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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TUE

PIECE OF LIFE

쿠엔틴 존스의 세계

일하지 않을 때는 피너츠 버터 한 병과 스푼을 들고 침대에서 TV를 즐기는 집순이, 쿠엔틴 존스의 런던 하우스를 찾았다


보다 ‘의식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다들 침실에서 TV와 아이패드를 없애며 스크린 탈출을 감행하고 있지만, 쿠엔틴 존스는 그에 동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런던 북부에 있는 빅토리아풍의 집에는 TV가 침실 한가운데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저녁 시간은 보통 아마존이나 넷플릭스를 몰아서 보며 지낸다. “일하지 않을 때는 피너츠 버터 한 병과 스푼을 들고 침대에서 TV를 볼 때가 많아요.”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웬만한 시리즈는 거의 다 봤죠.” 추천하는 시리즈를 줄줄 말하며 그녀가 덧붙인다. “<핸드메이즈 테일> 새 시즌을 시작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가 집 안을 구경시켜 주며 말한다. 쿠엔틴같이 성공한 사람이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는 TV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놓일지도 모르겠다. 15세의 나이에 넥스트 모델에 스카우트된 쿠엔틴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를 취득했다. 그 후 런던에서 가장 평판 높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올해 32세인 그녀는 사진이나 영상 위에 일러스트레이션을 여러 개 쌓는 방식으로 본인만의 독특한 예술 작품을 선보이며 샤넬, 빅토리아 베컴, 루이 비통 같은 럭셔리 브랜드 광고에 참여했다.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는 갤러리 같은 거실.


쿠엔틴의 집을 둘러보면 패션계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 역시 패션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복도에 줄지어 걸려 있는 수백 벌의 코트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옷이 집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죠.” 약간은 변명하는 듯한 투로 그녀가 웃는다. 옷장은 더하다. 테라스가 있는 쿠엔틴의 집에는 남편 조지 노스코트(George Northcott)와 두 살짜리  아들 그레이(Grey)가 살고 있다. 켄티시 타운에 자리한 집은 스튜디오에서 2분 거리다. 런던으로 돌아오기 전 뉴욕에서 몇 년간 일했던 그녀는 뼛속까지 도시 여자다. “2년 전에 돌아왔어요. 당시 이 집은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3개월이 지나자 어느 정도 정리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사진을 걸고 집다운 아늑함을 만드는 데는 몇 개월이 더 걸렸다고 한다. “위치가 참 좋아요. 소호까지 걸어가는 데 30분밖에 안 걸려요. 하지만 날씨는 최악이죠.”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런던의 하늘은 회색이지만 쿠엔틴의 집은 밝은 컬러와 개성 넘치는 예술로 가득하다. 인조 레오퍼드 가죽과 회색 말(Marl) 코트를 걸어놓은 복도를 지나면 그녀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같은 거실이 나온다. 넓은 하얀 벽과 높은 천장이 특징인 공간은 온통 눈과 속눈썹, 입술을 그린 쿠엔틴의 그래픽 프린트로 가득하다. “예술을 직업으로 삼으면 왠지 다른 예술품 구매에 돈 쓰기가 꺼려져요.” 행여 인테리어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보일까 봐 쿠엔틴이 설명한다. 그녀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에도 그녀의 애착이 담겨 있다. “친구 바네사 가우드(Vanessa Garwood)는 훌륭한 아티스트예요. 다이닝 룸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펜화는 바네사가 준 결혼 선물이랍니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들이 있는데도 쿠엔틴의 집은 놀랄 정도로 깔끔하다. “뜻밖에 얻은 수납 솔루션과 수많은 바구니 덕분이에요.” 그녀가 말한다. “굉장히 큰 바구니죠.” 집 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바구니 중 키가 높은 아프리카산 직조 바구니는 거실에 놓았다. 트렁크 한 대에 들어갈 만한 물건을 모두 넣을 수 있다. “그레이의 장난감도 다 저 바구니 안에 넣어둬요.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할 때 아주 유용하죠.” 하지만 결국 그레이가 집 안을 돌아다니며 바구니에서 장난감을 다시 다 쏟아놓는다고 한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들 그레이와 함께. 일하지 않을 땐 침실에서 TV를 즐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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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템퍼러리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쿠엔틴 존스. 부츠는 그녀가 애정하는 아이템 중 하나.


쿠엔틴의 인테리어 철학은 고가와 저가를 적절하게 믹스하는 것이다. 앤티크 가구(모로코로 휴가를 떠났을 때 그녀가 공수해 온 넓은 패널 테이블)와 모자이크 델 수르(Mosaic del Sur)라는 온라인 숍에서 구매한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는 한편, 이케아 제품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케아를 애용합니다. 특히 식기나 욕실용품을 많이 구매해요.” 과감한 모로코풍의 마조렐 블루 욕실은 마라케시의 정원을 재현해 놓은 듯 레몬빛 잎사귀로 풍성하게 꾸몄고, 그 안에 고양이 발 욕조를 갖다 놓았다. 모노크롬 바닥 타일은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타일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원하는 타일을 찾을 수 없어서 시멘트 타일스(Cement Tiles)를 통해 제작했어요. 업체에서 제공하는 견본을 보고 맞는 타일 세트를 맞춤 제작할 수 있는데, 하나의 큰 패턴처럼 보이게 할 수 있죠.” 거울은 런던의 에식스 가에 있는 앤티크 가구 숍 아키텍추럴 포럼에서 구했다. 드디어 옷장을 구경할 차례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선반에는 컨템퍼러리부터 클래식 스타일까지, 과감한 프린트 셔츠부터 브르통 셔츠까지 빼곡하게 쌓여 있다. “한쪽 벽은 구두와 부츠 전용이에요. 생 로랑과 발렌티노 제품이 많아요. 프로엔자 스쿨러 부츠도 훌륭하죠. 구찌 제품도 많이 갖고 있어요.” 그녀가 말한다. “어떤 물건이 됐든, 사람들은 공간이나 틈이 생기면 가득 채우기 마련이에요. 꿈같은 일이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이사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죠.” 요리에 관해서라면 쿠엔틴은 달(Daal; 인도식 스튜)만 있으면 행복하다.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해 줄 때도 좋지만, 테이크아웃으로 집에 가지고 와 넷플릭스를 보며 즐길 때도 좋다. “요리를 즐겨서 항상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요. 그래도 가장 좋은 건 테이크아웃 요리에 와인을 마시며 TV를 보는 시간이에요.”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녀의 다이내믹한 프린트 작품에 드러나는 낙천적 기질과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것이 그녀의 작품을 도드라지게 할 뿐 아니라 <틴 보그> 매거진이 마지막 이슈 커버에 그녀의 작품을 실은 이유일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이미지를 ‘Stand up(일어서자)’ ‘We resist(우리는 저항한다)’라고 쓴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성조기에 얹은 작품이다. “아직 완성되려면 멀었어요.” 쿠엔틴이 자신의 집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스타일은 충분히 보여준 듯하다.

CREDIT

사진 OLIVIA DA COSTA
글 SARA MCALPINE
에디터 정장조
번역 김희진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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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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