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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WED

FAKE NEWS GAME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머릿속에 누군가의 생각이 심어질 수 있다. 단지 뉴스를 클릭했겠지만

신께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다녀오셨나. 영화 같은 일이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느라 만만찮은 어제오늘이다. 어떤 뉴스를 보고선 영화 <인셉션>이 생각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일당이 표적이 된 기업 후계자의 꿈에 침투해 생각을 심는 이야기. 복잡한 플롯에 집중하느라, 주인공 시점으로 영화가 전개되느라 그땐 생각 못했다. ‘이거 범죄 아냐?’ 자고 일어났더니 생각이 바뀐 녀석은 무슨 죄가 있다고. 요사이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범죄행위가 맞다. 현실에서도 생각을 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 비상이 걸렸다. 미친 소리 같지만 정말이다.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꿈 대신 뉴스를 이용한다는 것뿐. 몇 달 사이 페이크 뉴스란 말을 부쩍 많이 들어봤을 거다. 거짓 사실이나 허위 정보를 기사 형태로 둔갑시켜 무작위로 퍼트리는 뉴스. 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인셉션이자 골칫거리다. 가짜 뉴스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를 하나 들어볼까.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20대 남성이 피자 레스토랑에 총질을 해댔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그곳을 근거지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허위 정보에 속아서다. 총을 들고 쳐들어간 이 불쌍한 자경단은 진실을 거짓이라 믿고 싶었을 테지. 그딴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온라인에 떠도는 음모론이 참말인 양 기사 형식으로 코스프레돼 타전됐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입으로 전해지는 것보다 미디어를 신뢰한다. 뉴스라 하면 눈에 보이고 들리는 대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르신들이 ‘이거 신문에서 본 거야’라는 말을 히든 카드로 쓰는 것처럼.


페이크 뉴스를 연예인 누구의 성형 전 사진처럼 금세 잊혀질 이슈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요란스럽다. 최근 세계 주요 언론사와 소셜 미디어가 참여한 비영리단체 ‘퍼스트 드래프트 뉴스’가 출범했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뉴스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특종을 두고 경쟁하던 매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구글은 이들과 협력해 가짜 뉴스를 솎아내는 ‘크로스체크’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가짜 임신설, 불화설, 사망설 등 온갖 종류의 루머에 시달려온 비욘세도 페이크 뉴스 소탕 작전에 나섰다. ‘사샤 피어스’라는 윤리형 해커 그룹을 조직해 페이크 뉴스 사이트를 추적, 해킹, 파괴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움직였다. 허위라고 의심되는 뉴스에 ‘Disputed(논란의 여지가 있음)’란 표식이 붙는 기능을 점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애플 CEO 팀 쿡은 말로 거들었다. “페이크 뉴스가 사람들의 정신을 죽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페이크 뉴스의 영향력 확산 원인으로 소셜 미디어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이 틈을 타 가짜 뉴스들은 검열 없이 SNS나 블로그를 거쳐 퍼진다. ‘페이크북’이라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페이스북은 기술 기업이지 언론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태도 변화는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쓰리고 낯뜨거운 블랙 코미디가 여기에 있다.


궁금한 건 ‘카더라 통신’이나 풍문은 인류가 이야기를 꾸며내고 싶은 ‘구라 본능’을 갖기 시작했을 때부터 존재해 왔을 텐데 왜 하필이면 지금 유난스럽게 문제를 삼는가 하는 것이다. 가짜 뉴스의 횡포를 폭로한 진짜 언론들은 입을 모아 지적한다. 이게 다 트럼프 때문이라고. 그들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덴젤 워싱턴이 트럼프를 공식 지지한다’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판매했다’ 등 힐러리에게 불리한 페이크 뉴스들이 확산돼 선거 판도가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선 기간 온라인상에서 선정적이고 중독성 있는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이 공유됐다는 사실은 찜찜함과 어떤 확신을 준다. 전문가들은 패러디와 풍자, 유희 목적으로 생산되던 페이크 뉴스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정체불명의 날조 뉴스가 정치판에 개입했고, 당선 결정에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선 미국 대선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국 언론사들과 구글이 협력해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라는 가짜 뉴스로 발칵 뒤집어졌던 독일에선 9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 1건당 최대 50만 유로, 약 6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쯤 되니 아찔하다. 5월 조기 대선을 치르는 우리나라도 가짜 뉴스 논란의 기착지가 될 게 뻔하다. 이미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그 실체와 고약함을 확인했다. 이를 경계하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대책 마련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가동됐다. 한편으로는 가짜 뉴스의 위력을 우리 모두가 실감했다.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대중의 생각을 조작할 수 있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힘.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얻어야 하는 경쟁에서 순수하게 진실만으로 승부할 수 있을까. 사실대로 말하면 이 글에 에디터가 급조한 거짓 뉴스가 하나 있다. 비욘세가 만들었다는 해커 그룹 사샤 피어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페이크 뉴스 사이트를 파괴한 적도 없다(사샤 피어스는 비욘세의 앨범 타이틀이다). 솔깃하고 요란한 뉴스일수록 의심하고 또 의심할 것. 2017년의 대선을 맞이하는 가장 현명한 태도다. 그런데 방금의 ‘구라’를 사실 확인 없이 퍼나르거나 인용하려던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CREDIT

EDITOR 김영재
PHOTOGRAPHER 이수현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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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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