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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0. WED

Hidden Talent

아만다네 별장

싱그러운 녹음이 끝없이 펼쳐진 언덕, 사랑하는 동물들이 제멋대로 뛰어다닐 공간, 수공예 가구들이 만드는 아늑한 분위기. 신발조차 신지 않고 머리를 질끈 묶은 자연인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날 수 있는 집이다

본채 다이닝 룸. 큰 테이블은 Culture+Commerce Project. 사이드 체어는 Ton. 콘솔 테이블은 앤티크, 펜던트 조명은 ABC Carpet & Home


가족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잘 아는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문이 활짝 열리면 시선을 사로잡는 가구들이 착착 놓여 있고, 티슈 케이스부터 티스푼까지 모든 게 완벽히 채워진 공간….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고객에게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선보이듯 잘 연출된 집을 ‘짠’ 하고 선물하던 시대는 지났다. 집주인이 설령 아만다 사이프리드라 해도 말이다! 뉴욕 시 북쪽에 있는 캐스킬스(Catskills) 지역에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주말 별장이 있다. 매일 일상을 꾸리는 집은 아니지만,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오히려 맨해튼과 LA에 있는 집보다 이곳에 더 특별한 감정을 갖는다. 1920년대에 지어진 이 집은 구입한 후 조금 개축했지만 보통 생각하듯 ‘살기 좋게’ 공사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사라 자메스(Sarah Zames)는 주인인 아만다가 원하는 것들을 언제든지 마음껏 채워 넣을 수 있도록 가구도 별로 없고 어쩐지 덜 만진 것 같은 공간을 구상했다. 사라의 제안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특별한 주문 때문이었다. “느릿느릿해도 공간을 꾸밀 때 하나 둘씩 더해가는 재미가 뭔지 알고 싶었어요. ‘취향’이라는 거, 누구나 중요하단 걸 알면서도 막상 표현하기는 어려운 거잖아요. 사라는 놀라운 안목으로 저도 잘 정의하지 못했던 제 취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토대를 쌓아주었어요. 처음부터 다 지휘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지만, 그녀가 만든 배경에 내 스타일을 레이어드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아만다가 이 집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실제로 그녀는 이 별장에 오면 직접 바느질하거나 뜨개질을 해서 아름다운 텍스타일을 여기저기 드리웠다. 하우스에 생기를 더하는 건 아만다가 만든 오브제뿐이 아니다. 유기 동물들을 입양해 키우는 그녀의 집에는 고양이와 개들은 당연하고 닭과 염소, 말들도 함께 살아간다. 물론 남편인 배우 토머스 새도스키와 지난봄에 태어난 딸도 함께.



게스트하우스인 별채엔 콘크리트로 만든 아일랜드 식탁을 놓았다. 펜던트 조명은 주문 제작했고, 슬라이딩 도어는 마굿간의 문을 개조해서 달았다.



거실에 놓인 소파는 West Elm. 울 소재 러그는 Restoration Hardware. 바닥재는 재활용한 오크나무로 깔았다.



욕실의 수전과 욕조는 Waterworks. 벽면 조명은 Design Within Reach.



