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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8. SAT

LITTLE CATTLE

먹어도 됩니다

인류를 구원할 영웅은 아이언맨도 캡틴 아메리카도 아닌 곤충이라고 한다

2013년 5월,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절망에 가까운 말을 뱉어냈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달하는데 그중 10억 명이 고질적으로 굶주릴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곤충을 먹는 것뿐이라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보기도 껄끄러운 애벌레며 굼벵이를 먹으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를 곯아야 하는 9분의 1에 속하지 않을 확신이 없기에 마냥 흘려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상가상, 유엔의 협박이 이어졌다. 2015년 유엔경제사회국이 2050년 추정 세계인구 수에 6억 명을 더 얹으며 쐐기를 박았다. 이쯤 되니 아직까지 곤충을 맛보지 않은 내가 영 현실감각 없는 사람 같아 식용 곤충을 식탁에 올리는 가게를 찾아나섰다.


얼핏 보기에 여느 카페와 같은 양재동의 ‘이더블버그’ 본점에서 류시두 대표를 만났다. 웹사이트 개발자였던 류 대표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발표를 접하고 호기심에 이끌려 식용 벌레를 구해 먹었다. “의외로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꽤 맛있었어요.” 류 대표는 재미 삼아 홈페이지를 만들고 곤충 쿠키 시식기를 올렸다. “사람들이 맛을 궁금해하기에 주소를 알려주면 쿠키를 조금 보내주겠다고 했더니 스무 명 넘게 신청했어요. 나중에는 그 수가 50명으로 늘었고, 중복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사람들의 반응을 호기심 이상이라고 여긴 그는 부업 삼아 온라인으로 쿠키를 팔았다. “한 번도 맛보지 않은 음식을 온라인에서 선뜻 주문하기 그런지 매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어요. 그 결과 지금의 사업 형태를 띠게 됐어요.”


직원이 음료 하나를 가져왔다. 이름은 ‘300셰이크’. 밀크 셰이크처럼 뽀얀 빛깔에 언뜻 티끌 같은 건더기가 보였다. 그 맛은 갓 볶은 깨 혹은 분유를 들이부은 듯 고소했다. “괜찮은데요?”라는 시식평을 건네려는 찰나 혀끝에 묘한 맛과 이 사이로 꺼끌꺼끌한 무언가가 남았다. 이 낯선 느낌을 표현할 단어를 찾는 사이, 류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고소애가 300마리 들었다고 해서 300셰이크라 불러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쿠키가 나왔다. 고소애가 보일락 말락 한 것부터 아예 대놓고 표면에 박아넣은 것까지 모양새가 다양했다. 왜 하필 곤충을 토핑으로 올린 것일까. “곤충 쿠키를 건네면 열에 하나가 겨우 받아 먹어요. 그런데 미래의 고객인 그들 대부분이 왜 곤충 쿠키인데 곤충이 보이지 않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더라고요. 그래서 식별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이어서 찾은 한국식용곤충연구소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이더블버그가 곤충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이곳은 꽁꽁 숨긴다. 메뉴 개발팀 박주헌 대리는 내가 반복하여 ‘식용 곤충’이라고 발음하자 이를 제지하며 ‘단백질 분말’이라고 불러주기를 바랐다. 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가루 형태로 만들어 요리에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최초의 곤충 레스토랑 ‘빠삐용의 키친’을 운영한 한국식용곤충연구소는 잠시 레스토랑을 접고 그 자리에 애완동물을 위한 간식 매장을 연다. 물론 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 가루를 활용한다. 곤충이 한자리를 차지한 따끈따끈한 음식을 당분간 맛볼 수 없으나 이곳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식품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는 미국에서 최초로 4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대형 마트에 진출한 ‘엑소 프로테인’의 에너지 바를 쏙 닮은 제품도 있다. 미각이 발달한 전문가답게 박주헌 대리가 곤충별 풍미를 읊었다. “고소애에서는 건새우 맛, 귀뚜라미에서는 건다시마의 감칠맛이, 꽃뱅이에서는 간하지 않은 감자 칩 맛이, 메뚜기에서는 금방 볶은 들깨 맛이 나요.” 얘기를 듣는 내내 군침을 삼켰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2050년이면 단백질 수요가 두 배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더 이상 지구에는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재배하거나 가축을 사육할 유휴 부지가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의 체중을 1kg 찌우는 데 사료 10kg이 드는 반면, 곤충은 1.7kg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특히 곤충의 단백질 함량은 육고기와 비등하거나 더 높다. 이쯤 되니 곤충이 진정한 미래 식량 같다. 토마토가 유럽으로 처음 넘어갔을 때 사람들은 이를 먹지 않았다. 이유는 탐스러운 겉모습 뒤에 독이 숨어 있을 거라는 괜한 의심 때문이었다. 끝내 그들의 마음을 연 건 달보드레한 맛이었다. 모습이 낯설어도 맛이 있으면 먹을 터이고, 익숙해도 맛이 없으면 먹지 않을 터다. 어차피 언젠가 먹어야 한다면 빨리 적응하는 게 방법 같지만 먹을 거리가 넘치는 현실에서 미래 식량이니, 단백질의 보고이니 하는 말만으로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식용 곤충 산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정말 인류를 구원할 생각이라면 미각적인 접근부터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CREDIT

WRITER 이주연
PHOTOGRAPHER 이수현
EDITOR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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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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