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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TUE

TIME TO SAY GOODBYE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

일신 상의 이유로 퇴사합니다? 사직서에는 쓸 수 없는, 젊은 그들이 퇴사한 진짜 사유와 그 후. ‘사이다’ 퇴사 스토리

 Case 1  저녁이 없는 삶에 지쳐 퇴사합니다.             



퇴사 사유 “신생 회사에 입사해 매일같이 야근을 했다. 직급은 높았지만 내가 회사에 벌어다 주는 돈을 생각하면 연봉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에 미쳐서 살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가족과 평일에 저녁을 함께 먹은 게 지난 2년 동안 고작 3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 살고 있나 싶더라. 결국 나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퇴사 후  “한번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어서 퇴사 후의 삶이 두렵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관두니 정말이지 너무나 행복했다! 진작에 관둘 걸 싶었다. 늘 남의 손에 맡겨야 했던 우리 딸아이와 이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딸에게 매일같이 밤에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며칠 전에는 딸이 잠들기 전에 그러더라. ‘엄마, 나 요즘 너무 행복해. 이게 꿈은 아니겠지?’ 아마도 언젠가 나는 다시 일을 시작할 거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을 희생하면서 일하지는 않을 거다.” -35세, 여



 Case 2  퇴사 준비가 끝나 퇴사합니다.



퇴사 사유 “야근하느라 새벽에 퇴근할 때가 많았다. 스트레스와 야근, 커피에 찌든 몸을 이끌고 새벽 택시에 오를 때면, 서글프고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잠이 들 때면, 다음날 내가 눈을 못 뜨면 어쩌나 싶었다. 과로사 할 거 같았다. 야근을 줄이기 위해서 더 노력하자, 더 효율적으로 일하자고 나를 다그치는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내 업무량은 물리적으로 많았고, 노력할수록 일이 더 많아지는 업무였다. 그렇게 수년을 일한 나는 결국 ‘번 아웃’이 되었는데 회사는 그런 나를 배려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죽도록 고생만 하고 영혼까지 탈탈 털린 채로 그냥 회사를 관두는 건 너무 억울했다. 나는 회사 다니며 퇴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늘 업무 생각만 했는데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재테크 공부도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 정도를 보낸 뒤, 나는 지방에 작은 빌라 건물을 샀고 또 다른 투자처도 갖게 되었다. 내 연봉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고정 수입이 확보되었을 때 나는 사표를 냈다. 모두에게 웃으며 안녕! 했다.”

퇴사 후 “예전 수입만큼은 아니라 무척 아끼면서 살고 있다. 회사가 준 혜택들이 무척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다음 직업을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서 너무 좋다. 멀리 보면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그러고 다녔다면 시체 같은 몸으로 퇴사했을 듯.” -37세, 여



 Case 3  수틀려서 퇴사합니다.  



퇴사 사유 “어쩌다 보니 3년 사이에 해마다 꼬박꼬박 퇴사를 했다. 3년에 3번. 그 중에 두 번은 말 그대로 수틀려서 그만뒀다. 두 곳 다 스타트업이었는데, 스타트업 꼰대가 ‘골 때리면’ 대기업 꼰대들은 근처에도 못 간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스타트업 같은 작은 배는 선장이 방향을 잘못 잡으면 한순간에 훅 가는 거다. 첫 번째 회사의 경우, 몇 명 되지도 않는 조직에서 대표가 은근히 계파를 나누고 정치를 조장했다. 조직원들의 분열을 이용해서 자신이 다 장악하려는 스타일인데, 조직 개편 다음 날 밤에 집에서 일을 하다가 짜증나서 그냥 퇴사 메일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세월호 사태’가 벌어져 있었다. 사는 게 뭔가 싶었고, 그런 날 출근해서 앱 다운로드 수가 어쩌고 매출이 어쩌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2주 있다가 가서 짐만 챙겨왔다. 그 다음 스타트업은 블랙컴퍼니의 끝판왕이었다. 사람이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젊은 애들을 착취하면서 겨우겨우 버티었다. 역시나 대표 꼴보기가 싫어서 때려치웠다. 그런 회사들이 있다. 인간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회사들. 그런 회사를 다녀봤자 멘탈과 체력만 털린다. 기업으로 따지자면 자신의 기본 자산을 깎아먹는 거고, 앞으로 벌고 뒤로 까먹는 거다. 그냥 때려 쳐라.”

퇴사 후 “중간중간 백수를 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곧이어 취직이 다 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번번이 운이 좋은가 싶었다. 영화 대사처럼 ‘인생이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되는 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냥 한 회사에서 멍 때리는 것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새로운 곳에서 이것저것 해 보는 사이에 쌓이는 것들이 있었다. 오히려 다음 선택지가 더 다양해진 느낌이다. 당자 내년에 내가 뭘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예전에 한 회사에서만 머물며 다음에 뭐하고 있을지를 고민할 때 비하면 덜 불안하다. ” -40세, 남

CREDIT

에디터 김강숙
사진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잠깐만 좀 퇴사하고 올게’ 스틸 컷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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