브루클린의 건축사무소 ‘제너럴 어셈블리’의 설립자이기도 한 자메스는 자신의 커리어를 관통해 온 키워드 역시 ‘따뜻함’을 꼽는다. “제 회사를 만들기 전에는 맨해튼을 대표하는 모던한 이미지의 건축사무소에서 오래 일했어요. 그런데 대형 기업 프로젝트는 명성에 비해 제게 깊은 영감을 주지 못했죠. 아만다의 집을 꾸밀 때 전체적인 컨셉트가 ‘따뜻함’이었어요. 이곳이 조금씩 완성돼 갈 때마다 아만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였어요. 집주인이 그런 애정으로 쌓아 올린 공간이어야 정말 따듯한 온기가 채워지지 않겠어요?” 자메스는 건축가 경력을 가진 덕분에 균형과 배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집을 꾸미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전체적인 균형과 그 안에 들어오는 빛이었어요. 그 다음에 소재나 패턴 등 세부적인 사항에 들어가는 거죠.” 덕분에 아만다의 집은 심플하고 정돈된 무드 속에서 의미와 사연이 있는 오브제들과 핸드메이드 소품들이 아기자기 어우러진, 소박하면서도 모던한,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법한 두 가지를 모두 품은 전원주택이 됐다. 원래 돌로 지어진 집이라 자연스런 돌의 질감이 드러난 건 우연한 행운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만나는 아래층의 첫인상 그대로 아만다와 남편은 이 흔적들을 지우고 싶어하지 않았고, 두툼한 벽면의 투박함을 오히려 돋보이게 해달라고 했다. 대신 세 개의 베드룸이 있던 위층은 부부와 아기 침실 두 개로 개조하면서 완전히 새로 고쳤는데, 아래층보다 훨씬 아늑한 분위기다. 한참 비웠다가 찾아오더라도 나만의 다락방에 들어온 것처럼 추억이 생기길 바랐기 때문이다. 침실 바닥은 ‘반턱쪽매이음(나무 판을 반반씩 깎아서 단차를 겹쳐 잇는 방식)’으로 마루를 깔았고, 창문 패턴을 그대로 가져온 문양의 책장, 미드나잇 블루 스틱 욕조를 갖춘 욕실까지, 공간 구석구석 섬세하게 안정감을 주는 요소들이 투입됐다. 수작업으로 색을 입힌 타일은 이 집에서 제일 시선을 사로잡는 주인공 중 하나다. 벽난로 주위는 육각형의 타일로, 작은 주방에는 그래픽 타일로 공간에 재미와 변화를 주었다. 목재 마루와 타일 위에 화룡점정으로 러그를 탁 얹으면, 처음 이 집에 온 사람도 자연스럽게 털썩 앉아 쉽게 마음을 내려놓게 되는 마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집도 집이려니와 옆에 붙은 헛간을 별채형 게스트하우스로 변신시키는 일은 아만다와 자메스 모두에게 꿈의 프로젝트였다. “갈라진 통나무 틈새로 햇살이 스며드는 헛간을 보곤 어린 시절 <톰 소여의 모험>과 같은 로망이 되살아났어요. 건축엔 언제나 영속성이란 철학이 깃들지만, 그런 면에서 헛간은 완전히 어긋나는 건축물이잖아요. 임시방편으로 짓고 언제 허물어도 상관없는, 농장의 허드레 기능에 집중된 곳이니까요. 태생부터 건축으로 여겨지지 않는 공간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었기에 본채 이상으로 신경을 많이 썼죠.” 자메스는 헛간의 러프한 나무 바닥재, 골조가 드러난 천장을 일부러 놔두고 벽만 화이트로 칠했다. 곡식들을 쌓아두었을 넓은 공간은 거실이 되어 탁 트인 느낌 그대로 아코디언 스타일의 유리문을 달았고, 마구간은 아늑한 침실이 됐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애견 핀(Finn)이 쉬고 있는 메인 침실의 침대는 Restoration Hardware. 벤치는 Gilt. 펜던트 조명은 &tradition.



주방의 레인지와 후드는 Wolf. 싱크대와 수도꼭지는 Kallista. 타일은 Heath Ceramics. 아일랜드 스타일의 조리대는 Caesarstone. 펜던트 조명은 Tom Dixon.



현관 앞 테라스에 놓인 소파, 창문 옆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앤티크.



오랜만에 TV 시리즈 <트윈 픽스>에 출연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그 외에도 영화 <더 클래퍼 The Clapper>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를 촬영 중이고, <맘마미아: 히어 위 고 어게인>도 이미 사인했다. “일에 있어선 모든 걸 정확하게 계획하고 애쓰는 편이에요.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계획이 현실이 되면 늘 디테일에서 부족한 게 생기고,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종종 혼란스러워지곤 하잖아요. 게다가 일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면 가족을 돌보는 데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만 아파오죠. 제게 이 별장이 생긴 건 어떤 성공보다 더 큰 행운이에요. 여기에 오는 순간 나를 추스르고 보완할 수 있거든요.” 화려한 배우로서의 할리우드 라이프보다 언제나 돌아가고픈 안식처가 있는 삶이라는 게 누구나 언제나 꿈꾸고 동경할 만한 성공 아닐까. 아만다는 이 집에서 메이크업은커녕 아무렇게나 머리를 묶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매일 새로 배운다고 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마음이 항상 이 별장에 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리창 너머 굽이치는 언덕과 숲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작은 것에 매달리거나 감정이 동요했던 순간들이 아무 소용없다는 걸 느껴요. 삶에 정말 중요한 것들은 내가 있는 공간, 집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마법을 경험하면서요!”

CREDIT

사진 STEPHEN KENT JOHNSON, GETTYIMAGES KOREA
스타일리스트 RUFINO ROBERT
글 CELIA BARBOUR
제작자 ROBERT RUFINO
컨트리뷰팅에디터 이경은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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