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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3. FRI

DESIGN FOR VISION

평창에서 만난 내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평창에 우주를 옮긴 듯한 이색적인 공간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미래적 비전과 상상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실 공간으로 구현해 낸 영국의 건축가 아시프 칸과 나눈 인터뷰

빛을 99% 흡수하는 신소재를 사용해 우주를 표현한 외관.




수소의 추출부터 수소전기차의 구동까지 전 과정을 각각 다른 컬러와 소재를 사용해 연출한 하이드로젠관.



평창동계올림픽 올림픽플라자 내에 들어선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의 컨셉트와 디자인을 맡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와 이번 협업에 대한 소감은 모든 제안에 응하기엔 늘 시간이 부족하기에 누구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 아주 신중하게 결정한다. 현대자동차 크리에이티브 웍스(Creative Works) 리더들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가 같은 생각과 언어를 공유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회사의 최고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모두 놀랄 만큼 확고한 비전과 오픈 마인드를 지니고 있었다. 수많은 이의 노력과 인내 끝에 실현된, 굉장한 도전이었다.

단순히 차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수소전기차’를 주제로 브랜드의 비전을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란 게 독특하다 자동차는 단 한 대도 전시되지 않았고, 건물 외벽에도 로고 하나 붙어 있지 않다. 브랜딩으로 점철된 광고물 같은 공간이 아니라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순수한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깊숙이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참여해 경험하고 각자의 추억을 만들 수 있어야 전달하려는 브랜드의 비전도 더 섬세하게, 더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수소’를 어떻게 감각으로 치환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는데, 처음부터 ‘물’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우주의 ‘별’과 ‘물’이라는 완전히 다른 범주의 소재를 함께 사용해 수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넥쏘’를 직접 타보기도 했나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때 현대자동차연구소를 찾아서 아주 비밀리에 한 번 시승할 수 있었다. 내 첫 번째 서울 방문의 완벽한 하이라이트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을 디자인했나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우주처럼 검은 파사드와 그 위에 빛나는 별로 수소의 기원을 표현했다. 이는 수소에너지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에서는 사람들이 전에 보지 못했을 물의 아름다움을 조명한 전시를 통해 미래에 대한 상상을 펼쳐 보였다. 1.5km에 달하는, 정교하게 디자인된 대리석 수로를 따라 물방울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 마치 미래 도시를 질주하는 자동차가 떠오를 수도 있겠다. 이 밖에도 공간에 연출된 모든 요소는 수백 개에 달하는 실제 모형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쳐 탄생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은 물론이다.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아시프 칸. 건축과 산업,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작업을 펼치고 있다.



아시프 칸이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선보인 ‘MegaFaces’. 그해 칸광고제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외관은 블랙, 내부로 들어가면 백색 공간이 펼쳐지는 극적인 대비가 인상적이다. 특히 ‘완벽한 블랙’을 표현하기 위해 신소재를 사용했다고 영국의 한 나노 기술 회사에서 개발한 현존하는 가장 검은 물질이다. 이전에 개발된 제품은 여러 나라의 우주 산업 관련 국가기관에서 사용돼 왔다. 이번에 적용한 ‘반타블랙 VBx 2’는 산호초 같은 형태로 된 나노 구조물로, 가시광선의 파장에 맞게 그 안의 구멍들이 조절되면서 사람의 눈에 완벽히 검은색으로 보인다.

소치올림픽에서 선보인 거대한 키네틱 조각 같은 ‘Megafaces’를 비롯해 여러 프로젝트에서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미래적인 디자이너’라고 불리는데 내 작품은 모두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고,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모든 도구와 수단을 검토하고 실험해 본다. 그것은 새로운 재료나 기술일 때도 있고 혹은 사운드나 다른 예술의 형태일 때도 있다. 식물이나 구름처럼 자연적인 것이 핵심이 되기도 한다. 나는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와 일상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고,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경험에 집중하면서 급변하는 우리 세계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감각에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기도 한다.

올림픽이나 엑스포 등에서 다양한 비상설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수상도 했다. 영구적인 건축물을 디자인할 때와 또 다른 매력이 있는가 역사적으로 건축은 가설 건물이나 임시 구조물을 새로운 기술과 미학의 프로토타입으로 활용해 왔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에펠탑, 수정궁,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20세기 건축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들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상상하고 실험하는 일련의 과정이 내게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이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작은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추위에 놀라진 않았는지? 이 역시 지구 기후변화의 영향일 것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거나 이런 화두를 작업에 녹여낸 경험이 있나 환경 이슈는 나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2017년 아스타나 엑스포에 선보인 영국관은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했다. 과거 유목민의 전통 가옥이 현재 우리가 짓는 어떤 건물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환경과 연결돼 있음을 알리는 작업이었다.

개인적으로 즐겨 찾거나 영감을 얻는 공간들은 사찰이나 오두막 같은 전통적 건축물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랜 과거에 지어졌으나 수천 년의 시간 동안 변화하고 진화해 온 공간들이 깊은 영감을 준다.

젊은 나이에 유망한 건축 디자이너로 주목받았고, 세계적인 프로젝트를 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목표는 2020년 두바이 엑스포에 선보일 초대형 조경 디자인 프로젝트가 있고, 새롭게 들어설 런던 박물관 내에 작은 갤러리와 상점을 디자인하고 있다.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를 제안받을 때 가장 흥분된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분야의 클라이언트와 일하면서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로부터 계속해서 배우고 싶다. 내게 건축이란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고 세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일이다. 평생 이 일을 하는 게 내 바람이다.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은 동계패럴림픽 기간(3월 9일~3월 18일)에도 만날 수 있다.

CREDIT

에디터 김아름
사진 COURTESY OF HYUNDAI MOTOR COMPANY
디자인 황동미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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