳곳을 차로 여행했다.
지금 당장 시동을 켜고 어디든 갈 수 있다면 해남 땅끝마을. 차로 가기에는 거리가 멀다지만 꼭 한 번 직접 운전해서 가고 싶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쉬어 가면서. 그 정도로 장거리 운전을 좋아한다.
운전의 즐거움을 돋우는 플레이 리스트는 의외일 수 있지만 잔잔하고 서정적인 노래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차에 탄 친구들은 기분이 축 처진다고 구박한다(웃음).
한 곡을 추천한다면 곽진언의 ‘나랑 갈래’.
운전을 제외하고 차 안에서 가장 많이 하는 건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기. 노래방에 갈 필요가 없다.
지금의 차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면 선루프는 생각보다 잘 안 쓴다. 차라리 컨버터블 기능이 있어 오픈카로 변형할 수 있다면 여행길에 매우 유용할 것 같다.
미니가 인상 깊게 등장한 영화, 드라마가 있다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주인공 공유가 미니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충격적일 정도로 차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미니를 남자로 비유하면 친구 같은 애인.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어떨 때는 듬직한 오빠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사람과 연애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티격태격할 때도 많겠지만.



의상과 슈즈, 액세서리는 모두 본인 소장품.


THE FASTEST ELEGANCE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갤러리 프리다’. 이곳을 운영하는 아트 디렉터 김지현은 단단하고 자유롭다. 그녀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스포츠카를 첫 차로 택했고, 운전석에 오를 때마다 짜릿한 즐거움을 기대한다.



뒤부터 프랑스 작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The Repast of the Lion’, 정수영의 ‘Biographical object series’(Acrylic on linen, 2018).


어떤 차인가 포르쉐 박스터 S 블랙 에디션으로 지난해에 처음 만났다. 모든 부분이 블랙으로 디자인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987대만 생산됐다. 전 주인이 신경 써 관리한 덕에 상태가 말끔하다.
에디션 번호가 매겨져 있나 물론이다. 내 차는 80번대 번호를 갖고 있다.
어떤 점에 끌렸나 내가 생각하고 있던 첫 차의 조건은 확실했다. ‘2도어, 스포츠카, 오픈카’. 낮은 차체는 감수할 마음이 있었다. 직접 운전해 보니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이 굉장히 많았다.
예를 들면 순간적인 반응과 속도감, 코너링, 엔진음.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없는 희열을 선사한다.
특별히 2도어를 원했던 이유는 콤팩트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드라이브 코스는 해외 아트 페어에 참석하거나 출장이 잦은데 공항을 오갈 때마다 드라이브 기분을 낸다. 그 외에는 시간이 나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달린다.
출장 짐과 캐리어를 넣을 수 있는 적재공간은 충분한가 차의 앞뒤에 트렁크가 있어 보기보다 많이 실린다. 일정이 긴 국내 출장의 경우에는 좀 부족하긴 하다.
실내를 채우고 있는 향은 우디 계열이 차와 잘 어울려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포푸리를 넣어뒀다.
플레이리스트는 주로 라디오를 듣는다. 라디오에서 그날의 날씨와 어울리는 음악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져 일부러 길을 돌아간다.
운전을 즐기는 태도가 느껴진다 출근할 때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차의 천장을 열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한강변을 따라 달린다. 차는 실용성을 꼼꼼히 고려해야 하는 품목이지만 운전자의 감성과 취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포르쉐 박스터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나 박스터는 제임스 딘이 사랑했고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포르쉐 550 스파이더의 현대판 모델이다.
붙여주고 싶은 수식어는 사기 캐릭터! 스포츠카이기 때문에 연비가 훌륭하진 않지만 박스터 오너 사이에서 이 모델은 밸런스가 가장 잘 잡힌 모델로 꼽힌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만족해 잘 관리해서 딸에게 물려주고 싶다.
어떤 미술 작품에 비유할 수 있을까 힘 있는 추상화. 자유로운 붓 터치가 돋보이는 스페인 화가 안토니 타피에스(Antoni Ta?pies)가 떠오른다.



드라마틱한 플리츠 드레스는 53만원, Juun. J. 하이톱 스니커즈는 5만7천원, Converse. 실버 귀고리는 3만8천원, Alainn.


