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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FRI

SCODE #24

잘 맞는 남자

'취향'이 같으면, 연애도 쉬울까요?



“우린 진짜 잘 맞아!” 미영의 연애 시작은 늘 이랬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서로 너무나 잘 맞는다던 미영의 ‘우리’는 오래지 않아 헤어졌다. 그럼에도 미영은 지칠 줄 몰랐다. 잘 맞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처럼 끊임없이 연애를 했고 어떻게 보면 끝이 빤한, 뻔한 남자들을 만났다.
미영은 연애할 때 남자와 무엇이든 함께 하고 공유했다. 특히 문화 예술 방면에 취향이 남다른 미영이는 자신의 감성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남자에 늘 목말랐다. 이야기를 하다 서로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영화가 같으면 금세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저 수많은 취향 중 몇 개가 겨우 겹쳤을 뿐인데 미영이는 그 사람이 자신과 꼭 맞는 것으로 착각했다. 억지로, 억지로. 미영이 좋아하는 사진 작가의 전시회에 끌려 나온 남자는 자기 애인이 좋아하는 것에 전혀 흥미가 없었다. 같이 전시를 보러 온 내가 민망할 정도로 지루한 태도로 미영을 따라다닐 뿐이었다. 미영은 그저 이 공간에 애인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좋은 것 같았다.
며칠 뒤 이별통보를 받은 미영. 퉁퉁 부은 눈으로 말했다. “그 사람처럼 나랑 잘 맞는 사람은 다시 만나기 어려울 거야.” 미영은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세뇌하듯이 “우리는 서로 잘 맞는다”라는 말을 믿어버렸다.

윤주는 다르다. 윤주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영화를 보러 가거나, 미술관에 갈 때는 친구들과 함께 했다. TV예능을 좋아하고, 그림 같은 거엔 전혀 관심 없는 남편이라 한 번도 같이 하자고 시도해본 적도 없다. 남편도 그런 건 친구들이랑 하고 오라고,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따로 행동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같이 하고 싶은 것은 함께 했으니까.
“처음부터 기대가 없었지.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자기가 하지 않는다고 나도 못하게 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어.”

“결혼과 연애는 아무래도 다르겠지. 나는 뭐든 같이 하는 게 연애라고 생각하거든.” 미영이 말했다.


취향이란 대체 무엇일까? 미영의 연애에서 중요한 건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남자’였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 남자는 아주 손쉽게 걸러냈다. 걸러내는 기준이 분명하니까 딱 봐도 알 수 있다. 정작 자신에게 맞는 사람은 찾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고르고 골라서 겨우 누군가를 만난다.
‘커피를 좋아한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다양하게 갈라지는 것이 취향이다. 취향이 분명해지려면 지식과 경험을 쌓고 그만큼 시간과 돈을 들였다는 걸 의미한다. 어쩌면, 취향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좋은 취향을 가진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미영의 욕망은 보다 나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취향을 가진 남자들은 연애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금방 깨닫는다.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취향을 학습하는 남자들도 있다. 여자들이 선호하고 우러러 볼만한 것을 학습해 즐기는 ‘척’한다. 와인이나 위스키를 공부하고, 커피도 배운다. “우리 집에 고양이 있는데 보러 갈래?” 이 대사를 하려고 고양이도 기른다. 이렇게 노력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 노력은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짝짓기용이다. 진짜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 미영 같은 타입의 여자들을 홀려낼 수 있는 적당한 기호를 마련해두는 것뿐이다.
물론 제대로 취향 있는 남자도 있다. 그런 남자들은 섬세하고 예민하다. 타인과 자신을 잘 분리하고 다른 사람에게 휩 쓸리는 일도 드물다. 타인에게 호기심이나 흥미를 보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자기 자신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보다 더 많이 좋아하고 빠져드는 경우도 드물다. 자기만의 세상이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삶을 잘 꾸려나가는 사람이다. 

미영은 이 두 타입의 남자 사이에서 왔다 갔다 반복했고 오래지 않아 이별했다. 그럼에도 그 남자의 ‘취향’을 늘 연애 조건 중 최우선이었다. 취향이 그 사람의 인격을, 연애의 행복과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때도 되지 않았나? 


CREDIT

에디터 김은정
글 현정
사진 영화 <모어 댄 블루>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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