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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TUE

HERE COMES THE MUSE

뮤즈가 사는 세상

남다른 취향이 느껴지는 슈퍼모델 애리조나 뮤즈의 집을 찾았다


패딩턴 거리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애리조나 뮤즈의 집.



평소 애리조나가 즐겨 신는 아쿠아주라의 슈즈들.



즐겨 보는 매거진 <The Masters>.




미드센트리 스타일의 가구로 꾸며진 다이닝 룸.



수년간 수집한  인테리어 소품들.



조형미가 돋보이는 거실 한켠의 선인장 화분.



집 안의 안락한 분위기를 책임지는 커다란 패브릭 소파.



깔끔하게 정돈된 집처럼 늘 간결한 스타일을 즐겨 입는 애리조나 뮤즈.



강렬한 붓 자국이 돋보이는 페인팅 작품.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의 런웨이와 광고 캠페인을 휩쓸며 생애 가장 빛나는 전성기를 이어온 톱 모델 애리조나 뮤즈. 샤넬, 끌로에, 프라다, 루이 비통, 에스티 로더 등 두말하면 입 아픈 빅 브랜드의 뮤즈로 패션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그녀는 5년 전 미국 생활을 접고 런던으로 거처를 옮겼다. 노팅힐과 켄싱턴을 거쳐 지난봄 에지웨어 로드의 아파트에서 새 출발을 시작했는데, 오래된 과일 가게와 이국적인 분위기의 터키 디저트 숍, 샤와르마를 파는 레스토랑 사이에 그림처럼 자리한 이곳에서 그녀는 프랑스인 남편 보니 페이스와 여덟 살 난 아들 니코와 살고 있다. “예전엔 페인팅 작품들이 주로 바닥에 놓여 있었어요. 덕분에 이사오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그림을 걸 벽면을 마련하는 것이었죠.” 거실의 커다란 창문을 열자 패딩턴 거리의 풍경이 우리를 반겼고, 한편에 무심히 놓인 은은한 그레이 컬러의 벨벳 소파와 러그가 집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안락하고 편안하게 물들인다.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니 미드센트리 스타일을 즐기는 애리조나의 취향으로 선별된 삼각 사이드 테이블, 아기자기한 유리잔이 놓인 황동 음료 트롤리, 코르크 바닥과 티크 사이드보드가 곳곳에 조화롭게 놓여 있다. “커다란 크기와 진중한 무게감을 지닌 가구에 익숙했어요.” 함께 집안을 둘러보면서 애리조나가 말한다. “저는 정교한 커팅 작업을 거친, 장인 정신이 묻어나는 다크 우드 가구를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반대로 그녀의 남편은 좀 더 가벼운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는 미드센트리 스타일을 원했고, 가구를 바라보는 제 관점을 완전히 변화시켰죠. 결과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이 가구들은 정교하지만 압도적이지 않아서, 우리 공간이 숨을 쉴 수 있지요.” 애리조나는 대부분의 가구를 온라인으로 구매한다고 귀띔했다. “최근엔 이베이 쇼핑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죠. 이베이는 정말 보물창고 같아요.” 우아한 티크 사이드보드와 클래식한 목재 바 테이블 등 이베이에서 발견한 가구들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한편 환경운동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애리조나는 중고 쇼핑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래된 것을 재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우린 새로운 물건을 거의 사지 않아요. 매립지에 묻히지 않도록 재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비용이 적게 들기도 하고요.” 애리조나는 수집가로서의 혈통을 가족으로부터 이어받았는데, 아버지는 아트 딜러이고 어머니는 텍스타일 복원가라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어릴 적 고대나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예술과 터키산 러그, 아메리카 원주민의 작품에 둘러싸여 자랐어요. 모던 아트는 후에 발견한 취미이고, 어릴 적엔 거의 접하지 못했죠.” 그녀가 다이닝 룸의 벽면에 걸린 사진 작품을 가리킨다. “아프리카 현대미술전에서 찾아낸 아티스트 리엔 보타(Lien Botha)의 작품이에요. 그녀는 동일한 사진을 반복 촬영하면서 매번 무언가를 빼거나 더했어요. 전시회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죠.” 애리조나는 미드센트리 가구를 채운 거실에서 여유롭게 숨을 고르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녀는 올해로 30대에 접어들었지만, 나이에 비해 훨씬 깊이 있는 연륜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또래들이 대학생활과 나이트 파티를 마음껏 즐길 시기에 애리조나는 이미 40여 개의 잡지 커버와 패션계 빅 쇼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톱 모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본인과 가족에게 집중하기 위해 주말엔 일을 쉬겠다는 철칙을 지켜왔다. “이 결정은 제 삶을 바꿔놓았어요.”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운을 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이 왜 존재하는지, 새삼스럽게 주중의 의미를 깨달았어요. 우린 이 신비로운 1주일을 거쳐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새롭게 피어날 필요가 있어요.” 비로소 일상의 균형을 찾은 그녀에게 여가를 보낼 새로운 취미가 생겼는지 궁금했다. 마침 이국적인 퍼커션 악기들이 놓인 모퉁이를 바라보면서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랩 가족을 떠올리던 내게 애리조나는 이 드럼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 음악적 재능은 거의 없어요. 학창시절 뮤지컬 수업에서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달라요. 남편은 베이스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아들은 기타를 다루고 싶어하죠. 둘 다 금요일마다 레슨을 받아요. 음악과 악기 연주를 계속 배운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에요.” 대신 야외활동은 애리조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여가이자 취미생활이다. 주로 아들과 승마를 즐기지만, 최근에는 카이트 서핑에 푹 빠졌다고. “물 위의 스노보드 같아요. 패러글라이딩과 비슷한 대형 카이트를 공중에 띄우고 물 위를 달려나가죠. 얼마 전에 첫 레슨을 받았는데, 힘들지만 굉장히 즐거웠어요. 저도 모르게 아이처럼 소리 내 웃고 있더라고요.”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집에서 몇 시간 동안 마주한 애리조나 뮤즈의 얼굴에서는 신기하게도 불안과 초조한 그림자는 조금도 드리워 있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명랑하고 행복한 표정 대신 꾸밈없는 밝음과 여유가 햇살처럼 비춰지고 있었으니까. 변함없이 패션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톱 모델로 활약 중인 그녀는 정신없이 분주한 스케줄에도 주말엔 가족과 함께 탁 트인 바다와 산을 향해 떠난다. 크고 작은 것들이 조화롭게 모인 애리조나 뮤즈의 아파트처럼, 지금 그녀의 일상은 여유롭고 무탈하게 흘러가고 있다.

CREDIT

사진 LUCA CAMPRI
글 BILLIE BHATIA
에디터 김미강
디자인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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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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