DYNAMIC DAYS

크리에이터 이성원은 두 개의 명함을 갖고 있다. 남편과 함께 공연과 전시, 브랜드 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프로덕션 에이전시 ‘스튜디오 투트랙’,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A 팀’. 비즈니스와 인생 동반자인 남편과 반려견 시, 릴루와 함께 다이내믹한 하루하루를 꾸려가고 있는 그녀 곁에는 지프 레니게이드도 있다.




컬러가 독특한데 앤빌(Anvil)이라고, 다른 차에서는 볼 수 없는 색이다. 지프는 자연에서 영감받은 뉴트럴 톤을 다양하게 쓰고 있다.
차의 이름도 독특할까 지프의 레니게이드 론지튜드 2.4.
쉽게 부르는 애칭도 있나 줄여서 ‘레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프와의 인연은 언제 처음 시작됐나 초등학생 때 승마를 배웠는데 승마장에서 승마복을 갖춰 입고 지프 랭글러에서 내리는 여자를 본 순간 지프가 인생의 로망이 됐다. 그리고 2016년 드디어 나의 지프를 만났다.
그런데 왜 랭글러가 아니라 레니게이드를 선택했나 처음에는 랭글러를 구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시승해 보니 첫 차로 타기에는 큰 느낌이 들었다. 마침 매장에 국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레니게이드가 있었다. 운명이랄까, 지프의 70년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과 적당한 크기 때문에 오래 타도 싫증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결정적 이유가 있었다.
그게 뭔가 해마다 지프 오너들을 위한 ‘지프 캠프’가 열린다. 매장에 붙어 있는 캠프 포스터를 보자마자 구입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다.
지프 캠프는 무엇이 특별한가 캠프가 열릴 때마다 지프의 오프로드 능력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주행 코스가 설치된다. 지프 캠프에 대한 로열티가 생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지프 레니게이드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나 지프의 아이덴티티를 재해석한 디테일들이 재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윌리’라고 불린 원형 모델에서 이어져 오는 시그너처 요소가 있다. 프런트 그릴을 강조하는 일곱 개의 세로 줄, 사다리꼴의 휠 하우스, 뒷부분에 달린 제리 캔(기름통). 레니게이드는 앞의 두 가지는 그대로 차용했고, 제리 캔에 새겨져 있던 X자 음각을 라이트에 적용해 디자인했다. 내 인스타그램 프로필에서 볼 수 있는 ‘OlllllllO’ 기호는 그 그릴을 형상화한 것이다.
캐릭터로 표현한다면 열정적이고, 한계를 모르는 도심 속 모험가.
어떤 음악이 잘 어울릴까 아무래도 리드미컬한 음악. 예를 들면 스웨덴 일렉트로닉 듀오 더 나이프(The Knife)의 ‘Heartbeats’.
지프 레니게이드 하면 떠오르는 아이코닉한 인물은 어릴 적 TV에서 본 미드 <맥가이버>에서 주인공이 랭글러 사하라를 몰고 질주하는 장면이 기억에 선연하게 남아 있다.
지금의 차를 탄 뒤로 일상의 무엇이 바뀌었나 당연히 라이프스타일이 액티브하게 즐거워졌다. 또 차를 살 때 반려견 시와 릴루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스럽다. 트렁크가 넓고 아늑해 둘 다 좋아한다. 시가 트렁크에 뛰어올라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까지 하다.
차를 타고 가장 멀리 간 곳은 강원도 철원의 DMZ 부근에 친한 아티스트가 머물고 있어 그곳에 종종 간다. 반려견과 생활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강아지에게 그 이상의 장거리 이동은 쉽지 않다.
지프를 타고 싶었던 어릴 적 소원을 이뤘다. 지프를 통해 꿈꾸는 새로운 로망이 있다면 레니게이드 다음에 랭글러, 그다음에는 그랜드 체로키를 사랑스러운 가족과 함께 차근차근 경험해 보고 싶다.

CREDIT

사진 박종하
컨트리뷰팅에디터 이경은
헤어&메이크업 구현미
어시스턴트 이지은, 정세영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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