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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9. THU

SMALL IS GOOD

작은 천국 같은 집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오너와 그 생각을 실현시켜 줄 디자이너가 만나면 이런 공간이 완성된다. 유명한 말이지만 사이즈는 문제가 아니다. 에디터 김태연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조연의 20평대 집에서 30평처럼 사는 법.

거실에 앉은 원조연, 김태연 부부. 제작한 소파는 친구들이 왔을 때 훌륭한 침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 주방에 있던 찬장을 없애고, 포토그래퍼 솔네의 사진을 두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TV와 책장을 넣은 수납장. 집안 사이즈에 맞춰 대부부의 가구를 맞춤 제작했다. 꽃문양 이불(!) 사진은 포토그래퍼 홍장현의 결혼 선물.




안방엔 침대 하나만 두어, 목적에 충실한 방을 만들었다. 침대헤드 뒤쪽으론 가벽을 세워 겨울옷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원목을 이용해 따뜻한 느낌을 연출한 싱크대와 테이블. 보통 나무 뒤틀림 현상 때문에 주방에선 기피하는 소재지만 인테리어 김혜영이 평생 AS 해주겠다고 약속한 덕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집 안 곳곳에 부부의 취향이 돋보이는 소품들이 가득하다. 주로 지인 포토그래퍼들에게 선물받은 사진들, 해외 화보집들.



식물 가꾸기는 이사 후 원조연 실장의 새로운 취미가 됐다. 벽 위쪽의 바는 조명이다.



가벽을 세워 만든 파우더 룸 안에 원목 찬장을 만들어 자주쓰는 화장품들을 채워넣었다. 문 뒤편은 훌륭한 화장품 수납장으로 변신했다.



이 집의 주요 소재인 화이트 타일과 원목만으로 깔끔하게 재단장한 욕실.



주로 디자인 카페에서나 쓸 법한 문을 방문으로 사용했다.



