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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0. SAT

WHY NOT WOMEN?

오해금지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차를 고르는 여자들을 쫓아다니며 해주고 싶은 말이다

(위쪽부터)BMW M4 컴페티션. BMW i8 쿠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는 병으로 부인과 사별한 가후쿠와 그의 전속 운전기사 미사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이브 마이카’라는 작품이 있다. 소설의 시작은 여자들의 운전습관에 대한 일반론. 여기에 따르면 여성 운전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신중하거나, 난폭하거나. 그런데 결론은 ‘어떤 타입이든 운전 실력은 크게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 소설에는 여자임에도 운전을 잘하는 미사키가 등장해 여성 독자들을 위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미사키만큼 능숙하게 운전하는 여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운전재미를 체감하고 운전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그녀들 스스로 박탈하기 때문은 아닐까. 차를 선택하는 기준을 보면 꽤 많은 여자들에게 ‘타는 재미, 달리는 재미의 요소를 높인 차는 운전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존재하는 듯싶다. 내게 자동차 추천을 부탁하는 지인들의 조건은 대개 엇비슷하다. ‘너무 크지 않고 예쁜 차’. 좀 더 부연 설명하면 ‘BMW 미니 같은’. 이럴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든다. 자신이 어떤 차를 원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다. 게다가 미니는 애초에 얌전하게 운전하라고 만든 차도 아니다.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갖춘 미니는 국내 출시 초반, 나이 불문하고 많은 여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후 중고차 시장에 미니가 쏟아졌다. 차의 성격과 성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시선을 끄는 디자인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니는 달리기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역량을 집중시킨 차다. ‘고카트(Go-Kart)’의 주행감각을 기반으로 서스펜스가 단단하고 스티어링 휠을 살짝만 돌려도 민첩하게 응답한다. 또 노면을 그대로 읽어내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방지 턱을 빠르게 넘기라도 하면 엉덩이가 짜릿할 정도로 충격이 크다. 미니야말로 운전재미를 중시하는 운전자에게 어울리는 차라고 할 수 있다.


(위쪽부터) 랜드로버 레인지 로버. 렉서스 LC 500h.


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는 또 있다. SUV가 대표적이다. 몸집이 커 주차도 어렵고 운전도 힘든 차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실제로 운전해 보면 ‘그게 아니었네’라는 생각이 든다. 랜드로버의 레인지 로버가 그렇다. 일단 높은 운전석에 앉으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넓은 시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을 경험할 수 있다. 덕분에 미리 도로 상황을 예측해 차선을 바꾸는 일이 수월하다. 또 차량 크기와는 별개로 주차가 편리하다. 주차보조시스템을 이용하면 차가 스스로 직각주차, 평행주차를 도와준다. 고성능 차에 대한 오해도 빼놓을 수 없다. 속도가 빨라 위험하다, 여자들이 운전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역시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고성능 차라고 해서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훅’ 하고 튀어 나가도록 세팅된 건 아니다. 남자들의 드림카 중 하나인 BMW M4를 예로 들어볼까. 이 차는 최고출력 431마력 최대토크 56.1kg·m를 내는 괴물 같은 퍼포먼스로 유명한 모델이다. 얼마 전 M4를 타고 춘천까지 달릴 기회가 있었다. ‘노멀’ 모드로 설정해 주행하는 동안 ‘소문으로 들었던 그 M4가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얌전하고 편안했다. 고속 구간에서 스포트 모드로 바꾸자, 명성에 걸맞게 배기음부터 돌변했다. 빠르게 달려 나가는 M4 운전석에 여자가 앉아 있다고 누가 감히 짐작이나 하겠나? 렉서스를 대표하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쿠페인 LC 500h 역시 마찬가지다. 차체가 1345mm로 낮은 편이라 타고 내리기 불편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LC 500h는 짧은 스커트나 하이힐을 신은 여성도 자세가 흩뜨려지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양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내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 또 무시무시하게 달릴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렉서스 브랜드 특유의 부드럽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세팅으로 고속에서도 편안하게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머리 위로 도어가 열리는 독특한 디자인에 지레 겁먹고 운전하기 까다롭겠다는 오해를 받는 차도 있다. 바로 BMW i8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로 미래적인 디자인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막상 운전해 보면 180°로 생각이 달라진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운전석은 원하는 기능을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으며,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속도와 내비게이션이 한눈에 들어와 운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이처럼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반전 매력을 지닌 차들이 꽤 있다. 결국 타봐야 안다. 편견과 선입견을 접고 직접 경험해 본다면 금세 운전재미를 깨닫고 이를 즐기게 될 것이다. 하루키 소설 속의 마사키처럼 말이다.


CREDIT

글 안효진(CAR COLUMNIST)
에디터 김영재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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