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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0. TUE

MY OWN IBIZA

이비사에서 얻은 삶

디자인계의 여왕이라 불리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이비사 섬의 별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두 개의 공간을 이어 붙여 만든 테라스. 벽 두께가 1m나 되는 이 집의 원형은 부분적으로 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는 안락의자는 이비사 섬에서 구입했다.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밖으로 걸쳐둔 러그는 그녀가 디자인한 것으로 간 러그스(Gan Rugs) 제품.


야외용 의자를 디자인하기 시작할 무렵,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는 기억 속의 어떤 풍경을 떠올렸다. 바람이 불어올 때, 바다가 태풍을 만날 때, 태양이 구름 뒤로 숨을 때, 연약한 인간을 보호해 주는 은신처가 돼주는 섬들. 다양한 브랜드와 수년에 걸쳐 출시된 그녀의 아웃도어 가구 컬렉션 중 대다수는 그녀가 경험한 섬을 재해석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파트리시아가 스페인 출신이라는 건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자연의 변화무쌍한 요소들이 가득한 대서양 해변가의 할아버지 집에서 보냈던 여름날의 기억이 지금 그녀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이기 전에 파트리시아는 아스투리아스(Asturias; 스페인 북서부)에서 태어나 밀란에서 인생의 상당 기간을 보낸 사람이다. 히스패닉 계열인 동시에 밀라네제로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그녀의 스타일에 대해 많은 미디어가 스페인이나 밀란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주목하곤 한다. 정작 그 답은 이비사 섬에 대한 애정 어린 기억에 있을지도 모른다.



스페인 시골 대농장에 딸린 전형적인 형태의 집. 파트리시아의 아버지가 심어놓은 야자수들이 고리 버들 모양의 안락의자가 놓인 마당에 그늘을 만들어준다.



엄마를 쏙 빼 닮은 두 딸 줄리아(Giulia), 소피아(Sofia)와 함께한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포르투갈의 화려한 세라믹 화병을 놓은 침실. 이비사의 대표 식물 주니퍼 사비나로 만든 전통적 형태의 대들보를 엿볼 수 있다. 


“이비사는 젊은이에게 사랑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죠. 저 역시 이비사를 생각하면 여전히 떨리고 설레요. 열 살 때, 도시를 벗어나 배에서 긴 밤을 보내고 난 뒤, 처음으로 이비사에 정박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아담한 숙소와 야외 테이블이 놓인 바, 강렬한 빛들이 나를 사로잡았죠. 우린 아버지의 컨버터블을 타고 섬을 돌아다녔어요. 남동생 후안은 어렸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은 함께였어요.” 그녀의 가족은 섬에서 300년 전 대농장이었던 장소를 찾아냈다. 바다로부터 2km 정도 떨어진 언덕 위에 따로 떨어져 있어 일몰이 마치 그들의 것인 양 특권을 가진 곳이자, 시골 특유의 드넓은 부지 가운데 여러 채의 별채가 지어져 있었다.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또 하나의 스페인, 자유로 가득한 삶, 예측하지 않은 만남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파트리시아는 추억 그 이상의 특별한 감정을 얻었다고 회상한다. “아버지를 도와 과수원을 가꾸던 페페 아저씨와 항상 꽃무늬가 그려진 여덟 겹짜리 치마를 입은 딸 프란시스카의 모습이 사진처럼 생생해요. 이스라엘 출신이라던 젊은 히피, 손맛이 좋아 늘 뭐든 뚝딱 만들어주던 크리스타냐, 아름답게 직조한 옷을 입곤 했던 남아프리카 출신의 이웃도 있었어요. 이비사는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의 고유한 문화와 장인 정신, 관용, 자유 같은 게 섬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퍼져 있었어요. 그 모든 것이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죠.” 파트리시아는 부활절 휴가 때면 산 라파엘(San Rafael) 마을에 있는 가마에서 점토 다루는 법을 배웠다. 벼룩시장에서는 천연 소재로 만든 온갖 색상의 조합을 보았고, 동네 사람들 모두가 코바늘 뜨개질과 매듭의 일종인 마크라메의 전문가였다. 실제로 파트리시아의 디자인 속에는 공예로부터 온 짜임과 꼬임이 자주 등장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대담한 컬러 조합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비사에 올 때마다 시간이 우리 앞에 멈춰 있다는 걸 느껴요. 가족과 함께 자란 친구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다 다시 모인 그들의 후손이 새롭게 이어갈 거란 믿음이 있죠. 제게 영향을 준 많은 사람들과 여기서 지내고 있지만, 재미있는 건 이 별장에 제 디자인은 별로 없다는 사실이에요. 건축가인 사촌 부부가 1970년대에 레너베이션한 작업이 그때도 지금도 완벽하기 때문이죠. 여기서 우린 언제나 마음이 풍요롭던 시대의 여유와 행복을 추억하며 살 수 있으니까요.”  



커다란 소나무가 지키고 있는 별장 진입로.



욕실에는 독특한 문양의 욕조 타일이 시선을 끈다. 밧줄로 짠 듯한 느낌의 두툼한 스툴은 섬의 어느 장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구입했다.

CREDIT

사진 RICARDO LABOUGLE
글 ROSARIA ZUCCONI
에디터 이경은
번역 문은주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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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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