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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THU

WINTER GARDEN

참 좋은 풍경

뉴욕에서 온 플로리스트 제나 제임스가 <엘르>를 위해 미완성의 비밀 정원을 공개했다. 논현동에 꾸며진 '모스 가든'의 이야기

“정원의 움직임과 생동감을 표현했어요. 정형화, 고착화 된 나무와 식물이 아니라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움직이는 생동감과 자연스러움을 드러내고 싶었거든요.” 겨울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윈터 가든. 햄프턴 비치의 겨울 풍경을 예로 든 제나 제임스는 느티나무와 꽃배추, 소나무, 갈대 같은 메마른 풀들과 자갈, 모래 등을 사용했다.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거리는 풀의 선과 여백이 무척 아름다운 공간. 그는 이곳의 봄·여름·가을도 무척 기대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가드닝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제나 제임스. 그는 너른 마당이 아니라 테라스 혹은 실내에 윈터 가든을 만들려는 이들에게 ‘난초류’를 제안한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물도 열흘에 한 번씩만 주면 된다. 바닥 난방을 하는 집 안에 식물을 놓을 땐 화분 아래 벽돌을 쌓아 공기가 통하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키 작은 느티나무와 자유롭게 흐트러진 풀, 강직한 대왕송 3형제와 영하의 날씨에도 웃음을 그치지 않는 꽃배추들. 딱딱하고 부드러운, 멀대 같고 땅딸막한, 무뚝뚝하고 쾌활한 식물이 한데 수런거리는 앞뜰을 바라보는 내내 마음이 한가롭다. “겨울바다에 가면 다른 계절에 가려져 있던 것들이 드러나요. 고요한 해변가엔 메마른 풀이 바람에 흩날리고, 옅은 초록색이 군데군데 내비치죠. 예술적인 자태를 지닌 나무와 자갈, 모래 그리고 자연스러운 선과 여백이 돋보이는 식물을 이용해 겨울 해변의 느낌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플로리스트 제나 제임스가 연출한 자그마한 겨울 해변은 ‘모스 가든’이라는 커다란 바다를 항해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논현동 에이전시 테오 2층에 꾸며진 모스 가든(Moss Garden)은 그들의 심벌처럼 크고 순한 코끼리 같은 공간이다. 너른 터에서 여러 사람이 선하게 어우러져 살고자 하는 바람이 깃든 곳에 레스토랑 ‘굿 사마리안 레서피’와 카페 ‘생 루크마리’, 셀렉트 숍 ‘소선 취향’, 두 번째 ‘제나 스튜디오’가 하나의 가치로 서로를 보듬고 있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그래픽 디자이너 김혜진이 공간 리더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서은영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해 ‘제대로’ 나눌 것들의 방향성을 정하고 담은 곳. 여기서 제나 제임스는 식물로 공간 태도를 정의하는 작업을 맡았다. 팔도에서 찾아낸 정직한 농부들의 식재료와 건강한 먹거리, 가치를 담은 디자인 아이템이 혼재하는 공간에 동등한 입장으로 놓인 식물은 푸릇푸릇한 영향력으로 이곳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모스 가든의 그린 인테리어 중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겨울에 등장한 느닷없는 과실수들이다. “서로 다른 소재들이 한곳에 어우러져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연출하는 걸 선호해요. 이 공간의 컨셉트와도 결을 같이하죠. 모스 가든의 중심을 잡고 있는 굿 사마리안 레서피의 컨셉트 중 하나가 자연에서 갓 따온 식재료로 요리하는 거예요. 봉화를 비롯해 과천, 충주, 부산, 화성 등지의 농장에서 데려온 구아바나무, 파인애플나무 같이 열매를 맺고 있는 과실수와 장인이 재배한 올리브나무 등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달됐으면 했어요.” 각 지방의 농부들이 생산한 먹거리를 도시에 소개하면서 ‘이방인끼리의 상생’을 도모하려는 모스 가든. 이곳에 터 잡은 식물들은 또 다른 이방인인 제나 제임스의 시선이 어우러진 풍경이라는 점이 무척 재미있다. 앞으로 이곳에선 전국 농부들의 쌀 시식회와 수도원 와인 테스팅 등 이미 계획됐거나 혹은 아직 계획되지 않은 이벤트들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이 유익한 라이프스타일의 선교지에서 살아갈 식물들은 매 계절 새롭고도 더욱 깊어진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 갈 것이다.


서로 다른 소재들이 한 곳에 어우러져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연출하는 제나의 스타일링이 깃든 공간. 자연에서 갓 따온 신선한 식재료로 요리하는 굿 사마리안 레서피의 컨셉트에 착안해 올리브나무, 구아바나무, 파인애플나무 등의 과실수와 장인이 키운 유칼립투스를 공간에 매치했다. 모두 봉화의 장인에게 공수한 식물들이다.


“어머, 파인애플 나무가 이렇게 생긴 거였어?” 여기저기서 질문과 감탄의 중간쯤 되는 말들이 들려온다. 파인애플 열매는 이렇게 열린다. 그리고 열매가 달린 나무의 표정은 주위를 풍성하게 만드는 영향력을 지녔다. 집 안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선택이다. 


 “루이 비통 백에 연출한 전대전금은 새로 선보이는 야심작입니다. 장인이 만든 명품과 자연이 만든 작품을 조화시키는 작업이에요. 앞으로도 전형적인 화분이나 토기 대신 새로운 소재를 화분으로 연출할 예정이에요.” 루이 비통 화분(!)의 그린 & 브라운 매치는 그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어울림이다.


모스 가든 한 켠에 자리 잡은 제나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제나 제임스. 그의 영감 넘치는 데커레이션과 상록수, 다육식물 등이 일으키는 초록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1월 한겨울의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집에 있는 식물과 자작나무 껍질, 가지 등을 매치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자작나무, 유칼립투스, 아이비, 다육식물 에보니와 마리아와 교배종을 자유롭게 매치하고 붉은 컬러로 포인트를 더했다. 1월의 이벤트를 준비하는 <엘르> 독자에게 제안하는 테이블 데커레이션.


CREDIT

사진 맹민화
컨트리뷰팅에디터 채은미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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