누구나 온전한 내방이 생겼을 때의 기쁨을 기억할 것이다. 눈만 뜨면 투닥거리던 형제자매와 웃으며 이별하는 날이자, 침대는 어느 방향으로 놓을지, 문방사우는 책상 어디에 배치할지, 설레던 마음으로 기억되는 날. 방 하나도 흡족한데 ‘내 집’이 생긴다는 건 얼마나 큰 희열일까. “저희가 집에 대한 설움이 많아요. 월세살이만 하다 보니 못 한 개며 벽지 한 장까지 손댈 수 없는 게 태반이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조연과 매거진 <블링> 에디터 김태연은 오래된 커플이다. 10여 년 전 홍대 놀이터에서 우연처럼 만나 어느덧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을 같이 살았다. 자취로 시작해 신사동 빌라를 거쳐 한남동 맨션에서 5년을 살기까지, 함께 한 역사만큼 세간살이도 늘어만 갔다. 홍장현, 장덕화, 유영규 등 절친한 지인이자 내로라하는 포토그래퍼들에게 선물받은 사진 액자 하나도 편하게 걸어두지 못한 건 물론이고 과월호 잡지나 옷, 잡동사니들도 ‘짐짝’화해서 벽마다 쌓아둔 탓에 공간은 작게 쓸 수밖에 없었다.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이사를 선택이 아닌 의무로 하다 보니 ‘집 보러 다니기’가 원조연의 취미가 됐다. “친한 지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이 아파트 단지를 알게 됐죠. 오래되긴 했어도, 귀엽고 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옛날식 구조의 아파트에 왠지 모르게 끌린 이들은 자타공인 ‘옥수동 부동산의 여왕’으로 불리는 중개인을 만나 예산에 맞는 집을 샅샅이 돌아봤다. 한 노부부가 살고 있던 24평형의 집은 평범했다. 방 2개와 화장실 1개, 작은 베란다, 거실과 부엌이 이어지는 구조였다. “크기보다 마음대로 살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둘 다 출장과 마감으로 바쁘다 보니 넓은 집이 필요하지도 않았고요.” 전세계약은 일사천리, 꿈꿔왔던 집을 실현시켜 줄 공간디자이너는 이미 마음속에 적임자가 있었다. 이태원의 게스트하우스 ‘체크인플리즈’를 만든 이이자 김태연의 전 직장 동료, 김혜영 실장이다. 원조연은 그녀가 만든 공간들을 인스타그램으로 훑어보고 ‘이 사람이다’ 싶었다고. “요즘 집들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인더스트리얼 무드에, 사이즈 작은 타일, 회색 문…. 전 그런 장식보단 인테리어가 너무 과하지 않은 집을 원했어요. 그녀와는 저만의 ‘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에 관해 얘기가 통할 것 같았어요. 둘 다 에너지 넘치는 유부녀라는 공통점도 있었고(웃음).” 월세라는 원죄 때문에 한 번도 흡족하지 못했던 ‘수납’을 제1과업으로 삼아, 두 여자는 매일 머리를 맞댔다. 경악할 정도의 다양한 짜임새로 공간을 넓게 쓰는 일본식 주택들이 주 모델이었다. 만나지 못할 땐 카카오톡 채팅창이 과부하가 될 정도로 현장 사진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조율했다. 처음엔 인테리어에 딱히 관심 없던 김태연도 하루가 다르게 꼴을 갖춰가는 집의 모양새에 놀란 나머지 뭔가 거들고픈 애정이 생겼다. “둘이 수다 떠는 것 같더니 평면도가 나오고, 가벽이 세워져 있고…. 아내가 고민이 많은 성격이라 가끔 선택 장애가 오는데 그럴 땐 디자이너가 밀어붙이면서 서로 호흡을 맞춰가더라고요.” 부부는 6개월의 공사 끝에 말 그대로 환골탈태한 집으로 입주를 했다. 좁은 집을 더 좁게 만들던 미닫이 형 거실 중문을 떼어버리고 베란다도 확장해 거실을 최대한 넓혔다. 대신 거실과 부엌 사이에 세로로 가벽을 세워 현관 파트를 분리했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시야가 트인다는 장점 외엔 별 효율이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오히려 가벽을 수납 겸 원목 장식 공간으로 쓴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김태연을 위해 주방 싱크대는 길게 연장했고, 거실 방향으로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어 조리대 겸용으로 사용한다. 그는 협소했던 이전 집 주방에서 요리하고 그 자리에 서서 먹던 설움(!)을 털어버리게 됐다. 원조연의 소원은 파우더 룸. “샤워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페이셜, 보디 케어가 다 끝나는 게 좋아요. 아니면 안방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피부에서 수분이 다 날아가 버리거든요. 가운을 챙겨 입는 것도 귀찮았고요. 그렇다고 그 많은 화장품을 욕실에 두자니 공간이 부족했어요. 심각한 회의를 거친 결과 욕실과 안방 사이를 잇는 짧은 복도에 미닫이문이 생겼고, 그 결과 아늑한 파우더 룸이 탄생했다. 아닌 게 아니라 촬영 당일 총 네 명의 성인이 거실에서 복닥거려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파우더 룸을 시작으로 집 안 어디든지 간에 주방 테이블 밑, 소파 맞은편, 안방 침대 뒤쪽 가벽, 전부 수납장이 숨어 있는 것! 애매하게 버려진 공간 한 뼘 없이 알뜰하게 물건을 채워 넣었음에 혀를 내둘렀다. “30평대 전집보다 이 집이 공간이 많이 생겨 아직도 수납할 데가 남았다”는 김태연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게다가 집의 주조 색을 화이트 톤으로 통일하고, 반투명한 유리로 빛을 투과시키는 방문들도 모두 24평대의 집을 30평대로 보이게 한 아이디어들이었다. 취재할 때마다 진심으로 자신의 공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듣는 이야기가 있다. “이태원에 살 땐 동네 특성상 집밖에서 노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젠 그러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김태연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듯이 부창부수 원조연은 청소하는 시간이 늘었다. “원래 청소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뭘 쓸고 닦게 돼요.” 부부만 이 집에 푹 빠진 게 아니다. 요즘 이 집에는 잠시 들렀다가 아예 눌러 앉는 친구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다음날 마침 함께 촬영하기로 약속돼 있던 모델 장수임과 지현정이 전날 저녁에 놀러왔다가 거실에서 자고 갔다니까요.” 사람이든 집이든, 사랑받으면 달라진다. 사랑의 힘이란, 집이란 공간에서도 놀라운 법이다.

CREDIT

CONTRIBUTING EDITOR 정승혜
PHOTOGRAPHER 맹민화
DIGITAL DESIGNER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데코 본지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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