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라이프 > 라이프 스타일

2017.07.16. SUN

TAKE A MONTH OFF

한 달 휴가를 허하라

여름이면 일터를 벗어나 한두 달씩 휴가를 즐기는 유럽인들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정말 안될까?


“미치겠어요. 7월 중순경부터 아예 모든 게 ‘스톱’이에요. 메일을 보내도 휴가 중이라는 자동 회신만 돌아와요. 급한 일이 있으면 휴대폰 연락하라지만 그건 절대 연락하지 말라는 뜻이죠.” 이탈리아에 본사가 있는 패션 브랜드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수 년째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또 다른 글로벌 브랜드 마케터는 조금 다른 반응이다. “그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7월이 오기 전에 서둘러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마쳐요. 이젠 본사의 연락이 뜸한 7, 8월이 저도 휴가처럼 느껴져 오히려 즐기고 있어요.” 해외와 접촉할 일이 잦은 에디터 역시 담당자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운 경험이 많다. 해외 매거진 중에는 7·8월호를 묶은 합본호를 내는 매체들이 있는데 ‘놀기 위해’ 한 달 마감을 건너뛴다는 게 한국의 에디터에겐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에게 휴가는 어떤 의미일까? “여름휴가는 꼭 필요한 거예요. 먹고 자는 것처럼 필수!” 8월의 파리에는 파리지앵이 없다는 말이 진짜인지 묻는 질문에 파리통신원 김이지은이 답한다. “4월부터 서로 만날 때마다 여름에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 게 일상이에요. 휴가를 못 가는 사람들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해요. 그래서 여름마다 센 강변에 ‘파리 플라주’라고 인공 해변을 만들잖아요.”  3~5일 휴가도 눈치 작전을 펼쳐야 하는 대한민국의 일꾼들에게 ‘한 달 휴가’는 어처구니없는 망상일까?


매년 허락되는 호사는 아니지만, 한국에도 근속 연수에 따라 한 달 유급 휴가를 주는 안식월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있다. 올해 초 발간된 <직장인의 한달 휴가>는 헬스 커뮤니케이션 회사 ‘엔자임헬스’ 직원들이 3년에 한 번씩 주어지는 안식 휴가를 다녀온 여행기를 묶은 책. 영화 명소 찾아가기, 스페인어 배우기, 디자인 여행, 가족 여행 등 여행지도 여행 목적도 다양한 그들의 여정을 읽다 보면 매일의 밥벌이에서 벗어난 ‘한 달’이란 시간의 효용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엘르> 편집부가 속한 회사도 4년마다 돌아오는 리프레시 휴가 제도가 있다. 바로 이달 그 꿈 같은 시간을 누리고 있는 뷰티 에디터 천나리는 발리에서 서핑을 즐기고 돌아와 현재 어머니와 국내 여행 중이다. 수석 디자이너 변은지는 지난해 리프레시 휴가를 이용해 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을 돌고 왔다. 에어비앤비로 찾은 코펜하겐의 한적한 동네에서 ‘로컬처럼’ 살아본 경험은 좇기듯 비행기를 타고 내리며 보내는 1주일 휴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홍보대행사 피알원 또한 3년마다 안식월 휴가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얼마 전 늘 마음속에 품었던 사막을 직접 눈에 담기 위해 모로코를 다녀온 김세령 과장은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고민 없이 이번 여행을 꼽는다. “모로코 사막에서 해돋이를 목격한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서울에서 나를 짓누르던 문제들이 일순간 먼지처럼 느껴졌어요. 휴가를 다녀오고 나서 애사심이 500% 늘어났어요. 떠나기 전에는 홍보대행사의 업무 특성상 한 달간의 공백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런데 미리 준비하고 서로 나눠 가지면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더라고요. 대한민국 모든 회사에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모든 변화는 ‘의지’에 달려 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노동 시간과 강도가 센 축에 속한다. 출근 걱정, 월급 걱정, ‘짤릴 걱정’ 안 하고, 1년에 한 번, 오롯이 자신을 보듬을 한 달간의 공백을 갖는 것.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실험이 아닐까?

CREDIT

에디터 김아름
사진 GETTYIMAGEKOREA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7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